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0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임관장교들이 정모를 하늘로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육군]
최근 정부가 추진하여 육사 출신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사관학교 통합정책은, 던진 자에게 되돌아와 상해를 입히는 ‘리터닝 부메랑(Returning Boomerang)’이 될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부정선거 의혹이 점증되고 있는 ‘6·3지방선거’의 후폭풍보다 더 결정적인 타격을 가해올지도 모른다.
현 정부는 2025년 9월부터 2026년 4월에 걸쳐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면서 육사를 사실상 폐교시키는 길로 나서고 있다.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해 3군 사관학교를 각 단과대학으로 통합하고, 1·2학년과 3·4학년을 분리 수용하며, 육사는 지방으로 이전시킨 뒤 그 자리(화랑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예비역 모임인 육사총동창회는 이에 황당함을 느끼고 2차에 걸친 정책진단포럼을 열어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규명했다. 아울러 국방부 측에 해당 정책 추진의 재고 및 철회, 그리고 상호 소통을 위한 공청회 개최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사관학교 통합정책이 온당치 못한 이유 첫째는 정부가 ‘군간 합동작전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이는 육·해·공 각 군의 전문성이 고도화될 때 비로소 합동 효과가 위력을 발휘한다는 기본적인 군사 상식을 외면한 처사다.
게다가 합동작전은 영관급 장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익히는 것이므로, 생도 시절에는 그다지 시급하거나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둘째, 육사의 터전인 화랑대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국군의 요람이자, 선배 생도들이 6·25전쟁에 참전해 피를 흘린 성지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화랑대를 잃는다는 것은 육사 생도와 전·현직 장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박살 내는 것과 다름없다.
지방으로 이전된 육사는 생도들의 질적 하향을 초래할 것이며, 학년별 분산 수용은 선·후배 간의 이끌어줌과 연대감, 그리고 절차탁마로 이어져 온 애국심과 호국의지를 흐려놓을 것이다.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국방력의 구심점이었던 육사의 전통적 충혼 정신이 말살되고, 최정예 간성 육사라는 최후의 보루를 국가 스스로 궤멸시켜 안보를 약화하는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전통과 전문성’은 세기적인 군사 전략가 나폴레옹도 강조했던 전투력의 근본이다. 화랑대를 떠나 사관학교가 통합된다면 이 근본이 짓밟히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니 육사 출신들로서는 이 사태를 국가 안보 최대의 위기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방당국이 육사총동창회의 이처럼 합당한 문제 제기에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공청회 같은 토론의 장조차 내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민주주의를 표방해 온 현 좌파 정권이 스스로 가장 비민주적인 독재정권임을 낙인찍는 행위다.
특히 국익의 최우선인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안임에도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무시한 채, 마이동풍식으로 독단적 강행을 이어가는 것은 국민의 안위를 너무나 가벼이 여기는 처사로 국민적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방당국이 끝내 육사총동창회의 입장을 무시한다면, 이 정책은 시비 규명 과정에서 온당치 못한 것으로 명명백백히 판명되어 육사 출신은 물론 전 애국 국민의 격렬한 저항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현재 사관학교 통합을 반대하는 육사총동창회의 입장은 단호하고 강경하다. 육사를 내란 세력의 온상으로 내몰아 정예 교육기관의 뿌리를 뽑으려는 정부당국의 정치적 셈법과 달리, 육사는 철저히 비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전 육사 출신들은 자신들의 대의가 정당하다는 신념 하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하는 순간 청년기의 사생관은 곧 국가관으로 이어졌고, 최우선 국익인 안전보장과 국방에 매진하는 안보관으로 무장되어 왔기 때문이다.
안보 전선에 종사하는 군인들은 일반 국민과 달리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대처하는 훈련을 거듭한다. 전장에서의 승리는 물론, 부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순간적인 판단력을 배양하는 데 진력해 왔다. 생도 시절의 학과 시험조차 그러한 훈련의 연장이었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이들의 판단 흐름은 이심전심으로 대동소이하다. 그만큼 오랜 훈련을 통해 다져진 사세(事勢) 판단 역량이 합리적으로 발전해 욌다는 뜻이다. 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익힌 스스로의 능력에 완전한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신념이 결국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힘이 된다.
군문을 떠나 전역한 지 오랜 노병이 된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청년기 4년간을 수련하며 가슴에 품은 국가와 민족, 정의와 명예의 뿌리가 뽑혀 나가고 내 전 생애가 빛을 잃어가고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이제 육사를 지키는 것이 여생의 가장 보람찬 사명이 될 것이다.
사관학교 통합을 독재적으로 강행하는 정부당국은 결국 반민주 세력이자, 3군 사관학교의 정신전력을 말살해 대적(對敵) 국방력을 훼손하는 반국가세력, 즉 이적(利敵)의 범죄자로 기록될 것이다.
상부의 지시에 자의든 타의든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육사 출신 포함 현역 군인들은, 12·3계엄 당시 대통령에게 복종했다는 이유로 내란 세력으로 몰려 법정에 섰다. 이제 공수(攻守)의 입장이 바뀌게 될 것이다.
오늘 죽고 내일 역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현직에 있는 자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을 내걸고 직언할 때다. 그것이 아니라면 통합 반대 여론을 무마할 합당한 방책을 찾아내 총동창회에 확실한 답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 잘못된 정책의 후과(後果)는 필경 누구에게든 돌아갈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면, 머지않은 내일에 반드시.
덧글: 정책당국에는 경종을 울리고, 육사 출신들에게는 용기를 주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5월18일, 사관학교 통합 이슈를 진단한 2차 정책포럼에 참석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한 여성 의원은 “이 문제는 사관학교 출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적 안보 문제로 대두시켜야 할 사안”으로 “부디 사관생도 신조대로 끝까지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 육사 출신은 그 말을 따를 것이다.
◆ 一鼓 김명수
육사 27기
육군소령 예편
전 안기부 대북심리전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