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사진=연합뉴스]
사전투표와 국민투표 관련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국민투표법 전부개정안 조문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권 확대라는 개정 명분과 달리, 법안 후반부에 표현 규제와 권한 확대 조항이 집중적으로 포함됐다는 지적이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되면서다.
‘국민투표자유방해죄’ 신설… 형사처벌로 입막음
행정안전위원회 제출안에 따르면 개정안 제96조는 ‘국민투표자유방해죄’를 신설하고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사전투표·국민투표 및 개표에 관한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해 투표의 자유를 방해한 경우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조문은 폭행·협박, 강요, 선관위 업무 방해와 같은 행위와 동일한 범주로 묶여 있어 단순 행정 위반이 아닌 중형 처벌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정안 설명 부분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 게시물의 삭제와 통신 관련 국민투표범죄 조사 권한을 규정하고 처벌 조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는 온라인 표현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근거가 법률 차원에서 확대됐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국민투표운동 규정 역시 대폭 바뀌었다. 개정안은 “여러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지지하게 하는 행위”를 운동 범위에 포함시키고 국민투표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운동을 허용하도록 했다.
참여 확대라는 명분이지만, 동시에 허위정보 유포 처벌 조항이 강화되면서 운동 자유 확대와 표현 규제 강화가 동시에 이뤄진 ‘이중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후 법적 대응 통로도 좁아졌다. 개정안은 국민투표 무효소송 제소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남소 방지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표현 규제 조항과 결합될 경우 투표 결과에 대한 사후 검증 기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선관위 권한 집중 논란
총칙에서는 선관위 협조 의무를 강화하는 규정도 눈에 띈다.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선관위의 협조 요청에 우선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게시물 삭제와 조사권 신설 조항과 결합될 경우 권한 집중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표인명부 사본 교부 대상을 보조금 배분 대상 정당까지 확대하는 규정 역시 데이터 접근 범위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외국민 투표권 확대와 사전투표 도입이라는 전면부 개정 내용 뒤에 표현 규제와 권한 구조 변화가 함께 설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진짜 쟁점은 개헌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할 수 있고 어디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둘러싼 경계선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갈 경우 개헌 논쟁과 별개로 ‘여론전의 규칙’을 둘러싼 충돌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