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로저비비에 손가방 전달 의혹’과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알려진 김예성 씨에게는 징역 8년을 구형하면서 특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김 의원의 배우자가 지난 2023년 3월 당대표 선거 직후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손가방을 전달했고, 그 과정에 김 의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가방 구매 시점, 결제 계좌, 차량 출입 기록 등 여러 정황이 제시됐지만, 당대표 선거와 김 여사의 영향력 사이의 직접적 대가성이 법적으로 입증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 여사가 해당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정치적 해석이 가능한 정황들을 엮어 사후적 인과관계를 구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단순 선물과 불법 청탁의 경계가 모호한 사안에서, 현직 의원을 피의자로 소환하는 강수는 과잉 수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편 특검은 같은 날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예성 씨의 횡령 사건에서 징역 8년과 거액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특검은 김씨가 수사 임박 시 해외 도피를 시도하고 증거를 은닉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강조했지만, 김씨 측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며, 김 여사와의 직접적 연관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특검의 수사 범위 설정이다. 김씨 측은 특검이 통일교의 정교 유착 의혹 과정에서 민주당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배제한 점을 언급하며, 이번 기소가 선별적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권 인사 및 주변 인물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중형 구형이 이어지고 있어, 특검이 정치적 균형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권 교체 이후 출범한 특검이 ‘권력 감시’라는 본래 취지를 넘어, 특정 진영을 겨냥한 사법 압박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 앞의 평등은 수사의 강도와 방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며, 의혹 제기를 넘어선 명확한 증거와 법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특검 수사 전반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