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수와 편법은 자기 혼자만 부릴 줄 알았던 모양인데, 최고권력자가 몸소 양심의 봉인을 해제해 주었으니 온 국민이 기꺼이 화답하는 수밖에.
요즘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집 교환’ 트렌드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취득가 17억 원짜리 아파트가 현 시세 65억 원이 되었다 치자. 시세차익만 48억 원이다.
정부가 설계한 징벌적 세금 구조대로라면, 2029년 이후 매각할 때 무려 13억 원이라는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기막힌 돌연변이가 탄생했다. 비슷한 65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이들끼리 지금 당장 맞교환을 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야 할 세금은 고작 3억 원 언저리로 뚝 떨어진다. 게다가 더 기막힌 것은 취득가액 자체가 65억 원으로 리셋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양도세 부담은 사실상 증발해 버리는, 그야말로 완벽한 합법적 꼼수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종부세로 목을 조르고 양도세 폭탄으로 협박하면, 다주택자들이 겁을 먹고 집을 급매로 헐값에 던질 것이라 착각했다. 시장의 생리를 1차원적인 이념으로만 해석하니 저런 빈곤한 계산이 나온 것이다.
시장은 언제나 얄팍한 탁상공론보다 반보 앞서 진화한다. 세금으로 징벌하려 들면 들수록, 자본은 가장 효율적이고 합법적인 우회로를 뚫어버린다는 행동경제학의 명백한 팩트를 그들만 몰랐다. 정부보다 시장이 훨씬 똑똑하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여기서 진짜 번뜩이는 대목은 따로 있다. 자산가들이 이런 기발한 편법을 몰라서 안 썼던 줄 아는가. 누구나 머리를 굴리면 꼼수를 쓸 줄 알지만, 공동체의 룰과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기에 굳이 선을 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양심의 빗장을 시원하게 걷어차 버린 인간이 바로 작금의 권력 정점에 있는 이재명 본인이다.
국정의 수장이라는 자가 대놓고 편법의 일타강사 노릇을 하며 “이렇게 요리조리 빠져나가도 아무 문제 없다”는 선례를 몸소 남겨주었는데,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국민들의 합법적 절세를 꼼수라 비난하며 잡아들일 텐가. 윗물이 대놓고 흙탕물을 튀기며 노는데, 아랫물이 굳이 맑은 물인 척 점잔을 떨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팽개친 권력은 시장을 통제할 동력조차 상실하기 마련이다. 꼼수는 자기만의 전유물인 줄 착각했던 권력자의 오만함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그 잘난 조세 정의를 완벽하게 조롱하고 있다.
국정이 앞장서서 편법을 권장하고 실천하는 이 기막힌 나라에서, 세금 꼬박꼬박 다 내고 미련하게 원칙 지키며 사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꼴이다. 한마디로 국가주도상식붕괴.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