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 사이에 이재명의 격앙된 모습을 배치해 재판 재개와 검찰의 공소유지를 둘러싼 법적 긴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사진=한미일보 그래픽]국민의힘이 이재명의 중단된 형사재판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15일 ‘이재명 대통령 재판취소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특위는 7월13일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재판의 재개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지금까지 막혀 있던 이재명 재판의 재개에 국민의힘이 다시 힘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판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등 정치적 여론의 변화도 배경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더 중요한 변화는 지난 7월9일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 나온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헌법 제84조의 ‘소추’를 형사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동시에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법 앞의 평등원칙에 대한 예외이므로 그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 두 가지 법리를 취임 전에 이미 기소된 이재명 사건에 적용하면 질문은 '불소추특권을 새로운 공소제기를 넘어 기존 공소의 수행과 법원의 재판 계속까지 확대할 수 있는가'로 달라진다.
한미일보의 팩트체크 판정은 ‘법률상 재개 가능’이다.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임기 중 재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명문 규정은 없다. 다만 대법원이 취임 전에 기소된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임기 중 계속할 수 있다고 직접 판결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재판이 자동으로 재개되는 것은 아니며, 검찰의 공판기일 지정 신청과 서울고법 형사7부의 판단이 필요하다.
대법원 “불소추특권 확대해석 안 돼”
논의의 출발점은 대법원 제3부가 7월9일 선고한 2026도6500 판결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 등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헌법 제84조가 금지하는 ‘소추’를 사전적으로 “형사 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헌법이 대통령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금지하고 있을 뿐 수사까지 제한한다고 규정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재명의 재판 재개 문제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불소추특권의 성격과 해석 한계를 정한 대목이다.
대법원은 불소추특권의 취지가 대통령의 안정적인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소추특권은 평등원칙의 예외이므로 “그 예외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는 사건 접수와 증거 수집·보전 등 기본적인 수사가 가능하다고 봤다.
수사를 허용한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직위를 보호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불소추특권을 헌법 문언 이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 판단은 대법원 제3부에 참여한 이흥구·오석준·노경필·이숙연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됐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지만, 소부 안에서 반대의견이나 별개의견 없이 나온 법정의견이다.
판결에 참여한 노경필 대법관은 선고 다음 날인 7월10일 신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된다는 발표가 나왔고 7월14일자로 임명됐다.
박근혜 때는 학설, 이번에는 대법원 판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해석 자체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헌법 제84조가 금지하는 소추에는 수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법학계의 주류를 이뤘다.
2016년 법률신문이 헌법·형법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당시 수사 가능론은 헌법 제84조의 문언과 불소추특권의 취지, ‘소추와 수사는 다르다’는 다수 학설에 주로 근거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직접 명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5년 헌법재판소도 불소추특권을 대통령 개인에게 부여한 특혜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원활한 수행과 국가의 체면·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규정했다. 다만 해당 결정의 직접적인 쟁점은 대통령 재직 중 공소시효 정지 여부였으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 범위를 판단한 결정은 아니었다.
이번 판결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대법원이 ‘소추’를 공소제기로 직접 정의하고, 불소추특권은 평등원칙의 예외인 만큼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판례로 제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당시에는 ‘수사는 소추가 아니다’라는 다수 학설이 실무의 토대였다면, 이번에는 대법원이 소추의 의미와 불소추특권의 해석 한계를 전원일치 판결로 확인한 것이다.
공소제기와 공소수행은 다르다
이 대법원 판결을 이재명 사건에 연결하는 고리는 형사소송법 제246조다.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한다. 공소를 처음 제기하는 행위와 이미 제기된 공소를 수행하는 행위를 법률 문언 자체가 구분하고 있다.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사건은 대통령 취임 전인 2022년 9월 이미 기소됐다. 이후 1심과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5년 5월1일 항소심의 전부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에 관한 항소심 판단에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상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라고 부른다. 대법원이 유죄와 형량을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파기환송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법원이 파기 이유로 제시한 판단에 기속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5년 6월9일, 같은 달 18일로 예정됐던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을 변경하고 다음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고법은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사가 재판부에 공판기일을 정해 달라고 신청하거나 재판 속행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새로운 공소장을 내는 행위가 아니다.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인 공소를 유지·수행하기 위한 절차다.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의 소추를 공소제기로 정의하고 형사소송법이 공소제기와 공소수행을 구분한다면, 검찰의 기일지정 신청 자체를 대통령 취임 이후의 새로운 소추라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의 기일지정 신청이 첫 관문
현재 공소수행의 주체는 검찰이다. 재판이 장기간 멈춘 상황에서 검찰은 7월9일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서울고법 형사7부에 공판기일 지정 신청서와 재판 속행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다만 검찰이 재판을 직접 재개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67조는 “재판장은 공판기일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이 기일지정을 신청하더라도 실제 기일을 정하고 재판을 진행할 권한은 재판부에 있다. 재판부는 검찰의 신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검찰의 신청이 중요한 이유는 재판 재개의 법적 필수조건이기 때문이 아니라, 새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기존의 ‘기일 추후 지정’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공식 의견을 법원 기록에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신청하면 서울고법 형사7부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헌법 제84조의 소추에 취임 전에 제기된 공소의 수행까지 포함되는지, 그리고 불소추특권을 법원의 재판 계속까지 확대하는 것이 대법원이 경계한 ‘예외의 지나친 확대’에 해당하는지다.
재판 계속도 ‘소추’라는 반론은 남아 있다
검찰의 기일지정 신청이 새로운 공소제기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현직 대통령의 재판 계속이 당연히 허용된다는 결론까지 자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재판 재개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헌법 제84조의 목적이 대통령을 형사절차의 부담에서 보호하고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보장하는 데 있으므로 공소제기뿐 아니라 공소수행과 재판 계속까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재판 출석과 변호인 협의, 방어권 행사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법원이 소추를 공소제기로 정의하고 불소추특권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이후에는, 취임 전에 이미 제기된 공소와 법원의 재판권 행사까지 일률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한계도 있다. 대법원은 2026도6500 판결에서 공소수행이나 재판 계속은 불소추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직접 판시하지 않았다. 윤석열 사건의 직접 쟁점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 범위였다. 이 판결의 법리를 이재명 파기환송심에 적용하는 것은 법률적 해석의 영역이다.
재판부가 거부하면 항고할 수 있나
검찰이 기일지정을 신청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불복 가능성도 쟁점이 된다.
형사소송법 제402조는 법원의 결정에 대한 항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제403조는 판결 전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에 대해서는 법률이 특별히 즉시항고를 허용한 경우가 아니면 항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단순한 공판기일 지정·변경은 통상 재판 진행에 관한 소송지휘로 분류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항고가 제한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고법이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대통령 임기 동안 재판 전체를 사실상 정지하는 명시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은 그 결정이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라 독립적인 법적 효과를 갖는 재판이라고 주장하며 항고나 재항고 가능성을 다툴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런 형태의 재판 중단 결정에 대한 불복 가능성을 직접 확립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고할 수 있다”거나 “항고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재판부가 어떤 형식과 이유로 검찰의 신청을 처리하는지에 따라 불복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팩트체크 결론
“판정은 ‘법률상 재개 가능’이다“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사건은 취임 전에 이미 공소가 제기됐다. 검찰의 공판기일 지정 신청은 새로운 기소가 아니라 기존 공소를 수행하기 위한 절차다. 실제 기일 지정은 재판장이 행사하는 재판권이다.
특히 대법원 제3부는 전원일치로 헌법 제84조의 소추를 공소제기로 정의하고, 불소추특권은 평등원칙의 예외인 만큼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다수 학설에 머물렀던 해석이 대법원 판례로 구체화됐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이 취임 전에 기소된 대통령의 기존 재판을 임기 중 계속할 수 있다고 직접 판결한 것은 아니다. 재판 재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 확인해야 할 질문은 세 가지다.
• 검찰은 대법원의 7월9일 판결을 근거로 공판기일 지정을 신청할 것인가.
• 서울고법 형사7부는 불소추특권의 확대해석을 경계한 대법원 판례를 기존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 재판부가 재판 중단을 유지할 경우 검찰은 불복 절차에 나설 것인가.
이재명 재판의 재개를 막는 명문 규정은 없다. 이제 공은 기존 공소를 수행해야 할 검찰과 헌법 제84조의 적용 범위를 다시 판단해야 할 서울고법 형사7부에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