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편집위원·육사 40기트럼프 2기 정부가 12월4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3가지 선언을 담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세상을 혼자 지키지 않겠다는 ‘아틀라스 역할 종료’ 선언 ▲중국 해·공군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는 방어선(일본–대만–필리핀 연결)인 제1도련 방어에 한국과 일본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 북핵·안보 위기 관리의 1차 책임을 한국이 감당해야 한다.
1. 미국의 ‘아틀라스 역할 종료’는 한국의 전략적 자립 기회
미국은 오래도록 하늘을 혼자 들고 서 있는 신화 속 거인인 ‘아틀라스’처럼 행동해 왔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는 명확히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너희를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이 말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은 이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야 한다. ‘아틀라스 역할 종료’는 한국이 한 차원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충격파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보호와 지원속에서 안심하며 살아왔다. 전쟁이 나면 미국이 막아줄 것이라는 환상, 북핵은 미국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착각, 세계 안보는 미국이 대신 떠안아줄 것이라는 기대 등 이 허약한 안보 심리는 이제 끝났다.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NSS)은 그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
한국은 그동안 안보의 핵심을 미국에게 의존해 왔다. 국방비를 증액하면 정쟁이 벌어지고, 전략자산 확충을 말하면 북한을 자극하는 ‘대응 과잉’이라며 공격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트럼프의 선언은 한국이 마침내 우리의 역량만큼 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충격 요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이 충격 요법이 당장은 불편해도 멀리 보면 감사해야 한다.
2. NSS의 제1도련 방어 참여 요구는 한국의 전략적 등판의 기회
일본–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막는 거대한 방패벽이다. 트럼프는 핵잠도 허용할테니 한국에게 이 방패벽을 같이 들자고 말한다. 이것을 주저하고 거부한다면 친중세력의 '쎄쎄' 논리다. 한국은 이제 동북아·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 무대에도 투입할 수 있는 전략군으로 거듭나야한다.
중국 견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 구조다. 한국은 이미 사드 배치 때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했다. 한국이 중국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국제 전략의 일부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트럼프 NSS는 한국에게 힘든 임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국제 전략의 주변국’에서 ‘핵심 전략국’으로 승격시키는 제안이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NSS는 한국이 새롭게 각성하고 지금보다 큰 방패를 들라는 전략적 요구다. NSS에 부담을 느끼고 불평하는 것은 국가를 책임질 자격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과 같으며, 한국은 이 요구를 지지하고 이행함으로써 국제적 안보 벨트를 강화해야 한다.
3. NSS의 북한 문제 한국이 1차 감당 요구는 자유통일의 기회
북한이 이번 NSS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것을 ‘한국 패싱’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난리를 칠 사안도 아니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북핵 관리의 주도권을 한국에게 넘겼다는 뜻이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데 왜 미국이 더 큰 책임을 져야하는가? 이는 미국 조야의 달라진 입장이다. 미국은 지정학적·전략적 차원에서 도움을 줄 뿐, 당사자는 결국 한국임을 명시한 것이다.
NSS에서 북한 이슈가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것은 미국이 더 이상 한반도 재래식 위협을 자국의 최우선 안보 문제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미국의 메시지는 "한국의 위협은 한국이 책임을 져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NSS는 한국이 오랫동안 회피해 온 자체 안보 역량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을 직시하고, 타국 전략에 종속되지 않는 전략적 자립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일차적으로 한국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당사국인 한국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트럼프의 현실주의적 메시지다. 트럼프의 미국은 대중국 견제라는 지정학적 차원에서 한국을 지원할 뿐, 한국의 위협에 대한 직접적 방패 역할은 더 이상 수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미국 뒤에 숨지 말고 한 발 앞으로 나가서 자유통일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북핵 1차 책임을 한국에 넘긴 것을 안보 현실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NSS를 통찰한다면 미국이 한국에게 부담을 준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을 ‘보호자-피보호자' 관계에서 '동등한 관리와 책임' 관계로 수용해야 한다. 이제는 억제에서 적극적 관리로 나가려면 한미동맹 의존을 버리고, 국익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적 동맹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를 지키는 힘은 이제 우리 손에 달렸다. 트럼프 2기의 국가안보전략은 한국에게 부담이 아닌 기회다. 미국의 보호에서 벗어나, 스스로 방패를 들고 국제 전략도 감당하는 국가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3축 체계 고도화, 첨단 전력 확보, 확장억제의 명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핵 공유 등 참여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 안보의 돈키호테가 나타나 전략적 한미 동맹에 필요한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길 바란다.
한미일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