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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의 대를 끊어라!” 덴마크, 그린란드에 이런 짓도 했다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1-19 19: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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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임, 강제 입양, 착취 등 원주민 향한 핍박, 도를 넘어
  • 주민들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아닌 인간으로 대우받고 싶다”

그린란드 원주민들은 ‘미국의 개입’을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은 ‘초록초록’하지만 실제로는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땅 그린란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를 강하게 밝힌 가운데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그린란드는 사고파는 땅이 아니다”라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16일(현지시간) “그들은 우리의 미래를 훔쳤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그린란드 원주민들이 ‘미국의 개입’을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관점을 전달했다.

 

허락 없이 시행된 불임 시술, 강제 입양…

 

보도에 따르면 그린란드 출신 아마록 피터슨은 27세의 나이에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의 자궁에 심어진 IUD(일명 스파이럴) 피임 장치가 원인이었다. 

 

그린란드 출신 아마록 피터슨은 27세의 나이에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진=뉴욕포스트]

이 피임 장치는 1960년대부터 1991년 사이, 덴마크 정부가 자치령인 그린란드 원주민(이누이트)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전 동의 없이 자궁에 삽입한 것이다.

 

약 4500명 이상의 그린란드 여성이 덴마크 의사들에 의해 이런 식의 강제 불임 시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들 중에는 피터슨처럼 12~13세에 불과한 어린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이 시술로 많은 이누이트 여성이 시술 후 합병증(감염·출혈·통증)을 겪었으며, 일부는 평생 불임이 되거나 자궁 적출술을 받아야 했다. 

 

피터슨도 IUD 삽입 후 극심한 통증으로 반복적인 수술을 받았는데 충격적인 것은 2000년대 초반 덴마크 의사들이 아무 설명 없이 그의 나팔관을 제거해버렸다는 사실이다. 

 

뉴욕포스트는 “덴마크는 유럽의 군사적 도움으로 (미국으로부터) 섬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이누이트에게 진짜 위협은 덴마크 자체였다”고 폭로했다.

 

피터슨은 “덴마크인들은 원주민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의 땅과 아이들,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우리에게 감사를 기대한다”고 분개했다.

 

또 피터슨은 자신의 어머니와 오빠 그리고 친척들이 이른바 ‘리틀 데인스 실험’에 동원됐다고 폭로했다. 

 

이 실험은 부모의 동의 없이 그린란드 아이들을 강제로 덴마크로 입양 보내거나 시설에 맡기는 것으로 그린란드 인구를 줄이는 동시에 그린란드의 어린아이들을 덴마크에 동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됐다. 이 실험으로 그린란드의 수많은 아동이 가족과 영구히 분리됐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강제 불임 수술 피해자에 대해 약 4만6000달러(약 6800만 원)의 보상안을 제안했으나, 피터센은 돈으로 해결한다는 발상이야말로 또 다른 모욕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우리에게 말할 기회를 앗아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 섬을 사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덴마크 정치인들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그린란드인은 “그 슬로건은 더 깊은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한 임대아파트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 [사진=뉴욕포스트]

그린란드 주민들은 “덴마크는 자신들이 여전히 그린란드를 통치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저 몇 푼어치의 가치를 지닌 존재일 뿐”이라며 “수년간 이어진 강제 이주와 경제적 착취가 섬 전역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터슨도 “그들은 우리 미래를 파괴해놓고 우리에게는 그저 입 다물 것을 종용한다”며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덴마크의 결정일뿐 우리가 그런 의견을 낸 적은 없다. 모든 것은 덴마크가 결정한다. 우리가 말하게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섬 매입 논의 후 미국 관료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내는 쪽은 덴마크 외무장관이었다. 그린란드 외무장관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라스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그날 “국민투표를 한다면 약 5만6000명에 이르는 그린란드 주민 전원이 미국 합병을 반대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미국이 그린란드에 스칸디나비아 복지 제도를 지원할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미국의 관심이 그린란드인에게도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이 일로 그린란드는 얻은 게 있다. 원주민들이 얼마나 자치권이 없는지를 세계에 알리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피터슨도 라스무센 장관의 주장에 대해 “그의 발언은 그들이 여전히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정말로 그린란드가 그린란드 사람들의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는 우리 미래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게 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린란드 사람들은 스칸디나비아식 복지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남그린란드에서 자녀를 위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주한 누우수아크 주민 카렌 함메켄 젠슨은 기본적인 생활 여건이 여전히 열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 년 전에 지어진 임대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데, 비좁고 낡은 것은 물론 검은 곰팡이가 성행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런 아파트인데도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주민들은 가계 수입의 대부분을 바쳐야 하는 실정이었다.

 

뉴욕포스트도 “단열이 되지 않아 무척이나 추웠던 거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보조금 핑계로 주민이 부를 쌓을 기회 막아

 

40년 넘게 어부로 일한 엘리아스 런게는 “그린란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해산물이 고가인 것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토로했다.

 

40년간 그린란드 해역에서 일해온 어부 엘리아스 런게는 “그린란드인들 노동의 대가를 덴마크와 대기업이 대부분 차지한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욕포스트] 

덴마크는 그린란드 원주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젠슨은 “보조금이야말로 그린란드 주민들을 낮은 임금 속에 내버려 두는 구실이 된다. 그들은 우리가 부를 쌓을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그린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인 어업에서 두드러진다.

 

40년간 그린란드 해역에서 일해온 어부 엘리아스 런게는 “그린란드인들 노동의 대가를 덴마크와 대기업이 대부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대구를 잡으면 통째로 냉동해서 운송되고, 다른 곳에서 가공되어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린다는 것을 안다”고 전했다.

 

공장에 납품하는 대구의 경우 어부들은 킬로당 1.86달러(약 2750원)에 불과한 가격을 받는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경우 킬로그램당 최대 12.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런게는 “물고기는 우리가 잡았는데 왜 돈은 다른 사람이 버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해안가에 공장을 건설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가공 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산물 직거래 장터. 주민이 소비자에게 직접 대구를 판매할 경우 킬로그램당 최대 12.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사진=뉴욕포스트] 

젠슨은 누크 지역에서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폭력이 성행한다며 “사람들이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81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율이 높다고 하는 한국도 2024년 기준 10만 명당 자살률이 약 29.1명이다. 그린란드에서 자살이 얼마나 큰 사회문제인지 알 만한 대목이다. 

 

피터슨은 말한다.

 

“그들은 우리의 자원을 빼앗았다. 그들은 우리의 몸을 빼앗았다. 그러고 나서 우리에게 감사하라고 했다. 자신의 미래를 훔친 사람에게 어떻게 감사할 수 있을까?”

 

피터슨은 “덴마크인들은 자기들이 트럼프로부터 그린란드를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린란드 주민들은 독립을 원한다”며 “그 시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 가지에는 동의한다. 현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피터슨은 트럼프를 구원자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의 관심은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적어도 그는 덴마크의 통제에 도전한다.” 

 

피터슨에게 독립이란 덴마크와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할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대우받는 것이다.

 

임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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