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는 8월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1. 들어가며
추미애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가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지방채 발행 한도 턱밑(99.6%)까지 채무를 늘리고, 각종 내부 기금까지 일반회계로 예탁·돌려쓰며 버텨온 지방 재정이 마침내 한계에 봉착했다는 시인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 필수 민생 예산조차 편성하지 못해 감액 추경을 단행해야 하는 현실은, 선심성 정책과 확장적 재정 운용이 남기는 후폭풍이 얼마나 차갑고 거센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추 지사는 당선인 시절인 2026년 6월, 경기도의 3년 누적 채무가 원금 6.2조(기금 융자 5.1조 원 + 지방채 1.2조 원)과 이자 7000억 원을 합쳐 약 7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재정 위기의 원인으로 민선 7기(이재명 전 지사)와 민선 8기(김동연 전 지사) 시절 경기 부양과 복지 확대를 위해 내부 기금을 끌어 쓰고 법정 한도 직전(99.6%)까지 지방채를 발행한 점을 정조준했다.
부채를 감축한 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퇴임 당시: 부채 6084억 원(3조 3900억 원 감소)
△김문수 경기도지사
•퇴임 당시: 부채 4조 원(1조 9000억 원 감소)
부채를 증가시킨 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퇴임 당시: 부채 2조9112억 원(3조 3028억 원 증가)
•주요 원인: ①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 지원금과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전 도민 대상 1인당 10만 원씩 두 차례 이상 재난기본소득을 지급 ②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 모두에게 소득·재산 조사 없이 연 100만 원(분기별 25만 원)을 경기지역화폐로 지급 ③지역화폐 충전 시 6~10%의 인센티브를 도비 및 시군비로 지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퇴임 당시(재임 기간 기준): 부채 7조 원(4조 8888억 원 증가)
•주요 원인: ①예술인·체육인·장애인·농어민 기회소득에 이어, 무사고·무벌점 배달노동자 지원(연 120만 원) 및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 등 특정 직군과 행위를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을 순차적으로 확대 ②경기도 세입의 주축인 부동산 취득세가 경기 침체로 연간 수조 원가량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약 및 복지 지출 확대를 유지하기 위해 지방채를 매년 수천억 원 규모로 발행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는 단지 일시적인 세수 부족이나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치적 인기를 위해 미래 세대의 재원을 당겨쓰는 ‘선심성 포퓰리즘’이 국가와 지역 경제에 어떠한 결말을 안겨주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징후다.
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지출을 볼 때 경기도의 비극이 중앙정부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2. 세계가 증명한 포퓰리즘 재정의 비극
정치가 재정 건전성을 외면하고 퍼주기식 경쟁에 몰두할 때 어떠한 비극이 발생하는지는 이미 세계 각국의 사례가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그리스 (Greece): 낭비성 복지와 재정 분식의 파산
•재정적자 폭증: 2009년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15.1%에 달해 EU 기준치(3%)를 5배나 초과했다.
•국가채무 폭증: 위기 직전 100% 수준이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9년 127%, 2020년 최고 209.4%까지 치솟았다.
결과적으로 조기 퇴직제, 무상 복지 확대, 공무원 과다 채용 등 선심성 지출을 남발하다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총 3차례에 걸쳐 2800억 유로(약 400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아 연금 절반 삭감, 공공부문 감원, 실업률 26% 초과, 실질 GDP 25% 폭락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베네수엘라 (Venezuela): 초하이퍼인플레이션과 국가 시스템 붕괴
•초하이퍼인플레이션: 2018년 연간 물가상승률이 약 100만%~170만%를 기록하며 화폐 가치가 사실상 소멸했다.
•국가채무 폭증: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0년 최고 336% 수준까지 치솟았다.
•결론: 매장량 세계 1위의 풍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무제한 현금성 복지 정책을 폈으나, 유가 하락과 재정 파탄이 겹치며 2017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2013년~2021년 사이 실질 GDP가 약 75% 감소했다.
△브라질 (Brazil): 재정적자 누적과 신용등급 추락
•재정적자:좌파 정권의 과도한 복지 지출 확대로 2014~2015년 통합재정적자가 GDP 대비 9~10%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국가채무 폭증: 2013년 GDP 대비 약 51% 수준이던 국가채무 비율이 2020년 9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결론: 재정 건전성 악화로 2015년 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투기) 등급으로 하락했으며, 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였고, 아르헨티나는 무려 9차례나 디폴트를 경험하였으며, 그리스는 2012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금융위기를 겪었으며 EU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다. 스리랑카는 2022년 디폴트를 선언하였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국가 세금은 무한하다”는 착각 속에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는 결국 물가 상승, 신용등급 하락, 민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취약계층의 몫으로 돌아갔다. 재정중독에 빠져 운영되는 거대정부(Big Government)는 항상 실패로 귀착되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빚으로 쌓아 올린 성의 한계
경기도의 사례는 지방정부나 국가 재정 모두 ‘눈속임 돌려막기’로는 위기를 미룰 수 있을 뿐,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세수 감소라는 악재 속에서도 지출 구조조정 대신 기금 돌려막기와 지방채 발행으로 일관한 경솔함이 안타깝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8월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지방채 발행을 늘리고 목적이 정해진 기금을 끌어다 써서 당장의 성과와 복지 생색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 세대와 후임 도정에 막대한 ‘채무 청구서’를 넘기는 일에 불과하다.
재정 여력이 바닥나면 정작 가장 보호받아야 할 소아 응급 의료, 노인 요양, 학교 급식 등 필수 민생 사업마저 멈춰 설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치인은 누구나 한 번쯤은 포퓰리즘의 선심성 낭비로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더 높은 자리로 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건전한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절제의 미덕을 발휘한다.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치는 결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고갈시키고 재정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켜 때로는 파산에 이르는 독약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국민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며 고통을 가하는 나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도 포퓰리즘이 개인과 공동체에 치명적인 해독이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여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지자체, 공기업이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지자체가 파산하면 중앙정부와 달리 법적 구제 절차(파산 신청)나 특별 관리 체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주민 복지 축소와 공공서비스 마비로 직결된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일본의 유바리, 영국의 버밍햄 등 수많은 도시가 파산이나 디폴트를 경험하였다.
4. 국가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처방
더 이상 정치인의 선심성 정책에 국가와 지방의 미래를 담보 잡힐 수 없다.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방화벽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① 재정 준칙의 법제화 및 강제력 확보
채무 비율과 재정 적자 폭의 상한선을 법률로 엄격히 제한하는 ‘구속력 있는 재정 준칙’을 도입해야 한다. 정권이나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지출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
② 무책임한 재정 운용에 대한 사법적·정치적 책임 강화
선심성 사업을 위해 편법으로 기금을 유용하거나 재정 기준을 회피한 정치인과 단체장에 대해 엄격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낭비성 예산 집행에 대해 사후 감사를 강화하고 배임에 준하는 엄중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③ ‘국민·도민 재정감시위원회’ 설치
예산 편성 및 기금 전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직접 불요불급한 낭비성 사업을 심사 및 제재할 수 있는 상설 재정감시 위원회를 제도화해야 한다.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임의로 민생 예산을 가위질하거나 은폐하지 못하도록 상시 감시 체계를 작동시켜야 한다.
5. 많은 복지 지출에도 불구하고 모범적인 국가로 발전한 스웨덴의 사례
복지 비용 지출이 많음에도 예외적으로 성공적인 국가 경제를 발전시킨 나라로 북유럽 3개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을 들 수 있다.
1970~1980년대 방만해진 복지 지출과 자산 거품이 터지면서 급격한 재정 위기를 맞은 스웨덴은 정당 간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재정 규율을 법제화하고 시스템화하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였다.
1996년 지출 상한제(Expenditure Ceiling) 도입, 1997년 재정수지 목표제(Surplus Target) 법제화, 2000년 중앙정부 및 지자체 균형재정을 의무화하였다.
또한 지속가능한 연금 개혁, 노동 시장의 유연성 강화 및 시장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구조개혁, 법인세율을 낮추어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세원을 넓히되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세 구조를 개편하였다.
스웨덴의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혹독한 고통이 동반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고복지·고성장’의 양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6. 인기와 표가 아닌 국민과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선택할 때
추 지사는 2026년 8월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라는 자조 섞인 선언은 단순히 한 지자체의 하소연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재정 운용에 던지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재정 건전성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도민과 국민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치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엄격한 재정 규율을 세우는 것만이 포퓰리즘이 가져올 예견된 파멸적인 결말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