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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칼럼] 육사생도는 어떻게 달궈지고 벼려지나… “니들이 게 맛을 알아?”
  • 김명수 전 안기부 대북심리전처장
  • 등록 2026-07-09 16: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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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기본 지상훈련 중 공중동작 하는 육사생도. [육군사관학교 제공] 

현 정부가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해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각 단과대학으로 통합하고, 1·2학년과 3·4학년을 쪼개서 수용하겠단다. 정말 뭘 모르는 소리다. 그 요상한 학제로는 오늘의 육사 같은 정예 사관을 절대 양성할 수 없다.

 

국방장관은 방위 출신이니 그렇다 치고, 그 아래서 자리에 목을 매며 치다꺼리하고 있는 육사 출신들은 ‘조기치매’가 걸린 모양이다. 

 

육군사관학교 4년 과정은 용광로


여기서 나의 옛 생도 시절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겪었던 일이니 지금 육사생도들의 현실 생활과는 사뭇 다른 설화(說話)일 수도 있겠으나 당시나 지금이나 역사와 전통 속에 이어오며 살아 숨 쉬는 육사 혼(魂)만큼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임관하기 전 4년간 육군사관학교 과정은 용광로(鎔鑛爐)에 비견된다. 이 시기는 거친 철광석 신입생이 화염 속의 단련을 통해 쓸모 있는 상급생 강철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바로 그 용광로에 불을 지피고 철광석을 집어넣고 녹이고 제철하고 제련하는 일을 선배들이 해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험난한 과정을 후배들이 잘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요결을 전수한다. 2학년, 3학년, 4학년이 각각의 자리에서 조화로운 엄정과 사랑을 절묘하게 배분하면서 말이다. 그게 육사생도 자치제도의 본질이다.

 

시험에 합격해 고교생 티를 벗고 화랑대에 들어서면 ‘가입교’ 상태가 된다. 가입교 신입생은 첫날부터 혼을 빼놓는 초각(秒刻)의 상황 속에서, 이른바 비스트 트레이닝(Beast Training)이라 불리는 기초군사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1학년으로 정식 입교하게 된다. 

 

그 과정에선 ‘합리’나 ‘민주’ 같은 단어는 사치에 불과하다. 요즘은 특수부대 훈련을 소재로 하는 매체가 넘쳐나니, 그들이 얼마나 극한의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처음 생도대에 들어갔을 때, 나는 상급생들이 내 일기(일지)를 검사하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가 “조그만 놈이 이유가 많다”며 더욱 가혹한 징벌적 훈련을 자초하기도 했다. 


탄대에 쓸린 허리의 상처가 곪아 터져도 의무실에 가면 대열에서 낙오될까 봐, 스스로 고름을 짜내며 버텼다. 혈기 왕성한 청년기였으니 그 정도쯤은 악으로 깡으로 버텨낸 것이다.

 

항상 전장에 있는 것 같은 생도 생활


군인의 일상은 항재전장(恒在戰場), 즉 항상 전장에 있는 것과 같다. 전장에서 과연 합리와 인권이 온전히 보장될까? 어림없는 소리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미2사단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입생들은 민간인의 껍질을 채 벗지도 못한 상태에서 곧바로 전장과 같은 환경에 던져진다. 그런 황당하고 엄혹한 환경을 조성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바로 상급생이다. 내가 육사에 입학하던 1967년의 경우, 2학년 생도들이 신입생들을 전담하여 관리했다.

 

가입교한 당해 연도 신입생들, 즉 나의 동기생들은 생도대 4년 동안 동일한 중대에 편성되었다. 8개 중대 중 처음 배정된 중대에서 생도 생활 전체를 함께하며, 같은 내무반(생활관) 건물에서 애환을 나누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기생들 사이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끈끈한 연대와 우정이 싹트게 된다. 이러한 중대별 우정은 전역 후 동기회를 운영할 때도 각 중대가 돌아가며 회장단을 맡는 등 강한 결속력으로 이어진다.

 

생도대의 각 중대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고루 구성된다. 4학년 중대장 생도의 지휘 아래 소대장, 분대장 체계로 움직이는 ‘생도 자치제’를 통해 일사불란한 제대(諸隊)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도들은 오랜 세월 선배들로부터 이어져 온 중대별 고유의 전통에 동화되어 간다. 맹호, 독수리, 사자, 백곰, 황소, 청룡, 코끼리, 백마 등 중대마다 상징하는 동물이 다르고, 생도들의 성격 또한 그 상징을 닮아간다. 이 다채로운 개성들이 한데 어우러져 강렬한 육사의 혼(魂)과 백(魄)을 이루는 것이다.

 

기초군사훈련을 지도하는 지휘생도들은 바로 신입생들이 생도대에 들어와 함께 생활하게 될 같은 중대의 상급생들이다. 자기 중대로 올 자식 같은 후배들을 직접 단련시키는 것이니, 얼마나 정성을 다하겠는가. 혹독하게 몰아치면서도 속으로는 자애롭게 챙길 수밖에 없다.

 

임관하기 전 지휘와 통솔을 몸소 생활화


가입교생들이 화랑대의 본체인 생도대에 처음 발을 들이는 날이 바로 ‘신입생 환영식’이다. 생도 자치제의 최고위직인 연대장 생도가 사자후를 토하며 신입생들을 맞이한다. 

 

행진하는 육사생도. [사진=연합뉴스]

사자가 새끼를 낳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살아남는 놈만 키운다는 이야기처럼 이때의 기초군사훈련이란 바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과정이며, 여기서 살아남아야 비로소 정식 생도로서 수련을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는 훈시다. 위엄과 권위에 압도된 신입생들은 잔뜩 긴장하면서도, 단단한 각오로 1학년 생활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정식 생도가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 1년 동안이 진짜 지옥이다. 신입 1학년은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두더지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 바로 위 2학년 생도들이 가해오는 엄한 통제 때문이다. 가장 악조건 속에서 살아남아 강해지도록 일부러 가혹한 환경을 만든다. 과거에는 체벌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입생들은 3명씩 같은 분대에 배치되어, 4학년 분대장 생도 1명과 함께 생활관을 쓴다. (2, 3학년은 동기들끼리 방을 쓴다.) 생도 생활의 기본은 기상, 아침 청소, 식사, 학과 출장, 점심, 운동, 구보, 자습, 취침, 불침번 등 모든 일과에서 시간을 엄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도 생활이 서툰 1학년들은 매번 늦기 마련이다. 또한 상급생들은 일부러 늦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예컨대 청소를 해야 하는데 걸레 수가 신입생 호실 수보다 부족하다. 청소도구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걸레가 부족해 청소가 늦었고, 그래서 식사 집합에 늦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실전에서 보급품이 부족하거나 악조건으로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어떤 것이 충분히 보장되겠는가? 부족함 속에서 충족을 찾아야 하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법이다.

 

교수부의 학과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수학이나 물리학 강의 90분 동안 20~30페이지 분량의 진도가 나가고, 예상 문제가 수십 개씩 쏟아진다. 그런데 매일 보는 데일리 시험(Daily Test) 문제는 딱 2개뿐이다. 

 

문제당 50점으로, 둘 다 맞으면 100점, 하나 맞으면 50점, 풀이 과정이 맞으면 25점이다. 점수가 0, 25, 50, 75, 100점으로 강제 분포된다. 이런 시험들이 누적되어 학기말 성적이 과목당 평균 67점을 넘지 못하면 휴가는 고사하고 재시험을 봐야 하며, 이마저도 통과하지 못하면 성적 불량으로 퇴교 조치된다. 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다.

 

따라서 수많은 예상 문제 중에서 가장 출제 확률이 높은 2문제를 정확히 예측하고 거기에 올인해야 한다. 불평할 필요는 없다. 악조건의 전장에서 작전을 성공시키고 부하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정확한 판단력이 필수적이다. 평소의 일일 시험을 통해 바로 그 전술적 혜택과 판단 능력을 키웠던 것이다.

 

참으로 고달픈 나날이다. 그러나 생도대 생활에는 이를 견뎌내게 하는 절묘한 조화가 있다. 같은 분대 안에서 1학년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유격대 조교처럼 악역을 자처하는 2학년 생도가 있다면, 뒤에서 부드럽게 감싸며 노련하게 생도 생활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3학년 생도가 있다. 

 

그리고 고달픈 일과를 마치고 방에 들어온 1학년을,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엄이 넘치는 따뜻함으로 달래주는 4학년 분대장 생도가 있다. 물론 4학년 생도가 마냥 자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방에서 생활하며 신입생들의 성향과 단점을 가장 잘 파악한 뒤, 분대 2·3학년 생도들에게 “저 녀석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니 더 보정해 주라”며 보이지 않는 지침을 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분대, 소대, 중대, 대대, 연대로 이어지는 자치제 속에서 선배와 후배가 존재하고, 상관과 부하의 관계가 형성된다. 생도들은 임관하기 전부터 지휘와 통솔을 몸소 생활화하며 익히는 것이다. 덕분에 야지에 나가 곧바로 실무를 맡아도 소대장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낼 수 있다. 치열하게 부딪치고 다투며 정이 드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문화 속에서, 애국심과 호국의지는 더욱 단단해진다.

 

육사 없애면 호국의지의 전통도 사라질 것


만약 그렇게 우러러보며 배울 선배 생도도, 직접 지휘하고 통솔해 볼 후배 생도도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군사관학교의 ‘2+2’ 분산 수용 안대로 학년이 쪼개진다면, 선후배 간의 계도와 연대, 그리고 대를 이어온 애국심과 호국의지의 전통은 순식간에 끊어지고 말 것이다.

 

게다가 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여 분산시키면 생도들의 지적 역량은 하향 평준화될 것이고, 4년의 일체감을 만들어 내던 용광로 문화마저 사라져 정신적으로 나약하고 문약(文弱)해질 것이 자명하다.

 

현장을 모르는 정책 당국자들을 이해시키려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도대체 당국은 우수한 생도를 양성하고 정예 사관을 길러내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남아있는 정예 양성의 요람을 파괴하겠다는 것인가?

 

정말로 묻고 싶다. “니들이 게 맛을 아느냐? 너희들이 사관학교의 전통을 아느냐?”

 



◆ 一鼓 김명수

 

육사 27기

육군소령 예편

전 안기부 대북심리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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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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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7-09 21:44:32

    벼려지다'는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벼리다'의 피동형입니다. 물리적으로 도구나 칼날이 날카롭게 만들어진다는 뜻과 함께, 비유적으로 정신이나 의지가 단단하게 강해진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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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7-09 21:44:27

    문해력을 키우세요. 사전을 찾아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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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7-09 19:42:51

    부디 한미일보는 오타없이 기사올려주세요!!
    벼려지다는 어떤 의미의 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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