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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한미칼럼] 정치에 사법 녹이면 정의는 보복으로 바뀐다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13 23: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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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차는 왜 설명되지 않았는가
  • 강한 수사는 정의를 증명하지 않는다
  • 사법의 신뢰는 과정에서 무너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이 던진 절차에 대한 질문

 

법치는 결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치의 성패는 언제나 과정에서 갈린다. 

 

유죄 판결이 내려져도 절차가 납득되지 않으면 법은 권위를 잃고, 무죄 판결이 나와도 절차에 대한 불신이 남으면 사회는 분열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재판을 둘러싼 갈등은 유무죄 판단의 문제를 넘어선다.

 

법 집행이 과연 △ 동일한 기준 아래 이뤄졌는지 △ 그 시점과 방식은 정당했는지 △ 절차는 법치의 원칙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이 설명을 생략하는 순간, 사법은 판단 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연장선으로 오해받기 시작한다.

 

비상계엄 관련 혐의는 헌법 질서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엄격한 절차와 신중한 법리 적용이 요구된다. 

 

그러나 왜 이 사안에는 가장 공격적인 법적 해석과 수사 방식이 동원됐는지, 과거 유사 사례와 비교해 어떤 기준 차이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기준이 보이지 않으면 법 집행은 중립적 판단이 아니라 대상 선택으로 읽힌다.

 

시점 역시 설명되지 않았다. 

 

윤석열 재판은 새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정치적 판단과 행위에 대한 사후적 법 해석의 성격을 갖는다. 

 

그럼에도 정치 지형이 급변한 이후 수사와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이 남았다. 

 

정치적 갈등 국면과 맞물린 법 집행은 그 시점 자체로 정당성을 요구받는다.

 

집행 과정의 문제는 더욱 본질적이다.

 

수사는 권한의 범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하고, 그 권한 행사는 사전에 명확히 설명돼야 한다. 

 

어떤 수사 기관이 어떤 법적 근거로 이 사안을 담당했는지, 수사 개시와 확대가 관할과 직무 범위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영장 청구와 집행 역시 마찬가지다. 

 

영장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 경우에 한해, 필요성과 상당성, 그리고 최소 침해 원칙을 충족할 때만 허용되는 최후의 수단이다. 

 

체포와 구속은 언제나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 다른 대안이 실효성을 갖지 못할 때만 허용되는 예외적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나 자진 출석 요구 같은 단계적 대안이 왜 배제됐는지에 대한 절차적 설명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재판 단계에서도 절차적 균형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변론권은 형식적으로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느냐가 기준이다. 

 

공소 유지의 속도와 범위가 방어권을 압도하지는 않았는지, 쟁점에 대한 충분한 다툼의 시간이 확보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집행 과정이 설명되지 않을수록, 사법은 판단 기관이 아니라 응징 기관으로 인식될 위험을 스스로 키우게 된다.

 

또 하나 간과된 지점은 책임 구조다. 

 

비상계엄과 같은 국가적 판단은 단일 개인의 결단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책임이 특정 인물에게 집중되고, 제도와 보고 체계에 대한 총체적 검증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재판은 구조 규명이 아니라 인물 정리로 비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재판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유무죄가 아니다. 

 

이 재판이 끝난 뒤 사회는 “법이 작동했다”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가 사법의 형식을 빌렸다”고 기억할 것인가. 

 

법은 강한 처벌로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는다. 동일한 기준, 설명 가능한 시점, 절제된 집행, 납득 가능한 절차가 있을 때만 법은 신뢰를 얻는다.

 

법이 설명을 멈추는 순간, 법은 더 이상 설득하지 못한다. 


정치가 사법의 형식을 빌리는 순간,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보복이 된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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