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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이제 와서 ‘원유 특사’…중동 대응 또 뒷북
  • 한미일보 정치부 기자
  • 등록 2026-04-06 14: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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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안도걸 “사우디·오만·알제리 특사 구성”
  • 얀부항 국적선 5척 검토·사후정산제 손질
  • 관리 가능하다더니 뒤늦게 위기 수위만 키워

중동전쟁 경제 대응 특별위원회 2차 회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오만·알제리에 원유 특사를 보내고, 사우디 얀부항을 활용하는 홍해 대체 항로에 국적선 5척 투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중동 상황 경제 대응 특별위원회’ 간사인 안도걸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뒤 기자들과 만나 원유 대체 물량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당정은 정유업계와 주유소의 사후정산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정산 주기를 1주 이내로 줄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정부가 내놓은 설명만 보면 이번 조치는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을 줄이기 위한 후속 대책이다. 그러나 시점만 놓고 보면 이번 발표는 새 대책의 제시라기보다 늦은 대응에 가깝다. 

 

정부는 이미 3월 31일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시행하면서 정유사들이 6월 말까지 들어올 대체 원유 2천만 배럴 이상을 확보했고, 6월 전까지는 큰 공급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3월 26일 정부는 유류세 인하 확대, 유가 상한 조정, 나프타 수출 통제, 5조 원 규모 국채 매입 등 비상 조치를 먼저 내놨다. 이어 3월 31일에는 비축유 스와프를 가동했고, 같은 날 이재명 은 에너지 수급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대응은 이미 3월 하순부터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던 셈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곧바로 더 강해졌다. 이재명은 4월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동발 충격을 최근 역사상 가장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 추경안에 고유가 대응 10조1000억 원, 민생 안정 2조8000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6000억 원 등을 담았다.

 

이어 4월5일에는 구윤철 부총리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대사들을 만나 원유·액화천연가스(LNG)·나프타·요소의 안정 공급과 한국 선박·선원의 안전 보장을 요청했다. 로이터는 당시 한국 선박 26척이 호르무즈 관련 해역에서 발이 묶여 있다고 전했다. 

 

6일에는 다시 특사 파견과 국적선 투입 방안이 나왔다. 비축유 활용에서 외교 요청, 추경, 특사, 국적선 카드로 대응 수위가 짧은 기간에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위기가 며칠 새 갑자기 생겼느냐가 아니다. 정부 스스로도 3월 하순부터 잇따라 비상조치를 내놓을 만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특사 파견과 대체 항로 확보, 국적선 투입 같은 조치를 왜 이제서야 공개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상황이 처음부터 심각했다면 대응이 늦은 셈이고, 반대로 3월 31일 설명대로 6월 전까지 수급 관리가 가능했다면 지금의 발표는 초기 판단이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 된다.


에너지 충격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다만 실제 위기와 별개로, 정부가 이를 어떤 속도와 강도로 설명하고 확대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관리 가능성을 말하던 정부가 며칠 사이 이를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추경과 특사, 국적선 카드까지 한꺼번에 꺼내든 흐름은, 위기 대응의 격상인 동시에 초기 메시지의 수정으로도 읽힌다.

 

결국 이번 당정 발표는 총력 대응의 선언이기 전에 늦어진 판단의 흔적을 보여준다. 

 

위기가 없었는데 위기라고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위기의 존재를 확인한 정부가 초기에는 관리 가능성을 강조하다가 뒤늦게 특사와 국적선까지 들고나온 것은, 대응의 정교함보다는 판단의 흔들림을 먼저 드러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상한 수사보다 정부 판단과 메시지가 왜 이렇게 빠르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란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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