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전 영웅들’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 이곳에 묻힌 이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탈북자 주제에 건방지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너무 답답하여 하소연을 해본다.
내가 이제는 몸이 불편하여 애국 동지들이 애국 시위에서 연설 한마디를 부탁해도 들어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어제는 아픔 몸을 끌고 경찰서에 불려 가서 또 조사를 받았다. 세 번째 조사다. 바로 5·18 재단이라는 곳에서 내가 지난날에 5·18과 관련하여 썼던 글들을 모아서 5·18 관련법 위반으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물론 조사는 그 어떤 강압도 없이 마쳤다. 이제는 검찰의 조사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재판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나에게 무죄를 선포할 검찰이나 법원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겁은 안 난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참으로 피를 말리는 지루한 기다림이다. 감옥엘 가든 벌금을 물든 하루빨리 이 놀음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이 고발한 부정선거 건까지 걸렸으니 더 지친다.
최악의 독재사회 북한에서 50년을 살면서도 단 한 번도 불려 가본 적이 없고, 서 본 적이 없는 경찰서와 재판정이다.
그런데 자유를 찾아서 온 대한민국에서 글 몇 자 쓴 죄로 당한다고 생각하면 나의 인생 말년도 참으로 웃긴다. 대한민국이 정말 언론의 자유가 있는 민주 국가가 옳은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분명히 북한에서 5·18과 관련한 것들을 보고 들었다. 1980년 5월은 내가 대학 2학년 때였다. 그때에 남조선 소식이라며 TV에서 생방송으로 시위 현장을 계속 보여주었다. 남조선 군대가 시위자들을 끌고 가는 장면도 최루탄을 쏘는 장면도 보았다.
한국식 발음의 남자 방송원은 군대가 대검으로 여대생의 젖가슴을 도려내고 임산부의 배를 갈라 죽였다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저놈들은 인간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직접 여성의 젖가슴을 도려내고 배를 가르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말만 계속해서 떠들었다. 그 당시에 왜 그 장면들은 보여주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때에 그 TV를 정말 보고 들었다는 증거가 있다. 그 당시 방송원 남자는 군인들이 대검으로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여대생 젖가슴을 도려냈다고 해서 나는 “남조선 군대는 총도 들고 일본 순사들처럼 큰 칼도 차고 다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그 대검이라는 것이 북한식 말로는 총창이라고 부르는 총에 장착할 수 있는 칼이었던 것이다. 즉 북한에는 “대검”이란 말 자체가 없다. 총창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도 기껏해야 칼날이 30cm 정도일 칼을 왜 대검이라고 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남한에 와서 보니 젖가슴이 잘려 나가서 죽은 여대생에 대한 말은 전혀 없다. 그렇게 많이 배가 갈라져 죽었다던 임산부도 없다. 그러면 그때에 그 한국말을 쓰던 그 남자 방송원은 누구였으며 왜 그런 뻥을 쳤는가?
전라도 시인 정재학은 자기 글에서 썼다. “우리가 2학기 복학 후 확인한 결과 죽었다는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라고. 그러면 그 젖통이 잘려서 죽었다던 여대생들은 다 어디로 갔으며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가 평양에서 보았던, 매년 진행하는 5·18기념보고대회장 맨 앞 좌석에 사복 차림으로 않곤 하던 그 5·18 참전 영웅들과 평양 애국열사릉에 안장된 5·18 영웅들의 무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한국에 와보니 5·18과 관련하여 해명해야 할 진실들은 너무나 많이 감춰져 있다. 그래서 이 무식한 탈북자가 대한민국이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인 줄도 모르고 궁금한 문제들을 글로 몇 건 썼다. 그랬더니 아무런 설명도 해명도 없이 무작정 법에 고발해 버린다.
나는 속았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투사들이 박정희, 전두환 독재를 청산하고 나라의 민주화를 실현했다고 자랑하기에 그런 줄 믿고 어리석게도 나의 생각을 그냥 글로 썼던 것이다.
한국에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모른 것은 내가 무식한 놈이다. 나의 무식함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이 글을 또 쓴다. 누군가가 무식함을 고치는 약은 없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대한민국 국민들과 정부는 이 무식한 탈북자의 질문에 답을 해보라.
첫째; 대한민국이 정말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가?
둘째: 5·18 유공자 명단과 5·18의 숨겨진 수많은 진실을 왜 밝히지 못하는가?
셋째; 국가와 사회단체가 국민의 의문을 해명해 줄 대신 범죄자로 몰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젠가는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 김태산 고문
한미일보 고문, 전 체코 주재 북한 무역회사 대표. 한국에서는 북한사회연구원 부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남북관계와 북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