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함께 사용하는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부정선거 특검법은 특검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서울고법이 접수 후 48시간 안에 판단하도록 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국회를 통과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부정선거 특검법)에는 뚜렷한 비대칭 구조가 들어 있다.
특검 후보를 정하는 과정은 닫혀 있고 출범 문턱은 높다. 그러나 일단 특검이 임명되면 수사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폭넓게 보장한다. 수사가 법률이 정한 범위를 벗어났는지는 서울고법이 단시간에 판단하고, 기소 이후의 법정은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출범은 어렵게, 수사는 강하게, 수사범위는 법원이 통제하고, 재판은 공개하는 구조다.
한 명만 반대해도 후보 2명 못 정한다
특별검사후보국민추천위원회는 국회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한 3명씩 모두 6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원회의 일반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추천할 특검 후보자 2명을 결정할 때는 기준이 달라진다. 재적위원 전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된다.
추천위원 가운데 한 명만 반대해도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없는 구조다. 법은 대한변호사협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추천한 후보자 6명을 모두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2명을 추천하도록 정했지만,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표결이나 자동 추천으로 교착을 해소하는 절차는 따로 두지 않았다.
반면 대통령의 임명 지연에는 대비책이 있다.
대통령은 추천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후보자 2명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기한 안에 임명하지 않으면 두 후보 가운데 연장자가 특별검사로 임명된 것으로 본다.
대통령 한 사람의 지연으로 특검 출범이 무기한 미뤄지는 상황은 차단했지만, 추천위원 한 사람의 반대로 후보자 자체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출구를 만들지 않은 것이다.
추천위원 만장일치 규정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합의 장치다. 동시에 정치적 대립이 격화하면 한 명의 거부만으로 특검 출범 전체가 멈출 수 있는 취약점이기도 하다.
공포일부터 공소시효가 멈춘다
높은 출범 문턱을 넘으면 수사시계는 빠르게 돌아간다.
특검법은 법이 공포된 날부터 특검 수사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수사대상 사건의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본다. 후보 추천과 임명, 사무실 확보와 수사팀 구성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사이 공소시효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
특검에게 주어지는 20일의 준비기간도 단순한 행정 준비기간은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수사 시설을 확보하고 특별검사보 임명을 요청하는 등 직무 수행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증거 멸실을 막기 위해 신속한 증거수집이 필요하면 준비기간 중에도 관련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기존 수사기관에서 인계받은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도 가능하다.
서버 접속기록과 데이터베이스 변경 이력, 내부 메신저와 이메일, 폐쇄회로(CC)TV, 투표용지 인쇄·납품 자료처럼 삭제·변경·폐기될 가능성이 있는 증거를 준비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준비기간이 끝나면 기본 수사기간 90일이 시작된다. 특검은 필요한 경우 대통령과 국회에 사유를 보고하고 30일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그래도 수사를 끝내지 못하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다시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두 번째 연장 요청에 대통령이 기한 안에 승인 여부를 통지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간주한다. 준비기간 20일까지 합치면 특검 임명 후 전체 활동기간은 최장 170일이다.
출범 전에는 추천위원 한 명이 특검 출범을 막을 수 있지만, 출범한 뒤에는 준비기간과 공소시효를 이용한 시간 끌기가 어렵도록 설계했다.
권창영 종합특검 현판식. '부정선거 특검법'에 명시된 기본 조직은 특검과 특검보·파견검사·파견공무원·특별수사관을 합해 최대 166명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166명 기본 조직에 기존 수사팀까지
법에 직접 명시된 특검 조직의 최대 인원은 모두 166명이다.
특별검사 1명과 특별검사보 5명, 파견검사 20명, 파견검사를 제외한 파견공무원 70명, 특별수사관 70명으로 구성된다. 특별수사관은 수사대상 사건의 범위에서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실제 수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법에 정원이 명시된 166명보다 늘어날 수 있다.
특검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공소제기·공소유지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이첩 요구를 받은 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15일 동안 사건을 넘기지 않으면 해당 사건은 특검에 이첩된 것으로 본다.
특검은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기존 담당 검사·군검사·공수처 검사·사법경찰관·관계 공무원에게 특검의 지휘를 받아 계속 수사하거나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사건을 담당한 검사·군검사·공수처 검사는 특검에 파견된 것으로 보면서도 파견검사 20명 정원에는 산입하지 않는다. 기존 수사팀이 확보한 자료와 수사 경험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특검 조직을 결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166명은 특검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절대적 상한이라기보다 법률에 정원이 직접 규정된 기본 조직의 최대치에 가깝다.
출범은 추천위원 6명의 만장일치를 요구할 만큼 어렵지만, 일단 출범하면 기존 수사팀까지 지휘체계 안에 편입할 수 있는 대규모 수사조직이 가동되는 셈이다.
서울고법, 접수 후 48시간 안에 판단
강한 수사권에는 신속한 사법통제 장치가 붙었다.
특검 수사대상이 된 사람과 그 배우자, 직계존속·비속, 동거인 또는 변호인은 특검이 법률이 정한 직무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할 경우 서울고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특검을 거쳐 제출한다. 특검이 신청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신청 내용에 따라 즉시 시정하고 서울고법과 신청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특검이 신청에 이유가 없다고 인정하면 신청서를 접수한 때부터 24시간 안에 의견서를 붙여 서울고법으로 보내야 한다. 서울고법은 신청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 안에 기각 또는 인용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필요한 경우 수사기록을 열람하는 등 증거조사도 할 수 있다.
서울고법이 직무범위 이탈을 인정하면 특검은 결정 취지에 반하는 수사활동을 계속할 수 없다. 결정에는 항고할 수 없다.
다만 이의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특검 수사가 자동으로 중단되지는 않는다. 신청인은 별도로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 절차 속행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이를 지체 없이 판단해야 한다.
수사대상자의 반복적인 이의신청으로 전체 수사가 지연되는 것은 막되, 특검이 법률이 정하지 않은 사건이나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수사를 확대하는지는 서울고법이 신속히 심사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개별 소환이나 압수수색을 서울고법이 사전에 허가하는 제도가 아니다. 특검의 수사가 법률로 부여된 직무의 경계를 벗어났는지를 단시간에 통제하는 절차다.
재판 중계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재판은 공개, 중계 신청 땐 허가가 원칙
기소 이후에는 공개 수준이 더 높아진다.
특검이 공소를 제기한 사건은 다른 재판보다 우선해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했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특검이나 피고인이 중계를 신청하면 재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한다. 재판부가 중계를 허가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면 결정으로 불허할 수 있지만, 그 이유를 밝혀 선고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상 모든 재판이 자동으로 생중계되는 것은 아니다. 특검 또는 피고인의 신청과 재판부의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정확한 의미는 ‘중계 신청이 있으면 허가가 원칙’이라는 것이다.
기록 의무도 강화했다.
재판에서 이뤄지는 모든 심리를 속기하도록 하고, 녹음장치 또는 영상녹화장치를 사용해 녹음하거나 영상녹화하도록 했다. 법정에서 어떤 증언과 진술이 나왔는지, 특검과 변호인·재판부가 어떤 질문과 판단을 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한 것이다.
특검 후보자를 뽑는 추천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다. 그러나 특검이 수사를 마치고 기소한 사건의 재판은 공개되고, 중계 허가와 전 과정 기록을 원칙으로 한다.
부정선거 특검법은 한 방향으로만 강한 법이 아니다.
추천위원 한 명이 반대하면 후보 추천 단계에서 출범이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출범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고, 증거 멸실 우려가 있을 때는 준비기간에도 수사할 수 있다. 법에 명시된 166명의 기본 조직에 기존 수사팀까지 결합할 수 있다.
특검이 수사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의가 제기되면 서울고법이 접수 후 48시간 안에 판단한다. 기소 이후에는 재판 공개와 중계 허가 원칙, 전 과정 속기와 녹음 또는 영상녹화가 뒤따른다.
특검을 뽑는 문은 좁고 닫혀 있다. 그러나 그 문을 통과한 뒤의 수사력은 강하며, 수사범위는 법원의 통제를 받고 법정은 국민에게 열린다.
출범의 취약성과 출범 이후의 강한 수사, 신속한 사법통제와 공개재판을 하나의 법 안에 함께 넣은 것이 부정선거 특검법의 또 다른 설계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