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사. 연합뉴스
국세청이 쿠팡을 상대로 전방위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표면적으로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이지만, 실제로는 쿠팡의 사업 구조 전반, 나아가 미국 본사 쿠팡 Inc와의 거래 관계까지 들여다보는 조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한국 본사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조사요원 약 150명을 투입해 회계 자료와 내부 거래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4국은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탈세 혐의나 비정상적 자금 흐름이 포착될 경우 투입되는 조직으로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의 이전가격과 국외 특수관계자 거래를 전담하는 국제거래조사국까지 동시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단순한 정기 점검을 넘어선 특별 세무조사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국제거래조사국의 참여는 쿠팡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간 거래 구조, 이익 이전 여부, 이전가격 산정 방식 등이 핵심 조사 대상에 포함됐음을 시사한다. 쿠팡 Inc는 한국 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회사로, 그룹 차원의 자금 흐름과 수익 배분 구조 전반이 정밀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쿠팡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쿠팡은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대응 축소 논란에 휩싸였고, 국회 청문회에는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불출석해 책임 회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쿠팡에 대한 강경 대응 기류가 형성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영업정지 검토, 국회의 추가 청문회 및 고발 방침까지 이어지며 행정부 차원의 압박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국세청 조사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행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개별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나 구체적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이 동시에 투입된 만큼, 쿠팡과 미국 본사를 잇는 국외 거래 구조에 대한 고강도 검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를 현 정부의 대외·산업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정권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기업의 국내 정착과 시장 확대를 사실상 용인·지원하는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 대표 기업인 쿠팡을 압박함으로써 유통·플랫폼 시장 재편의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부 권력이 특정 기업에는 엄격한 잣대를, 특정 외국계 기업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정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