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자전’ 촬영지로 유명한 시례호박소. [사진=밀양시]
경남 주요 도시들이 푹푹 찌는 날씨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기운데 밀양만은 빙그레 웃는 이유가 있다.
밀양 역시 푄현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영남 내륙 도시인 건 맞지만 높이 1000m급 산봉우리들이 한 줄로 이어진 ‘영남 알프스’의 혜택으로 유명한 피서지를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얼음골’은 영남알프스에서 흘러내리는 풍부한 물줄기와 청정한 자연이 만들어 낸 독보적인 피서 여행지다.
바위틈에서 냉풍이… 천연기념물 ‘얼음골 결빙지’
재약산 북쪽 중턱 해발 700m 지점에 위치한 얼음골 결빙지는 ‘밀양의 신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도 바위 무더기 사이로 평균 0.2도의 기온을 유지하는 찬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밀양 ‘얼음골’은 3월 초순에 얼음이 얼기 시작해 7월 중순까지 얼음을 볼 수 있다. [사진=밀양시]
이곳은 오래전부터 ‘시례빙곡’으로 불리던 곳이다. 시례(詩禮)라는 명칭은 가지산의 옛 이름인 실혜산(實惠山)에서 온 것으로, 3월 초순이면 얼음이 얼기 시작해 7월 중순까지 얼음을 볼 수 있는 신비한 현상 덕에 계곡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겨울이 아닌 봄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것은 계절이 늦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서늘한 반면 겨울에는 매우 따뜻해 심지어 한겨울 바위틈에서는 새파란 이끼까지 관찰된다.
근래에는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봄·여름 기간 얼음이 얼어 있는 기간이 예전만큼 길지는 않지만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오싹, 한기가 도는 것은 여전하다. 하여 아무리 여름이라도 계곡물에 1분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가 어렵다.
또한 얼음골은 돌밭(安山巖)과 계곡을 중심으로 3면이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있어 경치가 뛰어나다. 단점은 그만큼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
구름 뚫고 올라가는 얼음골케이블카
얼음골 절경은 영남알프스 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 얼음골케이블카는 하부승강장에서 해발 1020m의 상부승강장까지 1.8km 구간을 약 10분 만에 올라간다.
얼음골케이블카는 1.8km 구간을 운행한다. [사진=임요희 기자]
탁 트인 산세와 상부승강장에서 불어오는 알프스의 시원한 바람은 산행의 수고로움 없이 환상적인 청량감을 선사한다.
역시나 이곳도 단점은 있다. 대부분의 날에는 산허리가 운무에 휩싸여 있어 절경을 똑똑히 확인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구름을 뚫고 하늘 위로 올라가는 기분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또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하다 보니 아랫동네와 기후가 달라 7월 중순까지 미나리아재비 같은 봄꽃이 관찰되는 등 딴 세상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케이블카 탑승정원도 50인으로 넉넉해 조부모·부모·자식 3대가 다 타도 공간이 남는다. 이용료는 성인 1만7000원이다. 배차간격은 약 20분 전후며 3월에서 9월까지는 9시2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밀양 8경 시례호박소와 오천평반석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밀양 8경 중 하나인 ‘시례호박소’가 있다.
호박소란 오랜 세월 폭포에서 떨어지는 강한 물살이 화강암 바위를 깎아내어, 호박(절구의 방언)처럼 둥글고 깊은 웅덩이(沼)를 만들어 낸 것이다.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나무 길을 따라 들어서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장관이 펼쳐지는데 그 경치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이곳 백운산의 청정 계곡과 울창한 숲은 영화 ‘방자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호박소 계곡 입구에서 숲길을 따라 1km쯤 걸어 올라가면 거대한 바위 지대인 ‘오천평반석’이 나타난다. 평평한 바위 면적이 5000평만 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숲속 산림욕과 시원한 계곡 물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계곡 넓고 평평한 바위가 계곡을 따라 넓게 깔린 ‘오천평반석’. [사진=밀양시]
2004년 폐선된 옛 경부선 상·하행 철길 터널을 ‘빛’을 테마로 탈바꿈시킨 ‘트윈터널’. [사진=밀양시]
그 외에 밀양의 시원한 여행지로 ‘트윈터널’이 있다. 이곳은 2004년 폐선된 옛 경부선 철길 터널을 화려한 ‘빛’ 테마 관광지로 재탄생시킨 곳으로 계절과 상관없이 18도 전후의 서늘한 온도를 유지해 한여름 실내 피서지로 제격이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화려한 포토존은 특별한 ‘인생사진’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밀양=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