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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사건 분석] ① “정교유착인가 증거 은폐인가”
  • 김영 기자
  • 등록 2025-12-18 1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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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를 왜 증거 중심으로 하지 않는 걸까
  • 통일교 재단이 우회로를 택한 이유는?
  • 윤영호에게 숨겨진 물적 증거가 있을까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건진법사 청탁 의혹' 사건과 관련한 구속전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둘러싼 논란은 표면적으로 ‘정교유착’이라는 익숙한 프레임으로 정리돼 왔다. 그러나 수사 상황과 통일교 측의 대응을 보면,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정교유착의 틀을 넘어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어떤 의혹들이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는지 그 배경을 물어야 하는 지점에 이른다.

 

윤영호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급격히 변했다. 대통령은 특정 종교단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문제가 된 종교 재단을 해체할 방법은 없는지를 묻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은 이 발언을 사실상 통일교 재단을 겨냥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였다. 이후 이 질문은 ‘통일교 청산’ 담론의 결정적 출발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낳았다.

 

이어 통일교 측은 윤영호의 관련 발언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해당 발언을 문제 삼아 형사 고발에 나섰다. 동시에 윤영호에 대한 직위 박탈과 파문 조치가 뒤따랐다. 윤영호는 더 이상 교단의 보호를 받는 내부자도, 그렇다고 확실한 공익 제보자도 아닌 고립된 당사자가 됐다. 이 일련의 조치는 윤영호의 발언 신빙성을 법적으로 무력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지점에서 수사의 방향에 의문이 든다. 

 

세계본부장급이라는 직위, 재단과의 밀접한 연관성, 자금 의혹 등을 고려할 때 통일교 측에서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규정짓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하는 것이다. 특히 배임과 횡령은 고소 없이 범죄 사실 인지만으로도 즉시 수사가 가능한 사안이다. 고소가 이뤄지면 수사의 초점은 증언이 아닌 자금 흐름으로 이동하며, 계좌 추적과 회계 검증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통일교가 선택한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긴 마찬가지다. 

 

그들이 고소한 내용은 자금 범죄가 아닌, 증언 내용을 겨냥한 형사 고발이었다. 이는 법리상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성격이 짙은 선택으로, 이 선택은 수사의 중심을 자금 흐름에서 증언의 진위 여부로 옮기는 효과를 낳는다. 금전적 피해를 본 통일교 재단이 곧장 갈 수 있는 길을 두고 복잡한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무엇을 감추고 싶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윤영호 개인의 배경도 다시 읽힌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윤영호의 아내 본인이 아니라 처가 쪽 인사가 통일교 또는 관련 재단의 재무·회계 라인과 연관돼 있었다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언급돼 왔다. 구체적 직함과 권한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연결고리는 윤영호를 단순한 대외 창구로만 보기 어렵게 만든다. 자금 구조를 전혀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4월 이모 통일교 천무원 행정정책실장에게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부의장 임명장을 주면서 악수를 하는 모습. 오마이뉴스tv 영상 캡처 

사건의 성격을 바꾸는 또 하나의 결정적 분기점은 ‘선거자금’이다. 

 

정교유착은 정치적 해석의 영역에 머물 수 있지만, 선거자금은 선거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형사 범죄의 문제다. 수사가 이 영역으로 들어서게 되면, 진술이 아닌 철저한 기록과 물증으로 그 실체를 증명해야 한다. 자금 범죄에 대한 인지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더 큰 의문이 남는 이유다.

 

성남이라는 공간이 다시 호출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혜경 여사가 통일교 재단이 운영하는 선화예고 출신이라는 점, 현재의 성남FC 전신이 통일교 계열 구단이었던 성남 일화였다는 사실은 공개된 이력이다. 이 사실들 자체가 곧바로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윤영호 사건이 자금과 조직, 지역 권력의 장기적 구조를 묻는 국면으로 이동하면서, 과거의 접점들이 검증 대상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녹음 파일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온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라는 점은, 내용의 진위를 떠나 사건의 무게를 키운다. ‘최측근’이라는 지위는 개인적 친분을 넘어 선거와 조직 운영의 핵심 실세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의 등장은 이 사건이 사적 접촉이나 종교 로비의 수준을 넘어 권력의 심장부와 연결된 중대 사건으로 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녹음 파일의 법적 효력과 그 맥락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파일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윤영호의 진술과 결합될 경우, 이 파일은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차원을 넘어 접촉의 실체와 자금 흐름을 교차 검증할 결정적 단서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사 당국은 여전히 윤영호 개인의 진술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이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이것이 실체적인 정교유착 사건인가, 아니면 진술에만 의존한 서사에 매몰되어 정작 자금 검증이라는 본질을 비켜 간 결과인가.

 

윤영호에게 남은 히든카드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의 폭로가 아니라 그가 끝내 내놓지 않은 물적 증거일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의 결론은 그의 입이 아니라, 증거가 작동하는 순간에 갈리게 될 것이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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