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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정권 박탈 사건에 침묵하는 정치인은 공범인가?
  • 관리자 관리자
  • 등록 2026-06-05 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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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용지 부족은 단순한 현장 착오가 아니다
  • 선거 결과보다 절차 확인이 먼저
  • 침묵하는 정치인은 참정권 침해를 방조하는 것

 

6·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선거 절차에 대한 국민적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들이 국가의 선거관리 실패로 정해진 시간에 제때 투표하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국민의 참정권이 현장에서 침해된 사건이다.

 

선거는 결과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선거의 정당성은 유권자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방해 없이 투표할 수 있었다는 절차적 신뢰 위에 선다. 


누가 당선됐는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왜 투표용지가 부족했는가. 충분한 예비 투표용지가 있었다면 왜 현장에 배분되지 않았는가. 투표 지연 과정에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는 없었는가. 투표함의 봉인, 보관, 이송, 개표 과정은 모든 참관 절차를 충족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없이 “결과가 나왔으니 승복하라”고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절차를 결과의 부속물로 보는 위험한 태도다. 


선거관리 실패를 문제 삼는 일을 곧바로 불복이나 다른 주장으로 몰아가는 것도 옳지 않다. 선거 불신을 줄이는 길은 의문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공개 검증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물론 재선거 여부나 선거 무효 여부는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될 문제다. 


그러나 정치권의 책임은 그보다 앞선다. 정치인은 선거 결과의 수혜자이기 전에 선거 제도의 수호자여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절차 하자를 외면한다면, 그 정치인은 유권자의 권리보다 자신의 당선과 당리당략을 앞세운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 앞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태도는 한심하다. 일부는 선거 결과 계산에 몰두했고, 일부는 당권 싸움과 책임론에 빠졌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어느 당이 몇 석을 얻었는가가 아니다. 국가가 투표용지 하나 제대로 배분하지 못한 채 선거를 치렀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다.

 

참정권은 헌법상 권리다. 


투표소에 간 국민이 투표용지 부족으로 기다리고, 항의하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면 국가는 이미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이 침묵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다. 침묵은 책임 회피이고, 책임 회피는 제도 실패의 방조다.

 

선관위는 즉시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투표용지 제작 수량, 투표구별 배분 기준, 예비분 보관 장소, 추가 배분 요청과 실제 이동 시각, 투표 지연 및 중단 시간, 현장 책임자 보고 체계, 투표함 봉인·보관·이송·개표 기록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했다면 그 판단 근거와 절차도 공개해야 한다. “문제없다”는 말은 설명이 아니다. 기록으로 입증해야 한다.

 

국회도 움직여야 한다. 


국정조사든 청문회든, 필요하다면 특검 논의든 절차적 진상 규명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선거관리 실패는 여야의 이해관계로 흥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긴 쪽이 덮고, 진 쪽만 외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투표권이 현장에서 침해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적 문제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한 표로 권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한 표가 행사되는 절차가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사람도 정치인이다. 


참정권 침해 앞에서 침묵하는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선거 결과의 소비자일 뿐이다.

 

법적 공범 여부는 수사와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은 이미 분명하다. 


참정권 침해 앞에서 침묵하는 정치인은 민주주의의 방관자이며, 방관자는 때로 공범보다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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