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작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5·18을 폄훼한 혐의로 고발돼 검찰로부터 벌금 1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자, 최근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사진=임요희 기자]
특정 이념 집단이 문학과 문화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목소리는 주변으로 밀려나는 문단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자유주의 작가회의’(대표 이대영) 준비위원회가 7일 출범과 동시에 김규나 작가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준비위는 최근 김규나 작가에게 내려진 벌금 판결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한 작가가 문화와 문학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일로 법적 제재를 받는 상황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규나 작가 사태는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 사건이다. 우리는 창작과 비평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나 작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5·18을 폄훼한 혐의로 고발돼 검찰로부터 벌금 1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자, 지난해 8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규나 작가에게 날아온 공판기일 통지서. 공판이 오는 4월로 잡혔다. [사진=김규나 페이스북]
김 작가는 소송장을 내면서 한미일보에 “100만 원 벌금도 아깝지만 죄 없이 유죄를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작가로서, 불의한 시대를 인정하기 싫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라도 오늘을 돌아볼 때 부끄러움 없이, 후회 없이 이 시대를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난 3일 공판기일이 잡히자 “피고인이라는 말도 낯설지만 공판 기일, 법정 출석 이런 건 소설 속 주인공이나 접하는 말인 줄 알았다”며 “영화 속 주인공이나 하는 줄 알았던 일이 나에게도 현실이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근데 살인한 것도 아니고,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타인과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음주 운전을 했다거나 사소한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도 아니다. 다만 저들 맘에 들지 않는 글 한 줄 썼다고 작가를 법정에 세우는 시대. 5·18의 성역을 ‘감히 능욕’했다고 내리는 사회적 괴롭힘”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물었다.
졸지에 ‘정치범’이 된 김 작가는 “시베리아 수용소로는 안 가겠지만, 이길 거라고도 생각 안 한다. 그래도 갈 데까지 가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규나 작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5·18을 폄훼한 혐의로 고발돼 검찰로부터 벌금 1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진=JTBC뉴스 캡처]
김 작가는 2024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성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듯, 오십팔은 명단도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공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무장반란을 우리 젊은 군인들이 목숨 바쳐 진압,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다. 당시는 광주사태라고 불렸는데 언제부턴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의 성역이 되어버렸다”는 글을 올렸다가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다음은 김규나 작가 사태에 대한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의 입장문 전문이다.
김규나 작가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는 최근 김규나 작가에게 내려진 벌금 판결을 깊이 우려한다. 한 작가가 문화와 문학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일로 법적 제재를 받는 상황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과 비평의 영역에서 의견 충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다른 해석과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문화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증거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토론과 비판이 아니라 법적 처벌의 문제로 넘어가기 시작한다면 작가와 지식인은 스스로의 언어를 제한하게 되고, 공적 토론의 공간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이러한 장면을 이미 한 번 겪은 적이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은 한 장교의 억울한 판결로 시작되었지만 곧 국가 권력과 언론, 지식인 사회 전체를 뒤흔든 거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그때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통해 권력의 판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와 정의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 사건은 결국 프랑스 사회가 자유와 정의의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상황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가 작품과 문화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보장되는가, 아니면 권력과 여론의 압력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는 어떠한 권력도 문학과 사상의 세계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토대이며, 창작과 비판의 자유는 그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이 원칙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는 현 정권이 표현과 비판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한다. 권력은 비판을 억누르는 힘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드러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책임을 지닌다.
김규나 작가 사태는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 사건이다. 우리는 창작과 비평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2026년 3월7일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