1.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북한은 2010년 9월 개최된 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한다. 대남혁명의 성격을 표현한 문구를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으로 수정한 것이다. 인민이라는 단어를 뺐지만 대남혁명의 성격이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인민이라는 단어를 뺀것은 탈냉전기 남북한의 국력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부국강병이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은 북한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의 구조적 모순으로 부국강병에 실패하면서 현저하게 국력이 약해졌다. 국제정세도 북한에게 불리해졌다. 소련이 붕괴되었고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을 걸었다. 동유럽은 공산주의를 포기했다.
체제붕괴 위기에 몰린 북한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핵무장이었다. 또한 김씨왕조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서라도 대남혁명은 포기할 수 없었다. 독재정권은 생명연장을 위해 외부의 적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북한이 정복의 대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대상은 남한뿐이니만큼 대남혁명은 북한 체제의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었다.
국력의 역전, 국제정세의 불리함때문에 북한은 대남전략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먼저 인민이라는 용어를 뺐다. 이는 '인민' 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공산주의적 이미지를 불식시켜 보다 많은 남한사람들을 대남혁명에 끌어들이려는 용어혼란전술의 일환이었다.
2.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제
인민이라는 단어만 빠졌을 뿐 혁명의 내용과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제로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나는 민족해방혁명을 통해 남한사회의 자주화를 실현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혁명을 통해 남한사회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보강하는 것이다.
자주와 민주라고 해서 속으면 안된다. 이또한 북한의 용어혼란전술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주와 민주는 북한으로의 흡수를 뜻한다.
북한이 말하는 남한사회 자주화는
첫째, 주한미군의 축출과 미군기지 철폐 및 한미연합사 해체
둘째, 주한미대사관 등 미국의 현지 지배기구 폐쇄와 한미 간의 예속적인 조약 및 협정을 폐지하고 미국의 내정간섭을 종식
셋째, 현존하는 남한 정치체제를 뒤엎고 민족자주적인 민주정권을 수립하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자주권을 확립
하는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혁명을 통해 해결해야할 과제로는
첫째, 파쇼통치의 제거와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
둘째, 미국과 결탁한 국내 반동세력인 매판자본가계급과 지주계급의 제거와 반동관료배 척결
셋째, 매판자본의 국유화와 봉건적 토지소유관계를 청산하는 토지개혁 실시, 부의 공정분배를 실현하는 경제생활의 민주화
넷째, 노동법령, 남녀평등권법령 등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적 사회개혁을 실현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3. 대남혁명의 전취목표와 민주개혁
탈냉전시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은 목표를 전취목표와 타격목표, 주목표와 보조적 목표, 당면목표와 차후목표 등으로 세분화 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국력이 역전된 현실을 반영해 보다 세밀하게 대남혁명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대남혁명을 통해 취하고자 하는 주된 전취목표는 자주적 민주정권 수립이다. 북한은 남한정권이 미국에 철저히 예속된 식민지적이고 예속적인 정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자주적 민주정권은 친미예속정권과 구별되며 광범위한 각계각층 민중에게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민주정권이다.
대남혁명의 보조적 전취목표는 민중 주도의 민주연립정권의 쟁취와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 실현이다. 북한은 반파쇼민주화 투쟁을 통해 각 당, 각 파, 각계각층 민주세력의 연합에 기초한 민주연립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민주연립정권이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를 통해 각계각층 민중의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적 권리를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과 기무사 등 모든 권력기구를 해체하고 사법제도를 민주주의적으로 개혁하며 국가보안법과 노동법 등 악법들을 폐기해야 한다. 또한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신앙, 사상, 신봉의 자유를 보장하며 파쇼적인 정당 및 단체들을 해체하고 진보적인 이념 및 정당, 단체의 조직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민주연립정권의 과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민주연립정권의 과제는 사회주의혁명의 여건을 조성하는데 있다. 토지개혁, 중요산업 국유화 같은 민주주의 개혁을 당면목표로 내세울 경우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는 추후목표로 미루고 당면목표는 사회주의 혁명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4. 대남혁명의 타격목표와 우선순위
대남혁명의 주타격목표는 주한미군을 위시로 하는 미제국주의다. 미국은 식민지 군사파쇼통치와 식민지 약탈정책으로 남한민중의 자주성을 유린하고 있는 최대의 억압자, 착취자인 동시에 남한의 자주적 발전과 조국통일을 위환 투쟁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미제국주의와 주종관계로 결탁된 집권세력과 이들이 점유하고 있는 권력체계와 폭압기구 및 악법들로 이루어진 남한정권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남한집권세력이 의존하고 있는 지주와 매판자본가들이다.
5. 대남혁명 역량의 외연확대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의 특징 중 하나가 외연확대다. 국력의 역전이라는 현실을 고려해 북한은 보다 많은 남한세력을 혁명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해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북한은 대남혁명의 주력군에 기존의 블루칼라 노동자, 농민 외에도 화이트갈라 노동자와 청년학생 및 진보적 지식인들도 포함시켰다. 북한이 청년학생과 지식인들을 대남혁명 주력군에 포함시킨 것은 남한의 청년학생들이 과거 1960년 4.19 민주화 투쟁과 1980년 5.18, 1987년 6월 민중항쟁 등을 통해 대남혁명을 직접적으로 떠밀고 나가는 주도세력의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남한의 운동권 내부에서는 NL-PD 계 간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때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있는 NL계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적극개입했다. 북한은 평양방송에서 진행하는 김일성방송대학 강의를 통해 남한 운동권 내에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공개적으로 전파했으며 북한에서 작성한 원전을 제목만 바꾸어 출판하도록 하거나 북한의 학자들이 개발한 대남혁명전략 논리를 남한식 표현으로 바꾼다음 남한 현지에 있는 지하조직을 통해 비밀리에 출판, 배포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주사파운동권을 북한은 대남혁명 주력군에 포함시킨 것이다.
북한은 학생, 지식인 뿐 아니라 대남혁명의 보조역량으로 중간층 개념을 정립하고 보다 많은 계층을 포함시켰다. 북한은 남한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도시소자산계층과 인텔리계층, 민족자본가, 반제애국적인 종교인등을 중간층 개념으로 정립하고 이들을 대남혁명의 보조역량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은 중간층 쟁취를 위해 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 투쟁에서 쟁취할 수 있는 모든 역량, 단결할 수 있는 모든 세력, 포섭할 수 있는 모든 대상, 제휴할 수 있는 모든 정파들을 대남혁명세력으로 견인함으로써 적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수적인 야당을 비롯한 각 정당, 각 파벌, 각계각층 인사들과도 자그마한 가능성과 공통점을 찾아내 연대하고 졔휴하며 포섭해 공동전선을 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6. 대남혁명의 방법
북한은 전통적으로 대남혁명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바탕을 둔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민중봉기나 무장폭동 같은 폭력적인 방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다. 김일성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남조선혁명가들과 애국적 인민들은 남조선의 반동통치배들이 자기의 지배권을 공순히 양보하려 하지 않으며 진보적 역량을 압살하기 위하여 반혁명적 폭력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고 있는 조건에서 오직 혁명적인 투쟁방법으로써만 정권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더욱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북한이 폭력적 방법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에는 대한민국의 강력한 반공정권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 - 박정희 -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우파정권은 반공과 부국강병을 우선시하는 체제였다. 이 체제하에서는 공산주의 이념을 수용하는 정당의 활동이 불가능하고 선거와 같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에 의한 정권교체 역시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국의 탄압을 피할 수 있는 지하당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남혁명역량을 마련한 다음 군사쿠데타나 민중봉기, 폭동을 비롯한 폭력적인 방법으로만 남한의 독재정권을 전복해 대남혁명의 목표달성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졌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 이후 남한 사회가 민주화 되면서 진보정당이 공식적으로 창당되고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으로 이어지는 정권교체를 보면서 북한은 생각을 바꿨다. 즉 진보세력의 합법적인 정치활동과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기존의 지하당 조직과 그들의 지도를 받는 대중단체들을 동원해 혁신정당을 창당하거나 주체사상이나 공산주의사상에 친화적인 정당에 침투해 주도권을 장악하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
즉 무장봉기로 남한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정부를 장악하고 공산주의 입법안들을 통과시키며 대남혁명을 추진하는 것이다.
7.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단계에 와있는가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과 지금의 대한민국 모습은 기묘한 공명을 울린다. 즉 대남혁명 전략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은 지하당을 구축해 종북세력을 양산하거나 주체사상 이론서 출판, 강의송출 등을 통해 주사파를 육성했다. 그들은 대한민국 내에서 합법적 정당을 만들거나 기존 야당에 침투해 주류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국회의 다수당이 되었고 정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익을 확대하려 했던 우파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연립정권을 세웠다. 그리고 국정원과 기무사(방첩사), 검찰 등 모든 권력기구를 해체하고 사법제도를 민주주의적으로 개혁하며 국가보안법과 노동법 등 악법들을 폐지하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 혁명 여건 조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여건 조성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면 이들은 본격적으로 생산수단 국유화 등의 사회주의 혁명과 주한미군 축출, 한미연합사 해체등의 민족해방 혁명을 추진할 것이다.
대남혁명이 완성되어 주한미군이 사라지고 사회주의 정치 경제 체제가 확립되면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김씨왕조의 한반도 지배가 완성되는 통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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