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회의 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담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대가 재생에너지 100%(RE100) 산업단지를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하고, 관련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기로 했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입법과 제도 정비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RE100 산업단지 추진을 위한 입법 일정과 정책 방향이 논의됐다. 당·정·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재정 지원과 인허가 특례 등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과 산업 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RE100 산업단지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 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국가 전략 과제”라며 “특별법 제정을 포함한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다만 글로벌 기업과 금융시장에서 공급망 평가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사실상 참여 압박이 커져왔다.
공급망 평가 기준은 완제품 기업이나 글로벌 구매사가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전력 사용 방식, 탄소 배출 수준, 재생에너지 전환 여부 등을 점수화해 거래 지속 여부와 물량 배분에 반영하는 내부 기준을 의미한다. 법률이 아닌 민간 기준이지만, 실제 거래 조건으로 작동하면서 기업의 선택 폭을 제한하는 구조다.
정책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산업계에서는 전력 요금 부담과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준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생에너지 단가와 출력 변동성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들은 참여 여건 자체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재생에너지 직접구매(PPA)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추가 비용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사실상 부담이 하청·협력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RE100 산업단지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배경과 기준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민간 캠페인 성격의 기준을 국가 전략과 특별법의 틀로 격상한 이유, 전력 요금 상승에 대한 보완 장치, 중소기업 참여에 대한 예외·완충 규정, 대체 기준 검토 여부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 속도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공급망 거래 조건으로 작동하는 기준을 국가 전략과 특별법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과 비용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