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한국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정치적 리스크 회피’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전략적 우위를 갖고도 반전 여론에 밀려 전쟁 의지를 잃었던 것처럼, 여론의 눈치를 보는 정치는 안보를 무력화시키고 군의 역할을 흐리게 만든다. 그 결과 국가는 군사 잠재력을 갖고도 스스로 안보 공백을 만든다.
21세기 전쟁은 더이상 과거의 전쟁과 같은 규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충돌은 드론, AI, 정밀타격 체계가 결합된 새로운 전쟁의 실험장이 되었고, 이 변화는 전쟁의 기술적 진화가 아니라 전쟁의 본질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인데 정치의 안보 개입은 현 군사력마저 사용을 못하게 봉인한다.
전장은 더 분산되고, 더 빠르게 변화하며, 더 저렴한 무기가 더 비싼 무기를 압도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수천 달러짜리 드론이 수백억 원짜리 전차를 무력화시키는 장면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다. 전쟁의 규칙이 바뀌면 군사력의 정의도 바뀌고, 국가가 준비해야 할 전략 역시 근본적으로 다시 짜여야 한다.
이 변화는 한반도에 더욱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면밀히 분석하며 드론 전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고, 러시아·이란과의 협력을 통해 드론 전력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북한 소형 드론이 수도권 상공을 침범했을 때, 한국의 방공체계는 사실상 대응하지 못했다. 만약 북한이 수백 대의 저가 드론을 동시다발적으로 투입한다면, 기존의 방공체계만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셈이다.
더이상 한국의 재래식 무기가 우월하다고 할 수도 없고 과거의 전쟁 개념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기술적 격차가 아니라 안보를 바라보는 안보 라인과 위정자들의 안보 인식의 격차, 즉 ‘안보 무지’다. 장관이 기본적인 군사 용어를 모르는 것보다 국방 개념과 체계를 모른다면 끔찍한 일이다.
한국의 국방 개념은 국가 생존과 영토·국민·주권 보호를 목표로 하며, 그 최상위 체계는 △국가안보전략(NSS) △국방개혁 기본계획△국방중기계획으로 구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합동성 중심의 지휘구조, 즉 합참의장 지휘 아래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통합 작전을 수행하며, 킬체인·KAMD·KMPR로 대표되는 3축 체계가 핵심 억제 구조를 이룬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안보에 대한 기본도 잘 모르면서 지나치게 안보를 단순화하거나 정치적 논쟁의 부속물로 취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제 분쟁이 어떤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안보 위험 신호가 나타나도 이를 감정적 대립이나 진영 논리로 축소해 버린다.
사이버전과 정보전이 국가 기반을 흔드는 시대임에도 이를 모르고 현역의 사기와 전투역량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인사 정책을 펴고 있다. 장비가 아무리 발전해도 전투의 중심은 현역 군인이다. 인사 교란은 안보 차원의 심각한 파괴다.
이러한 안보 무지는 국가 전략을 흔들고,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적대 세력에게 틈을 제공한다. 역사가 반복해서 보여주듯 외부의 위협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내부의 무지와 분열이다.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조차 감정적 구도나 단편적 해석으로 소비되는 사회에서는 어떤 국가 전략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안보를 둘러싼 논의가 정쟁으로 소비되는 순간, 거대한 군은 정치 병정놀이의 희생물이 되고 국가는 스스로의 생존 기반을 잃는다.
이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동맹의 ‘역할 분담(role-sharing)’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일본은 반세기 만에 ‘반격 능력’을 도입하며 군사대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은 단순히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군사 강국으로의 대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 따라서 군사력 현대화와 전력 구조 개편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 핵심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된다.
첫째, 전장 인식 능력의 절대적 우위 확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누가 먼저 보고 더 정확하게 판단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은 위성, 드론, 조기경보통제기 같은 장비로 하늘·우주·지상을 동시에 살피고, 인공지능이 이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하면 적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정보 자체가 곧 강력한 전력이 된다.
둘째, 드론·AI 기반 전력의 대량화와 통합이다.
공격·정찰·전자전 드론을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동시에 저비용 요격체계·레이저 무기·재밍 기술을 발전시켜 ‘싸게 공격하고 비싸게 방어하는’ 비대칭 구조를 뒤집어야 한다. 미래의 군사력은 규모가 아니라 속도·정확성·지능화가 결정한다.
셋째, 전문가 육성과 방산 생태계 강화다.
군사 강국은 무기만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전쟁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나라다. AI, 전자전, 사이버, 우주 분야의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군·학계·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적 인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방산 산업 역시 단순 수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한국은 군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의지와 선택이다. 군을 약화시키고 상식과 반대로 가는 안보 정책은 국가 생존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 군사 강국으로 가는 길은 특정 진영의 선택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명령이며,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군과 안보라인과 변화한 전장을 직시하고 그 변화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전면적인 탈바꿈으로 국가 안보의 기본틀을 유지하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