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장 이후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변동으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시장에 대한 매도 사이드카는 지난 4일 이후 3거래일 만에 발동했고 이번 달 들어서는 세 번째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자금 이동 속에서 한국 증시 역시 크게 흔들렸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시장의 불안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는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높지만 지수의 방향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수급에 크게 좌우된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바뀌면 한국 시장은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시장 중 하나다.
여기에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신용거래가 많은 시장이라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0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레버리지 투자 계좌의 담보 비율이 무너지고 반대매매 압력이 커진다.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강제 청산 매물이 쏟아지면 낙폭이 다시 확대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금융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메커니즘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흔히 ‘개미털이’라고 부르는 장면도 바로 이 과정에서 나타난다. 지수가 흔들리는 순간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먼저 시장에서 밀려나고 낙폭이 확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문제는 이런 시장 구조를 알만한 사람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집을 팔아 성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에 투자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의 말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정책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ETF는 특정 기업을 분석해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라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 상품이다.
개인 자금이 ETF로 유입되면 결국 지수 편입 대형주로 흘러가고 그 가격은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에 의해 좌우된다. 개인 투자자는 시장을 설계하는 주체가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이 움직이는 시장 구조 속으로 편입되는 참여자가 된다.
문제의 본질은 ETF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증시 투자 방향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다.
기본적으로 증시는 정부가 설계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글로벌 자본과 정치, 환율과 에너지 가격, 국제 분쟁과 금융 정책 같은 거대한 변수들이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시장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권력의 언어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시장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가 지금 정부보다 무능해서 증시를 부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증시는 대통령의 의지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의 흐름과 거시 변수, 국제 정치 환경이 맞물릴 때 상승장이 만들어지고 그렇지 않을 때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한다.
한미일보는 그동안 증시 분석에서 이른바 ‘트럼프 변수’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중동 정세와 이란 문제뿐 아니라 관세 정책과 무역 압박, 글로벌 자금 이동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방향은 국제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남아 있다.
증시는 결국 글로벌 정치와 자본의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
이런 변수들을 외면한 채 국내 투자 분위기만 부추긴다면 그 위험은 결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증시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그 시장에서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것은 언제나 개인 투자자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증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순간, 그 발언은 투자 조언이 아니라 시장 신호가 된다. 그리고 그 신호의 위험은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
대통령의 무모한 자신감이 만든 현실이 지금의 코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