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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칼럼] 계엄 명령을 수행한 군인을 처벌하는 이상한 징계
  • 박필규
  • 등록 2026-02-0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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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부의 잘못인데, 왜 달구지를 폐기 처분 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투입된 계엄군. [연합뉴스] 

12·3 계엄 관련 국방부 징계위원회가 파면한 숫자는 현재까지 장성 6명, 707특임단장 김현태 대령을 포함한 4명의 대령들이다. 그들의 징계 사유는 ‘내란 중요임무종사죄’다. 이 죄목을 들은 군 경력자나 법률가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이들이 국가 전복을 꿈꾼 것도 아니고, 사적 이익을 위해 병력을 동원한 것도 아니다. 그저 상부의 명령을 수행한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군 지휘 체계의 기본 원칙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이고 책임은 위로 갈수록 무겁다.  그러나 이번 징계 구조는 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특전사의 최고 책임자인 곽종근 사령관은 ‘파면’보다 약한 수준의 ‘해임’에 그쳤지만, 그의 명령을 따른 김현태 대령은 ‘파면’됐다. 보안 규정을 어기고 정치적 발언을 이어간 특전사령관이 더 낮은 처벌을 받는 현실은 원칙보다 정치적 개입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다. 


책임이 아래로만 쏠리는 결정은 군 기강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공평해야 할 칼날이 기울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마부가 길을 잘못 들어 달구지가 늪에 빠졌는데, 먼지를 일으켜 방향을 잃게 한 협잡꾼과 정작 고삐를 쥐고 막다른 길로 유도한 마부는 탓하지 않고 달구지를 해체하여 폐기처분하는 꼴이다. 


군대는 상명하복이 생명인데, 전투 상황에서 지휘관이 “이 명령이 헌법적으로 타당한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전투는 성립할 수 없다. 명령의 적법성은 사후적으로 법과 제도가 다뤄야 할 문제이지,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명령을 내린 자가 아닌, 명령을 수행한 자에게 책임을 집중시켜 파면했다. 이는 군의 명령 체계를 흔드는 일이며, 군의 존재 목적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명령 체계가 흔들리면 군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그 군을 지휘해야 할 군통수권자 역시 약화된 체계를 기반으로 통수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런 결과를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았다면 국가 안보를 해치는 이적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군을 약화시키는 결정은 곧 적에게 이익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징계가 남기는 더 큰 문제는 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다. 군인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지, 정치적 해석을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상부의 명령을 따랐더니 파면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는 군 조직 전체에 불신과 위축을 가져오고, 지휘관들이 결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낳는다. 재판이 진행 중인데 군의 징계처분은 최종 판결에도 영향을 주는 이중 처벌의 선례가 될 것이다.  


법적 판단은 결국 법원이 내릴 것이다. 행정소송이 진행된다면 징계의 적절성과 절차, 책임의 범위가 다시 검토될 것이다. 복직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들에게 사법절차 과정은 가혹하다. 군 경력과 명예는 물론, 개인의 삶과 정신까지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법적 판단과 별개로, 이번 사안이 군 조직 전체에 남긴 손상 역시 작지 않다.


계엄군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고 상징적 비난을 하지만 계엄군의 총을 뺏으려고 한 일부 행위는 문제를 삼지 않는다. 국제법과 군사법에서 전장에서의 ‘명백한 불법’은 민간인 학살, 고문, 포로 처형, 약탈·방화, 국제법이 금지한 공격 등으로 명확히 정의된다. 12·3 계엄군의 행위는 그 어떤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명령의 위법성이 명백하지 않았다면 하급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논쟁의 대상이다. 


2차 대전 전범 재판에서도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더라도 상관의 명령에 따른 군인에게는 정상이 참작됐다. 그런데 지금의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그 기본 원칙조차 외면하는 것인가?


모든 책임은 명령을 내린 자에게 있다. 명령을 수행한 군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방식은 군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지휘 체계를 약화시키며, 조건반사적 전투를 어렵게 하여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군인을 대상으로 정치적 희생양 찾기가 아니라 군의 상명하복 명령 체계를 회복하고, 변화무쌍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맞는 대비태세를 갖추는 일이다. 죽고 사는 안보 문제는 한 치의 착오도 허용활 수 없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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