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두 시간 동안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즐거운 마법이다. 우리는 영화 속 인물의 실패에 가슴 아파하며 그들의 절망에 눈물짓고 또 그들의 성공에 환호한다. 놀라운 것은 영화는 단 한 편으로 개봉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수백, 수천 개의 작품으로 재생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김규나 작가 말대로 ‘스크린에 투사된 나 자신의 실존’ 때문이다.
소설가 김규나가 2019년부터 ‘이코노미조선’에 연재해 온 ‘시네마 에세이’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신간 ‘당신이라는 영화를 읽는 시간’은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직시해 온 한 소설가가 스크린이라는 또 다른 세계 속 인물들이 펼쳐내는 욕망, 상실, 고독, 그리고 희망을 사색하는 ‘실존적 인간 탐구서’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고독한 시시포스 ‘마션’ △자식을 위해 자신의 생을 기꺼이 갈아 넣은 아버지의 굽은 등 ‘빌리 엘리어트’ △천재성을 질투하면서도 그 아름다움 앞에 무너지는 평범한 인간의 슬픔 ‘아마데우스’ 등 총 130편의 영화 속 인물들이 스크린 밖을 걸어 나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열망하는가. 이 가혹한 운명을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면 우리네 인생은 스크린 위를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인 영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모든 변화를 포용하고 지켜보는 비어 있는 스크린으로서도 인생은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결국 인생은 폴 발레리의 말처럼 “살아지는 대로 생각할 것인가, 생각하는 대로 살 것인가” 사이에서 진동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즐거움과 인생의 심오함을 동시에 되돌아보게 해주는, 김규나의 ‘당신이라는 영화를 읽는 시간’이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