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민노총 산하단체) 조합원들이 ‘리박스쿨’이 서울 일부 초등학교에 늘봄 강사를 공급한 것을 규탄하며 방과후수업 외주 위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26일, 통일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그동안 ‘특수자료’로 묶여 있던 북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인 로동신문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일반자료’로 재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같은 달 30일부터 전국 181개 특수자료 취급 기관에서 신분 확인이나 신청서 작성 등의 절차 없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성숙한 민주 시민 의식과 정보 판별 능력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로동신문 개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연 구독료가 1부당 무려 191만 원에 달하는 로동신문을 전국 기관에 배포할 경우 수억의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이 모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이것은 비용 문제를 떠나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北웹사이트도 차단 해제… 헌법은 무시해도 되나?
로동신문 개방에 더해 정부에선 북한 웹사이트의 단계적 개방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는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포함한 약 60여 개의 북한 웹사이트에 대해 온라인 접속 차단을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북한 사이트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접속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정부는 국회와 협력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북한 자료 이용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될 ‘국립평화통일자료원’을 2027년 개원 목표로 추진하며, 이를 뒷받침할 ‘북한 자료 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로동신문 및 웹사이트 개방 조치를 ‘안보 포기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은 우리 콘텐츠 접촉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엄격히 단속, 처벌하고 있는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대화 유도가 아닌 ‘저자세 굴종’이자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자해 행위라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엔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며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전물을 무차별적으로 유입시키는 것은 헌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보안 우려 및 해킹 위험성 무시해도 되나?
또한 정보기술(IT)·보안 전문가들도 북한 웹사이트 접속을 허용할 경우 일반 국민의 기기가 북한발(發) 악성코드나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로동신문 사이트 등을 보려다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이 ‘좀비폰(악성코드에 감염된 개인 스마트폰)’이 되어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원격 조종당하는 좀비 기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최근 북한 해킹 조직은 안드로이드 기기와 PC에 침투해 내부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초기화하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북한 웹사이트 개방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 치명적 위해가 될 소지가 다분하므로 주권자인 국민의 의견을 물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북한 웹사이트 개방 시 해킹 등 세계적 수준의 범죄 기술을 연마해 온 북한에서 이를 악용할 소지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워터링 홀(Watering Hole) 공격, 스피어 피싱(Spear Phishing), 국가 핵심 인프라 보안 공백 등이다. 북한 웹사이트 방문 만으로 이런 공격들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 워터링 홀 공격의 통로 역할
‘워터링 홀 공격’이란 사자가 먹잇감을 노리며 물가에 매복하듯, 사용자가 자주 찾는 웹사이트를 미리 감염시켜 두었다가 접속하는 순간 기기에 악성코드를 심는 정교한 해킹 수법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로동신문 등 북한 사이트가 개방될 경우 북한 웹사이트 자체를 감염시킨 뒤, 사이트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과 주요 인사들의 기기를 대거 감염시키는 통로로 악용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 사회공학적 해킹의 교두보 역할
로동신문 등 북한 사이트 계정을 생성하거나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개인정보가 스피어 피싱 등 2차 공격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스피어 피싱은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일반 피싱과 달리, 특정 개인이나 조직을 목표로 삼아 평소 관심사나 지인 관계를 사칭하여 접근하는 정교한 해킹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웹사이트 개방 시 수집된 개인정보가 맞춤형 악성 메일이나 메시지 유포에 악용되어 국가 기밀이나 금융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 국가 핵심 인프라 보안 공백 우려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정부·군 관계자나 주요 산업 종사자가 호기심에 접속했다가 기기가 감염될 경우, 해당 기기를 통해 국가 기간망이나 방산 기술 등이 해킹당하는 우회 침투 경로가 열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종인 고려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웹사이트 접속 허용 후 발생하는 해킹 피해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충분한 보안 인프라나 대책 없이 접속을 허용할 경우, 국가 차원의 사이버 대응력에 거대한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적 표현물 로동신문… 교육 현장에서 공개·전달될 우려
그러나 이런 모든 우려를 넘어 더 큰 문제는 ‘교육 현장’에 있다.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핵심 도구인 로동신문이 교육 현장에 침투해 그대로 공개될 경우와 함께, 비판적 수용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편향된 국가관·역사관에 노출될 위험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1999년 김대중정부에 의해 합법화된 이후 교육계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한 전교조는 노무현정부 때는 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그동안 우리 교육 현장에선 수십 년간에 걸쳐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향된 종북·좌파 이념 교육을 해 왔다. 그 결과 청소년기에 전교조에 의해 세뇌당한 지금의 30대 중반∼50대 중반의 세대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좌파를 지지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그동안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2005∼2008년 전북 임실중학교의 ‘빨치산 추모제’ 사건 등 반국가단체와 북한 찬양, 2005∼2007년 전교조 부산지부 소속 교사 4명이 북한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새 세대를 위한 통일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자료로 쓰는 등 수업에 이적물 활용, 2019년 인헌고등학교 사례처럼 교사가 수업 중 특정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거나 학생들에게 그 구호를 외치게 하는 등 편향된 이념 교육으로 지탄받아 왔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 기간 중 학생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비방을 유도해 선거에 개입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빗나간 행위에 대해 각 시·도 교육청에선 최고 수준의 처벌로 해임, 그 외에는 감봉·정직 정도로 대응했을 뿐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진 적도 없다. 단 한 차례 2013년 대법원에서 ‘새 세대 통일 교과서’ 사건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및 자격정지 판결을 내렸으나 전교조 소속 교사가 실형을 산 것은 아니고 ‘교사직 박탈’이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이들은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크고 작은 반국가 범죄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북한의 ‘로동신문’이라는 자료가 주어질 경우 우리의 교육 현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일 것이다.
리박스쿨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전교조의 교육 현장 오염 및 반국가·이적 행위에 비한다면 리박스쿨의 이념 교육은 그 정도나 방법이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의 것이었다.
리박스쿨은 이승만 대통령의 ‘리(Lee)’와 박정희 대통령의 ‘박(Park)’을 따서 명명(命名)된 교육 단체로, 2017년 설립되어 이 두 대통령의 업적 중심으로 현대사 교육을 목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조기대선이 끝나고 이재명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 단체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먼저 지난해 6월 대선을 앞두고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이라는 이름의 댓글팀을 조직하여 온라인상에서 여론 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어서 리박스쿨을 통해 교육을 이수한 강사 150여 명이 초등 방과 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강사로 활동한 것도 ‘극우 세력의 공교육 현장 진입’이라며 문제로 삼았다.
또한 윤석열정부 당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대통령실을 방문하거나 대통령실의 압박으로 교육부가 리박스쿨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리박스쿨은 전교조 교사들처럼 대놓고 편향된 이념 교육을 하거나 ‘빨치산 추모제’ 등의 이적 행위를 한 적도 없고, 제기된 것은 하나같이 의혹이나 좌파의 비난 여론일 뿐 현실적으로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입증돼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이재명, 정권 잡고 최초로 한 일이 ‘리박스쿨’ 쪼개기
이재명은 조기대선 후보 시절부터 리박스쿨의 활동을 ‘국기를 흔드는 반란 행위’로 규정하고, 배후 의심 세력을 포함한 잔뿌리까지 찾아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공표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리고 정권을 잡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도 ‘리박스쿨’을 겨냥한 핍박이었다.
교육부는 손효숙 대표를 정책자문위원직에서 즉각 해촉하고,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해 리박스쿨 관련 강사들을 늘봄학교 교육 현장에서 전원 배제 조치하는 등 발빠르게 이재명의 뜻을 따랐고, 경찰 또한 손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리박스쿨 사무실 및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손 대표를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 설립 및 여론 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권이 이처럼 리박스쿨에 신경을 곤두세운 이유는 뭘까. 교육 현장에서의 이념 교육은 ‘미래 세대의 가치관 선점’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이념적 자양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수단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우파의 自省과 단합,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
좌파는 교육과 선동의 힘을 안다. 그래서 좌파인 전교조는 끝까지 지키려 하고 우파인 리박스쿨은 철저히 짓밟는 것이다. 북한 ‘로동신문’ 개방에 숨겨진 의도 가운데 하나도 결국은 교육 현장에서의 이념 교육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파는 왜 이렇게 순순히 모든 것을 내주는가. 리박스쿨의 활동이 멈추고 빈사상태에 빠져 있어도 우파에선 누구 하나 나서서 이를 바로 잡거나 도우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로동신문 개방이라는 황당한 현실을 마주한 지금, 정권을 빼앗긴 것은 물론이요 사회 분위기마저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게 되어 버린 현실에 대해 우파에게도, 아니 우파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작지 않다.
박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