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미일보]
나는 작년 1월25일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가 탄핵찬성 집회에 참석했다는 취지로 페이스북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이것이 경찰의 검찰 송치, 그리고 기소를 거쳐 드디어 1심 법원에서 8월12일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고 난 뒤 댓글에 “찬탄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차 판사와 동명이인의 여성일지 모른다”는 지적이 올라왔다. 나는 즉시 만약 그렇다면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사과를 하였고, 또 얼마 있지 않아 두 번째의 사과를 하였다. 이 두 번에 걸친 사과는 바로 게시글을 올린 당일에 짧은 간격을 두고 이루어졌다.
두 번의 사과는 고발장은 말할 것 없고, 경찰, 검찰의 수사과정이나 증거자료의 제출에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래도 법원에서는 이에 관한 언급이 있을 줄 알았다. 수사과정과 공판 과정을 통해 일관되게 이를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단지 내가 차 판사의 찬탄집회 참석 사실이 허위인 줄 알면서도 글을 올렸다거나 미필적으로 알았으리라고 하였을 뿐이다. 수사과정에서와 똑같이 나의 사과 주장을 마치 없는 듯이 취급한 것이다.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어떤 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가혹한 수사를 하여 결론에 맞춘 수사의 결과물을 내어놓는 경우는 흔했다. 법원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공안사건에서는 그렇게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국민 인권의 보루라는 명칭에 걸맞게 수사의 과정을 다시 살피며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하려고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내가 과연 차 판사의 찬탄집회참석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였느냐이다. 그런데 글을 올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그것이 착오일지 모른다는 지적 하에 바로 두 번에 걸쳐 사과글을 올린 것은 적어도 내가 비판의 글을 올릴 당시 허위사실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강한 추정을 부여한다. 그 추정은 너무나 강하여 다른 추정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고발인 그리고 경찰,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도 이 사과의 사실을 숨겼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미 내려진 유죄의 결론을 관철하기 위함이라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그래서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나아가 그 결론을 강력하게 탄핵할 수 있는 사실을 일부러 외면하고 무시한 것이다.
과연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공안사건처럼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에서 이와 상충하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가리고 내린 이번 재판을 과연 우리가 민주사회의 재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앞으로 2심, 3심을 거쳐 힘겨운 주장을 해나가야 하는데 가야 할 길이 아득하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로구나!

◆신평 변호사
전직 판사. 신평 법률사무소 대표. 정치 평론가. ‘농사짓는 변호사’라는 별칭처럼 경주에서 생활하며 느낀 소회를 담은 에세이집 ‘경주에 살다’, 장편소설 ‘횐생’을 펴내는 등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