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설] 중앙선관위는 선거소청 생중계하라
  • 관리자 관리자
  • 등록 2026-07-25 12:58:27
기사수정
  • 내란 재판은 공개하면서 국민 참정권 침해 심리는 왜 감추나
  • 수사 대상 선관위가 자신의 관리 행위 판단하는 ‘셀프 심판’
  • 결정권까지 쥐고 국민의 감시마저 거부한다면 후안무치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압수수색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합수본은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율 허위 입력과 전산 통계 임의 수정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선거소청 구두변론의 방송 중계를 끝내 거부했다고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출석해 구두변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앙선관위는 그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청인의 주장은 듣되 국민의 눈과 귀는 가리겠다는 결정이다.

이번 선거소청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다. 

지난 6월 3일 서울 송파구 일대 12개 투표소를 비롯해 강남구와 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도 이를 국민의 참정권 침해를 야기한 사건으로 보고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지역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국민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았는지, 선거 관리기관의 위법·부실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리는 절차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선거의 정당성을 심판하는 자리다. 이보다 더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공적 절차가 어디에 있는가.

내란 혐의 재판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내란·외환·반란 범죄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 역사적 기록의 필요성을 고려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 일부와 1심 선고 과정을 중계했다. 공판 개시부터 증인신문 전까지의 절차도 공개됐다.

물론 형사재판과 선거소청은 법적 성격과 공개 근거가 다르다. 형사재판의 중계 기준을 선거소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절차의 형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국민의 참정권 침해 여부를 심리하는 과정까지 밀실에 가둬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중앙선관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사태는 내란 재판에 비해 민주주의 훼손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는가. 내란이 헌정질서를 무력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면, 선거 관리 실패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것은 헌정질서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다. 

선거가 무너지면 그 선거로 구성된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도 흔들린다.

내란 재판은 국민에게 보여주면서 선거의 적법성을 가리는 심리는 닫힌 문 안에서 하겠다는 기준을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선거소청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기관의 편의에 따른 이중잣대일 뿐이다.

더욱이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건에서 중립적인 제삼자가 아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은 중앙선관위와 산하 선관위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지역선관위 위원장 등 10여 명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절차에서는 수사 대상이 된 조직이 선거소청에서는 자신과 산하기관의 관리 행위가 적법했는지를 판단한다. 선거를 관리한 기관이 자신의 잘못을 심리하고 자신이 내린 결론을 국민에게 통보하는 ‘셀프 심판’이다.

이런 구조가 정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지방선거의 효력에 관한 소청을 중앙선관위 또는 시·도선관위가 심리하도록 정했다 하더라도, 중앙선관위는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상쇄하기 위해 심리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법이 중앙선관위에 결정권을 줬다고 해서 국민의 감시까지 차단할 권리를 준 것은 아니다.

심판기관의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사건일수록 공개는 선택이 아니다.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어떤 증거가 제출됐는지, 소청인과 피소청인이 무엇을 주장했는지, 위원들이 어떤 질문을 했고 선관위가 무엇이라고 답했는지를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선관위 내부의 평의와 최종 표결까지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위원들의 토론과 의결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구두변론과 증거 공방까지 모두 가릴 이유는 없다. 개인정보나 투표의 비밀과 직접 관련된 자료가 있다면 해당 부분만 제한하면 된다. 

예외적으로 보호해야 할 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심리 전체를 비공개로 돌리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처사다.

생중계는 장동혁 대표나 특정 정당에 제공하는 정치적 특혜가 아니다. 국민이 맡긴 선거권이 어떻게 관리됐고 그 권리가 실제로 침해됐는지를 확인하는 민주적 감시 절차다. 

공개 여부를 중앙선관위가 베풀거나 거둬들일 수 있는 시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결정문 몇 장을 사후에 내놓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이 보지 못한 심리에서 중앙선관위가 자신과 산하기관의 책임을 판단한 뒤 승복하라고 요구한다면 누가 그 결정을 신뢰하겠는가. 기각하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이 커질 것이고, 인용하더라도 심리 과정이 가려진다면 판단의 객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수사 대상 기관이 심판권까지 행사하면서 국민의 감시마저 거부하겠다는 태도다. 자신들의 선거 관리가 적법했다고 확신한다면 국민 앞에서 입증하면 된다.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선거의 주인은 중앙선관위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 한 표를 국민 몰래 심판할 권한은 어느 기관에도 없다. 

중앙선관위는 방송 중계 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개인정보와 투표의 비밀에 관한 예외적 부분을 제외한 선거소청 구두변론과 증거 공방을 국민에게 생중계하라.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7-25 14:46:52

    선거부정 행위에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선관위는 선거소청에서 제외시키고, 공정하게 시민이 검증하게 하자.

정기구독배너
유권자 등록·표 바꿀 수 있다”
  • 10 트럼프가 콕 찝어 보여주는 문서 2장에 담긴 내용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