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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 함양~울산 고속도로 공사 , ‘무자격자 알선·뒷돈’
  • 김영 기자
  • 등록 2026-04-15 19: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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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비업자들 “배차 받으려면 돈 내야 했다”… 관행처럼 굳은 불법 알선
  • 공공공사 현장까지 파고든 인맥·권력 의혹… 근절되지 않은 이권의 민낯

 

공공 인프라 사업 현장에서 무자격자의 개입과 금품 수수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공공사 관리 체계 전반의 허점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미일보는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무자격자가 장비 알선과 배차에 개입하고, 장비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아온 정황을 확인했다.

 

한미일보가 확보한 장비업자 및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현장에서는 덤프트럭과 불도저 등 토목 장비 투입 과정에서 무자격자인 A씨가 사실상 배차 창구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해당 토목 하도급업체 소속도 아니고, 별도의 사업자 등록도 없는 개인이었지만, 현장에서는 A씨를 통하지 않고서는 장비 투입이 쉽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복수의 장비업자들은 “장비를 넣으려면 A씨에게 돈을 줘야 했다” “배차를 받기 위한 일종의 통행료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공식 계약이나 수수료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특정 개인에게 금품이 반복적으로 지급됐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비 투입 방식에 따라 오간 금액도 달랐다는 증언이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이를 이른바 ‘탕띠기’와 ‘월대’로 구분하는데, 탕띠기의 경우 장비 1대 투입 단위로 비용이 책정되는 방식이며, 월대는 일정 기간 단위로 장비를 묶어 투입하는 방식이다. 


관련자들 증언에 따르면 탕띠기의 경우 1만5000원에서 2만원가량, 월대의 경우에는 수십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액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작동해왔다는 점이다.

 

한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를 수주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토목공사를 하도급받은 업체가 A씨에게 장비 배차 권한을 사실상 넘겼고, A씨는 이를 바탕으로 장비업자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의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건설현장에서 장비 수급과 배차는 통상 하도급업체의 관리 영역이다. 이 권한이 무자격 개인에게 넘어갔다면, 단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건설기계는 화물처럼 ‘주선업’이 따로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기본은 장비 소유주 또는 대여업자가 직접 현장에 투입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무자격 제3자가 배차를 틀어쥐고 수수료를 받았다면, 이는 통상적 영업행위라기보다 비공식 중간 개입으로 볼 여지가 크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특정 현장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비업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무자격자의 배차 개입과 알선수수료 지급은 일회성이 아니라 현장 안팎에서 관행처럼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그런 구조에 적응하게 된다”며 “오래된 현장일수록 ‘원래 그런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인맥과 권력 뒷배 의혹

 

더 주목되는 부분은 이러한 구조의 배경에 인맥과 권력이 작동했을 가능성이다. 

 

지역 정가와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A씨가 무자격 상태에서도 배차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중진 국회의원과 대형 건설사 전직 경영진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이를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으며,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일보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관련 정치권 인사와 전직 건설사 관계자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법률적으로도 쟁점은 적지 않다. 


건설산업기본법상 등록되지 않은 개인이 건설 관련 거래에 개입해 알선이나 중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특히 장비 배차와 같은 핵심 기능까지 수행했다면 무허가 알선으로 평가될 소지가 크다. 여기에 금품 수수의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형사 책임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구조가 공공 인프라 사업 현장에서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건설은 대표적인 공공사업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무자격자가 배차를 좌우하고, 장비업자들이 돈을 내야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면,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금품 수수 여부가 아니다. 


누가 이 구조를 만들었고, 왜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는가다. 


공공공사 현장에서조차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비공식 권력 구조를 드러낸 이번 사안에 대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구조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쟁점] 건산법 위반부터 배임수재·업무상배임·특경가법까지

 

첫째, 무자격자의 장비 알선·배차 개입이 단순 편의를 넘어 불법하도급 질서 훼손이나 무등록 영업에 준할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 

 

둘째, A씨가 실질적으로 배차권을 행사하며 장비업자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배임수재 성립 여부가 쟁점이다. 


셋째, 하도급업체나 현장 책임자가 무자격자에게 권한을 넘겨 회사나 발주 질서에 손해를 초래했다면 업무상배임 검토가 가능하다. 

 

넷째, 이런 구조가 장기간 반복돼 이득액이 5억원을 넘길 경우, 특경가법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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