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방금 전 광주 광산경찰서의 노골적인 증거 인멸 사건을 짚어내는 글을 하나 올렸다가 슬그머니 내렸다. 현직 경찰관 아들의 살인을 덮어주려다 적발된 이 펄펄 끓는 이슈를 빌미로, 혹여 특정 지역 전체를 찌르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 잠시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굴레를 짊어진 호남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 장엄한 서사를 읽다 보니, 차갑게 식혀둔 팩트 폭격의 스위치가 다시 켜지고야 말았다.
정치인이 무능하면 지역민이 고생
박지원 의원에게 건조하게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부터 객관적인 통계와 부끄러운 행정의 실태를 지적하는 일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희롱’으로 둔갑했는가.
대한민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북한과 중공군의 군가를 지은 정율성을 기리겠다며, 수십억 세금을 들여 기념 공원을 지은 게 호남이 아니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시민들의 소비 편의는 안중에도 없이 5일장과 전통시장 상권을 지켜야 한다며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을 악착같이 거부해 온 갈라파고스 행정은 누구의 작품인가.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희롱당하는 억울한 성역의 진짜 현주소다.
이들의 기상천외한 행정 촌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시민들이 마실 물조차 부족하고, 이해충돌을 무릅쓰고 생계형 가족사업을 펼친 정동영의 태양광으로는 어림도 없는 전력 인프라. 턱없이 모자란 현실을 뻔히 알면서 냅다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우겨대는 꼴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압도적으로 1위를 다투는 ‘나일롱 환자’와 보험사기 지표, 전 세계 보이 스카우트 대원들을 폭염 속 진흙탕에 몰아넣고 수백억 원의 세금을 공중 분해시킨 새만금 잼버리 대참사,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준비 부실로 삐걱대는 여수 세계섬박람회, K팝 특화거리를 조성한다며 귀신 나오게 생긴 거리를 조성한 기괴한 세금 낭비, 동학운동의 유족에게 나가는 보상금까지. 당신이 원한다면 더 나열해 줄 수도 있다.
내가 열거한 이 모든 참사와 부조리들은 누군가 악의적으로 꾸며낸 음해나 일베 몰이용 가짜뉴스가 아니다. 수십 년간 그 지역을 텃밭 삼아 장기 집권해 온 좌파 정치 카르텔의 폐쇄성과 무능이 낳은 뼈아픈 결과물일 뿐이다.
언제까지 표밭 관리만 할 건가
그런데 이들은 지역 행정의 곪아 터진 환부가 드러날 때마다 아주 편리한 치트키를 꺼내 든다. ‘핍박받는 호남’이라는 무적의 피해자 서사를 방패로 삼아, 합리적인 지적조차 “우리를 혐오하고 희롱한다”며 입을 틀어막는 것이다.
팩트를 팩트라 부르지 못하게 억압하는 사회는 결코 스스로의 병을 고칠 수 없다. 잘못된 행정과 부패한 카르텔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비열한 희롱이 아니라, 과거에 갇혀 썩어가는 체제를 미래로 끌어올릴 유일한 백신이다.
대대손손 호남을 모욕하는 진짜 주범은 팩트를 짚어내는 국민들이 아니다. 당신들의 알량한 표밭을 관리하기 위해, 과거의 상처와 피해 의식을 부패와 무능을 덮는 방탄조끼로 전락시킨 정치꾼들이다.
객관적인 사실 지적을 희롱이라 우기며 눈물을 짜낼수록, 그곳은 영원히 낡은 정치 비즈니스의 볼모로 잡힌 고립된 섬으로 남게 될 것이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