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배숙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청 소속 공무원의 변호를 담당한 박경호 변호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민중기 내란 사건 특별검사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0.22 [사진=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이 동시에 가동됐던 2025년, 특검별 예산 집행 내역이 공개되면서 특수활동비(특활비) 사용처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수사와 공판 과정은 상당 부분 공개됐지만, 특활비가 실제로 어떤 활동에 쓰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14일 시사저널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25년도 특검별 예산 및 파견 현황(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3대 특검이 집행한 특활비는 총 52억원 안팎에 이른다.
특검별로는 내란 특검이 2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건희 특검이 14억원, 해병 특검이 6억9000만원을 각각 집행했다. (집계 기준에 따라 반올림·항목 포함 여부로 총액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활비는 아무런 기준 없이 집행되는 재량 예산이 아니다.
국가재정법은 예산이 그 목적에 맞게 집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특활비의 구체적인 집행 기준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과 특수활동비 관련 세부 지침에 의해 정해진다.
해당 지침은 특활비를 수사·정보·보안 등 기밀 유지가 필수적인 활동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비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기적·상시적 지급이나 인건비·운영비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특활비 집행은 필요성·비례성·대체 불가성이 충족돼야 하며, 사후적으로라도 제도 취지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검증을 전제로 한다.
이 같은 성격 때문에 특활비는 그동안 반복적인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검찰 특활비의 경우 명절 전후 ‘떡값·격려금’ 지급 의혹, 수사와 무관한 집행 논란이 제기돼 국회와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 왔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특활비 전액 삭감이 논의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법원이 대검찰청 특활비 지출 내역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하며 특활비 역시 사후 검증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기준에 비춰보면, 이번 특검들의 특활비 집행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낳는다.
내란 특검은 국가안보·군 관련 사안을 다뤘다는 점에서 특활비 사용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의 상당 부분이 기존 검찰 수사를 승계한 형태였고, 공소 내용과 증거 구조가 법정에서 상세히 공개됐다는 점에서 특활비가 전제하는 비공개·기밀 수사 활동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김건희 특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소 내용을 보면 새로운 비밀 정보망이나 잠복 수사, 공개될 경우 수사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는 비공식 정보 수집의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14억원에 달하는 특활비가 집행된 사실은 “이럴 정도의 특활비가 왜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3특검 예산집행 현황. 특수활동비는 내란 특검이 가장 많고(21억), 김건희 특검이 그 다음(14억). 내란 특검은 운영비와 특활비가 동일한 규모(각 21억)라는 점에서 구조적 특징이 드러난다.
이 의문을 구체화하는 대목은 공소장과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목록이다.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 대부분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문서와 전자기록, 기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수집된 진술, 통화 기록과 계좌 자료, 언론 보도 등 공개 가능한 자료들이었다.
비공식 정보원 운영이나 잠복 수사, 위장 접촉 등 특활비가 전제하는 비공개·기밀 수사 활동의 흔적은 공소 내용이나 공판 과정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증거 구조에서 수십억 원대 특활비가 실제로 어떤 활동에 사용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특활비는 영수증 공개가 면제되는 예산이라는 점에서, 사적 사용이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내부 통제와 사후 검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검찰 특활비를 둘러싸고 사적 용도 사용 논란이 반복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특검 특활비 역시 동일한 기준에서 집행 목적의 범주, 사용 시점, 통제 장치의 작동 여부가 점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행위를 단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비공개 예산이 제도 취지에 맞게 사용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예산 통제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활비는 성과 여부와 무관하게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예외적 예산”이라며 “수사와 공판이 대부분 공개된 사건에서 특활비가 사용됐다면, 최소한 어떤 성격의 활동이었는지에 대한 사후 설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가 종료되고 공소와 증거가 공개된 지금, ‘기밀 보호’를 이유로 특활비 검증을 회피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 예산은 모두 국회가 승인한 혈세인 만큼, 특활비 사용 역시 국회 차원의 점검과 설명 요구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쟁점은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라, 왜 썼느냐다.
공판을 통해 공개된 수사에 비공개 예산이 투입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특활비는 다시 한 번 ‘깜깜이 예산’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