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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칼럼] 북한 장벽이 ‘북침 방어용’이라는 왜곡은 북핵 위협 물타기인가?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5-12-23 23: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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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설치 중인 높이 4~5m, 길이 수십~수백m의 대전차 방호벽 모습. 합참 제공

편집위원·육사 40기2024년 이후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북측 일부 구간에 장벽형 시설물, 전술도로 정비, 지뢰를 추가 매설했다. 한때 “휴전선 248km 전 구간 장벽”이라는 과장된 표현이 확산됐지만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DMZ 일부 구간에 설치된 대전차 장애물 형태의 방벽은 4개 구간 합산 약 10km 내외 수준이다. 


그러나 장벽 길이가 짧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축소할 수는 없다. 북한의 휴전선 방벽을 곧바로 “방어 공사”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 2023년 12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개 국가’ 발언 이후에 북한 정권은 통일 담론을 부정했고 통일을 정권 목표에서 제거했다. 남쪽을 같은 민족이 아닌 타국으로 규정했고, 조국통일 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했으며 장벽을 설치했다. 이는 기존의 대남적화 노선보다 더 강화된 북한의 위장전술로 보인다. 


1. 북한 장벽은 북침 방어용인가? 탈북 차단용인가?


북한이 설치한 장벽은 겉으로는 군사적 방호선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탈북을 막기 위한 심리적 차단선이다. 탈북을 차단하고 주민의 이탈 가능성을 봉쇄하려는 정치적 장치다. 장벽은 남북 단절과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심리적 상징물이다. 북한의 장벽은 방어 수단이 아니라 한국과의 적대 노선을 강화하면서 내부를 통제하려는 다목적 장치다. 


대전차 방벽 등 구조물도 전차 기동 저지보다는 주민 이동 통제와 심리적 억제에 가깝다. 이는 외부 침공보다 북한 내부 동요와 남북한 비교에서 비롯되는 인민 이탈을 두려워한 결과다. 이러한 성격은 외부 방어가 아닌 내부 이탈 차단을 목적으로 했던 베를린 장벽과 유사하며, 군사 명분 뒤에 주민 통제를 강화하려는 강권 통치의 물리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2. 북한 장벽을 ‘북침 방어’ 용도로 해석하는 것은 북핵 위협 물타기인가?  


李 대통령은 북한 장벽을 “북침을 막기 위한 북한의 방어 조치”라고 발언했다. 그 배경을 알 수는 없지만 이는 북한 남침의 역사적·전략적 사실과 어긋나고 우리의 위태로운 안보 현실을 오해와 상호 불신의 문제로 축소하며, 북핵이라는 구조적 위협의 본질을 정면으로 비켜가는 발언이다. ‘북침’이라는 단어로 북핵 위협을 역설적으로 부정하면서 북한을 편드는 고도의 심리전 발언으로 보인다. 


만약 핵이 없는 북한이 북침이 두려워 장벽을 쌓았다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핵을 가진 북한이 북침이 두려워 미니 장벽을 쌓았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어불성설이다. 적의 위협을 반대로 해석한 자체가 안보리스크이며 안보 불안 가중 행위다. 북한에게 오랜 기간 속아온 우리는 북한의 장벽은 단순한 방어용이 아니라 전략적 기만행위로 해석하는 것이 군사적 정황에 맞다. 


그동안 북한의 전술은 공세적이었고 같은 방법을 반복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이  뜬금 없이 기동전과 공세전에 불리한 전선 방어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1930년대 프랑스가 450km에 걸쳐 구축한 마지노선조차 독일군의 기동전술 앞에 무력화되었던 전사적 교훈을 외면한 채 DMZ 일부 약 10km 내외의 장벽을 구축한 것도 이상하고, 북한 장벽을  ‘북침 방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 또한 군사적 사실 왜곡이다. 


북한 장벽을 북침 방어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을 모르거나 북핵 위협을 흐리고, 북한의 고도의 기만전략을 가리는 물타기 논조에 불과하다. 이는 평화 담론이 아니라 평화를 앞세워 적의 위협을 흐리는 또 다른 위험 요소다.


3. 안보 정세를 반대로 인식하고 오판하는 안보 정책들 


북한 간첩을 못 잡게 하는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 적(敵) 도발 시 대응사격을 제한하는 국방부 방침, 6·25전쟁에서 최후의 5분까지 피흘려 확보한 군사분계선을 양보하여 적에게 영토를 넘긴 합참의 훈령, 북한 장벽을 ‘북침 방어용’이라고 진실을 호도하는 위정자, 노동신문을 자유롭게 보게 하자는 주장, 정전협정과 관계없이 평화적 DMZ 출입을 승인할 수 있게 하려는 특례 조항 등은 안보 정세를 반대로 해석하고 왜곡하는 무지이자, 국민과 국가를 안보 위기에 빠뜨리는 반역이다. 


북한 인민은 자유 방송도 들을 수 없고 인터넷도 접할 수 없는 정보의 오지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는데,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은 불법이라고 하면서 북한 정권의 선전 도구인 노동신문을 개방하자는 것은 우리의 대북 경계심을 무너뜨려 국가보안법 폐지 명분을 만들려는 꼼수로 보인다.  


안보는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생명과 국가 존립과 직결된 헌법적 책무다. 북한의 반복되는 입체적 군사 도발과 핵 위협은 그 의도가 명확하다. 적의 도발로부터 국민과 주권과 영토를 지켜야 하는 위정자가 평화를 명분으로 교전 수칙에 제동을 걸고 영토를 양보하며, 안보 역사를 반대로 해석하여 갈등을 양산하고 안보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은 안보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행위다. 


헌법이 규정한 ‘하나의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과 안보의 원칙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의 미니 장벽은 방어가 아니라 적대 노선의 물리적 표식이자 약한 척 하는 고도의 기만이다. 이를 오판해 북한 전략에 순진하게 말리거나 북한을 대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탄핵 대상이다. 


군(軍)만이라도 정치적 주문이 아니라 국토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군사분계선을 남쪽으로 조정하여 영토를 적에게 넘긴 훈령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 안보만큼은 여야를 넘어 국가적 합의로 지켜야 한다. 위중한 안보 현실을 외면한 평화 정책은 평화를 가장한 ‘안보허상’이자 ‘안보자해’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한미일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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