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영가옥은 대문이 12개가 있어 ‘열두대문집’이라 불렸다.
전북 익산은 경주·부여·공주와 함께 4대 고도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정치·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해던 옛 도읍을 ‘한국의 고도’로 지정해 육성·보호하고 있다.
한국의 고도 익산은 왕궁리유적, 미륵사지 등 유네스코 등재 유적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치유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왕의 품위가 서린 도시 익산. 머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쉼을 얻는 곳이다.
허균의 유배지 ‘함라마을’
익산 함라마을의 명물 흙돌담.
익산 함라마을은 조선시대 문인 허균의 유배지로 알려진 곳이다. 허균은 광해군 2년(1610) 대독관 신분으로 과거 시험 채첨을 하던 중 조카와 사위를 부당하게 합격시킨 혐의로 탄핵되어 43세의 나이에 함라(당시엔 함열)에 유배되었다.
1612년까지 이어진 유배 기간, 허균은 문집 ‘성소부부고’ 64권을 엮었고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저술했으며 전국 팔도의 음식을 소개한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집필했다.
도문대작은 ‘먹고 싶은 음식을 상상하며 입을 쩝쩝거린다’는 뜻으로 현재 함라마을에는 ‘함라한옥 체험관’이 있어 허균의 발자취와 음식 세계를 엿보며 숙박 경험을 할 수 있다.
김병순·이배원·조해영 익산의 삼부자집
조해영가옥에는 학·사슴·구름·연꽃 등 십장생이 그려진 꽃담이 있어 안채와 사랑채를 가르고 있다.
허균의 유배 시기보다 훨씬 후대인 1900년대 초반, 함라마을에는 김병순·이배원·조해영 세 명의 만석꾼이 살았다. 만석꾼은 쌀이 귀했던 시절을 감안하면 현대의 1000억 원에 맞먹는 자산가라고 할 수 있다. 소작인만 호당 540명 정도 됐다고.
이들은 단순히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인심은 함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 이웃들에 참 넉넉하게 베풀었다. 흉년이 들면 곳간을 열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주었는데 삼부자 간 경쟁이 붙어 ‘누가 몇 석을 풀었다’ 소문이 나면 서로 더 많이 퍼주려 했다.
또 삼부자들은 경쟁적으로 나그네들에게 밥을 먹여 저쪽 집에서 조기를 구워 줬다, 소문이 나면 이 집에서는 고기를 구워 주는 등 선의의 경쟁이 치열했다.
이들 삼부자가 살던 고택 중 현재 조혜영가옥만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이 집은 우선 면적이 굉장히 넓다. 이 집의 대문이 12개가 있어 ‘열두대문집’이라 불렸다.
대문 하나 달려면 적어도 1개 이상의 건물이 있어야 하니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큰 집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중 메인 대문은 6·25전쟁 때 탱크가 드나들 정도로 넓다.
조해영가옥은 하얀 목련꽃과 붉은 홍송으로 지은 한옥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봄철 포토 명소로 이름 높다. 여름에는 백일홍이 피며 뒤뜰에는 일본식 별채도 있다.
여기에 1920년대는 드물었던 스테인드글라스를 문에 해 넣었으며 학·사슴·구름·연꽃 등 십장생이 그려진 꽃담이 안채와 사랑채를 가르고 있어 이 가옥은 산림청 지정 ‘아름다운 전통정원’으로 지정되었다.
한옥 입구에 세워둔 원불교함라교당 입석은 원래 집 앞 실개천의 다리돌이었다.
원불교함라교당으로 사용 중인 이배원가옥은 원래 공개는 안 되지만 기자들에게 내부 구경을 시켜주었다. 일제강점기 유리창이 귀한 시절, 조각 유리를 조립해 만든 문이 인상적인 집이었다. 당시 유리에 에칭을 했던 자국이 남아 있어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한옥 입구에 세워둔 원불교함라교당 입석은 원래 집 앞 실개천의 다리돌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입석 뒤편에 다리돌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집이 익산에서 가장 큰 한옥인 김병순(1894~1936)고택이다. 아들 이름을 따서 김안균고택이라고도 한다. 1920년대에 건립한 이 집은 전통 한옥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유리 분합문, 함석 차양 등 근대적인 건축 기법과 소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익산에서 가장 큰 한옥인 김병순고택의 정려각. 정려각은 김병순의 조부인 김기형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하사한 건축물이다.
체험형 농장 왕궁굿파머스
익산시 왕궁면 밀새싹힐링팜 왕궁굿파머스는 왕궁저수지를 끼고 자리 잡은 체험형 농장이다. 밀새싹 외 다양한 식량작물을 재배·보급하고 있다.
밀은 보통 12월에 파종해 2월에 싹이 나지만 이곳에서는 1년 365일 밀싹을 생산한다. 저온창고에 밀을 준비해 두었다가 비닐하우스 내 상토에 뿌리면 언제든 신선한 싹을 채취할 수 있다.
농장은 △블루베리 등을 재배하는 야외 농장 △밀싹과 신선한 채소를 생산하는 비닐하우스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로 구분된다. 카페에서는 밀싹을 이용한 두유를 준비해 두고 있으며 밀싹 동결건조 분말도 구입할 수 있다.
익산시 왕궁면 밀새싹힐링팜 왕궁굿파머스는 왕궁저수지를 끼고 자리 잡은 체험형 농장으로 카페에서 건강한 식사를 맛볼 수 있다.
익산시 왕궁면 밀새싹힐링팜 왕궁굿파머스 카페.
카페 건물 2층에서는 밀새싹 티백 만들기 체험을 진행힌다. 밀새싹차를 만드는 데는 녹차에 버금가는 공정이 뒤따른다. 밀의 어린 새싹을 채취한 뒤 솥에 덖는 살청 과정, 손으로 비비는 유념 과정을 거쳐 건조실로 이동한다. 완성된 차는 원물의 10분의 1로 부피가 줄어 있다.
녹차는 현미와 궁합이 맞지만 밀싹은 보리와 한 쌍이다. 1회용 티백 하나에는 잘 마른 밀새싹 0.5g과 보리 한 티스푼이 들어간다. 티백은 옥수순 전분으로 만들어 유해물질 걱정은 내려놔도 좋다.
밀새싹은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고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간 해독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혈당 조절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즙, 차 등으로 많이 이용되는 중이다.
글·사진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