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중 7일(현지시간)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은 “한·중 관계는 정말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다. 불필요하게 서로를 자극하거나 배척하거나 대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달 4∼7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대통령의 방문 성과와 발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기자가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로 중국 국적의 전 직원이 지목되었고 이로 인해 국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중 정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대통령은 특정 개인의 범죄 행위를 해당 국가 전체에 대한 혐오나 반감으로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원수의 발언으로서 보다 적절한 답은 국적을 불문하고 법을 위반한 행위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외교적 고려가 필요한 사안일수록,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하는 대국민 메시지 전달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발언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더 큰 논란은 그 이후의 발언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많이 해왔다”는 취지의 언급은 많은 국민에게 당혹감을 주었다. 북한의 반복된 도발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국민이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설명 없이 남겨진 발언은 북한의 공식 주장과 유사하게 오인될 소지를 남긴다. 국가원수의 말 한마디는 국내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안보 환경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책임 회피 권력의 치명적 결함
국가 운영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를 책임질 권력이 책임을 회피할 때다. 지금 한국 정치의 본질적 문제는 위기를 관리할 리더십의 부재라기보다, 위기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통치 방식에 있다.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국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통치의 실패다.
위에서 명확한 기준과 책임이 내려오지 않으면 현장은 판단을 멈추고 회피로 이동한다. 공공조직과 군, 행정조직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고, 그 결과 국가는 위기 앞에서 결단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전략이 아니라 감정으로 인식되고, 국정 메시지가 일관성을 잃을 때 국민은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이 불안은 곧 자유에 대한 피로감으로 전이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보내는 경고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The Fear of Freedom)’에서 에리히 프롬은 자유가 언제나 축복만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자유에는 판단과 책임이라는 부담이 따르며, 사회가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때 시민은 스스로 자유를 내려놓고 강한 권위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문턱에 서 있다. 정부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서도 통제의 언어는 강화한다. ‘가짜뉴스 방지’라는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비판은 쉽게 위험한 주장으로 분류된다.
국민은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감정 동원의 대상이 되고, 정치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프레임 전쟁으로 전락한다. 이때 시민은 자유를 방어하기보다 “누군가 대신 결정해 주길” 바라게 된다. 이것이 프롬이 말한 자유로부터의 도피다.
문제는 이 도피가 시민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이 만들어낸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책임지지 않는 통치 방식은 사회 전반의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은 자유를 부담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렇게 자유는 서서히 포기된다.
안보의 정치화는 자유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안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존 조건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군 통수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 다루고 있다. 통수권자의 명령이 사후적으로 정치적 심판의 대상이 되고, ‘계엄’과 ‘내란’ 같은 단어가 사실관계 확인 이전에 정쟁의 언어로 사용된다.
이런 환경에서 군이 과연 결단할 수 있겠는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해체하라는 것이 민·관·군 합동 자문위원회 권고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누구의 의도이고 지시인지 알 사람은 다 안다. 국방부는 내부 검토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올해 안에 개편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국방부 장관은 자기 생각이 없는 거수기처럼 행동한다.
국방부 장관이란 직책이 군을 강하게 하는 자리인가 군을 망가뜨리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인가? 내부에서 자폭하는 집단은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군은 토론하는 조직이 아니다. 명령을 수행하는 조직이며, 책임은 명령을 내린 자가 져야 한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군은 움직이지 못하고, 국민은 보호받지 못한다. 안보를 정치화하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 방패를 내려놓는다. 이는 단순한 안보 실패가 아니라 자유를 지킬 힘을 상실하는 과정이다.
국제 환경은 더욱 냉혹하다. 일본은 이미 ‘전쟁 가능한 국가’로 이동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일 압박은 역설적으로 일본의 군비 증강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정부는 전략적 선택을 미루며 모호성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전략 없는 중립적 태도는 국익 추구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깝다. 중국의 일본 압박이 일본의 보통국가화,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가는 빌미를 제공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하여 “나설 때 나서야지, 안 나설 때 나서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하면서 우리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대통령이 밝혔다.
자유를 지키는 것은 통제가 아니라 책임이다
프롬의 경고는 명확하다. 자유는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책임지는 권력이 있을 때만 지속된다. 국민은 완벽한 정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임지는 정부를 요구한다.
책임 없는 권력이 계속된다면, 자유는 통제로 대체되고 안보는 정치의 도구가 되며 국가는 표류한다.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르게 된다. 지금이라도 통치의 언어를 감정이 아니라 책임으로 되돌리지 않는다면, 이 정부는 자유를 지킬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권력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국제관계 관련하여 외교적 표현을 사용하면 좋겠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은 전략과 행동에 구속을 초래한다. 정보와 수사가 같이 가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발전적 해체라는 미명으로 포장하려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방첩사 해체에 관여한 자문위원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해야 할 것이다. 권좌란 가지고 누린 만큼 책임도 수반되는 자리다.

◆ 주은식 편집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한국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