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두 번째)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왼쪽 두 번째)이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조찬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당대표제 폐지와 원내정당화, 국민공천 제도화 등 국민의힘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당대표제를 폐지하고 원내대표 중심의 정당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충돌을 없애고 국회 중심의 책임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구상에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빠져 있다. 당원이다.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는 자리를 둘로 늘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과거 제왕적 총재가 당무와 공천, 원내 전략까지 독점하던 폐단을 막기 위해 정당 전체를 대표하는 당대표와 소속 국회의원을 대표하는 원내대표의 권한을 나눈 것이다.
투톱 체제가 비효율적일 수는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당대표를 없애고 원내대표에게 당권까지 몰아주는 것이 정당개혁은 아니다. 권력자를 한 명으로 줄이는 것과 권력을 민주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먼저 물어야 한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인가, 국회의원인가.
원내대표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뽑는다. 당대표는 당원과 국민의 참여를 통해 선출돼 원외 당협위원장과 지방의원, 낙선 후보와 평당원까지 포함한 정당 전체를 대표한다. 당대표를 폐지하고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하게 되면 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권리는 수많은 당원에게서 소수 현역 의원들에게 넘어간다.
이는 권력 분산이 아니다. 당원 대표권의 폐지다.
제왕적 당대표가 문제라면 당대표의 공천권과 조직권을 당원과 지역조직, 독립된 공천기구에 나눠야 한다. 당원투표와 지도부 소환제도를 강화하고, 주요 당헌 개정과 합당, 공천 규칙을 당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
당대표의 권한을 원내대표에게 그대로 넘기는 것은 분권이 아니라 원내권력과 당권을 한 사람에게 합치는 새로운 권력 집중이다.
공천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원내대표가 국회 전략뿐 아니라 공천관리기구 구성과 후보 확정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현역 의원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뽑고 그 대표가 다시 현역 의원들의 공천을 좌우하는 구조가 된다. 정치 신인과 원외 인사는 현역 의원단이 만든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공천도, 당원공천도 아니다. 현역 의원들이 당의 진입로를 통제하는 ‘의원 카르텔’이다.
당의 재정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령 매달 1000원의 당비를 내는 당원이 100만 명이라면 월 10억원, 연간 120억원이다. 여기에 정당은 국회의석 수와 총선 득표율 등을 기준으로 국민 세금에서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당원의 돈과 국민의 세금으로 중앙당과 시·도당, 정책기구와 지역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비는 당원에게 받고, 국고보조금은 국민에게 받으면서 당의 권력은 현역 의원들만 행사하겠다는 것인가. 지도부를 선출할 권리도, 공천을 통제할 권리도 없다면 당원은 주권자가 아니다. 돈을 내고 선거운동에 동원되는 후원자일 뿐이다.
당원에게 권리를 주지 않으면 당비를 계속 낼 명분도 약해진다. 당비 기반이 무너지면 당 조직은 국고보조금과 현역 의원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된다. 당원정당이 세금과 의원단으로 운영되는 원내 정치조합으로 변하는 것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해 온 국민의힘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사당화와 권력 집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재명조차 당대표제를 없애고 국회의원들끼리 선출한 원내대표에게 당권을 넘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 목적이 당원주권이었는지,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권력 강화였는지는 별도로 평가할 문제다. 분명한 것은 의원단의 권력을 당원 쪽으로 옮기는 방향이었지, 당원의 권리를 의원단이 회수하는 방향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의 사당화를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이재명조차 하지 않은 당원 대표권 폐지를 개혁이라 내놓는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오 시장과 윤 의원은 네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당원의 지도부 선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공천권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당비를 내는 당원은 어떤 권한을 갖는가.
원내대표에게 집중되는 권력은 누가 견제할 것인가.
답 없는 당대표 폐지는 ‘당내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원에게서 당을 빼앗아 현역 의원들에게 넘기는 ‘권력 재편’일 뿐이다.
당비는 당원이 내고, 국고보조금은 국민이 내는데, 권력은 의원들만 갖겠다는 것인가.
국민의힘이 말해 온 당원주권이 진심이었다면 당대표 폐지보다 당원에게 더 많은 권력을 돌려주는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