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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스님 호국칼럼] 나라가 있어야 부처도 있다
  • 응천스님 대한불교호국종 총무원장
  • 등록 2026-04-07 11: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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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전등화의 국난, 불자는 어디에 서 있는가

"국토가 외세의 침탈을 당하고 백성이 도탄에 빠졌을 때, 우리가 앉은 좌복은 마땅히 구국의 전장(戰場)이 되어야 합니다. "

인류의 역사는 평온의 시기보다 격동의 세월이 더 길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또한 안팎으로 거친 파고에 휩싸여 있습니다. 국제 정세의 냉혹한 패권 다툼과 경제적 위기, 그리고 갈수록 깊어지는 사회적 분열은 마치 벼랑 끝에 선 형국입니다. 나는 오늘 이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부대중을 향해 묻고 싶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불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수지한 법(法)은 대체 어디에 쓰려는 것입니까?”

 

이것은 단순히 종교적 수사가 아닙니다. 1700년 한국 불교의 심장에 면면히 흐르는 호국 정신의 본질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국수법수(國守法守), 국가와 불교는 하나의 수레바퀴

 

나는 일찍이 “국가와 불교는 하나의 수레바퀴와 같아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진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 종단의 소의경전인 ‘인왕호국반야경(仁王護國般若經)’의 핵심 사상, 즉 내외상응(內外相應)의 원리와 궤를 같이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국토가 혼란할 때 반야바라밀의 지혜를 수지하면 칠난(七難)이 소멸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수행자가 산문에 들어 정진하는 목적은 홀로 해탈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국토가 외세의 침탈을 당하고 백성이 도탄에 빠졌을 때, 우리가 앉은 좌복은 마땅히 구국의 전장(戰場)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 서산대사가 “나라의 위태로움이 경각에 달렸거늘 어찌 선(禪)의 고요함에만 머물러 있겠는가”라며 떨치고 일어났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서슬 퍼런 자비’가 필요합니다. 나라라는 터전이 무너지면 정법(正法)을 전할 도량도, 중생을 구제할 가르침도 설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대자비살(大慈悲殺)의 역설과 현대적 승군 정신

 

내가 주창하는 호국 철학의 정점은 ‘승군(僧軍) 정신’의 현대적 부활입니다. 불교의 제1계율은 불살생(不殺生)이지만, 나는 이를 문자적 해석에만 가두지 않습니다. 

 

더 큰 살생을 막기 위해, 그리고 무고한 중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드는 검은 살생의 도구가 아니라 구제의 방편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자비살(大慈悲殺)’의 논리입니다.

 

사명대사가 적장 앞에서 “당신의 머리가 보배”라고 일갈했던 기개는 미움이 아닌 백성을 향한 무아(無我)의 헌신에서 나온 용기였습니다. 나는 이 정신을 계승하여 삼각산 정토사에 호국승군단을 창설했습니다. 

 

물리적 살상이 아닌, 정신적 각성과 영적 무장으로 무장한 현대적 승군이야말로 이 시대의 혼란을 잠재울 진정한 파수꾼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지상정토(地上淨土)를 향한 불자의 실천적 발원

 

나라가 어려울 때 불자가 앞장서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보살도(菩薩道)의 완성인 까닭입니다. 나는 정토(淨土)가 죽어서 가는 먼 곳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에 구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화합으로 이끌고 안보의 위협 앞에 흔들림 없는 신념을 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호국 기도입니다.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위없이 높고 깊은 미묘한 법을),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백천만 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우니)”라 했습니다. 이토록 귀한 부처님의 법을 만난 것은 기적과 같은 인연입니다. 그 소중한 인연의 공덕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회향하는 것은 불자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산속의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도심의 소음과 전선의 긴장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이 되어야 하며, 위기의 국가를 지탱하는 영적 국방력이 되어야 합니다.

 

삼각산의 사자후(獅子吼), 평화 통일의 길로

 

대한불교호국종의 근본 도량인 삼각산 정토사는 수도 서울을 굽어살피는 비보(裨補)의 성지입니다. 한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누란(累卵)의 위기입니다.

 

삼각산 정토사 대웅전 모습. [정토사 홈페이지]

“사자가 포효하면 뭇 짐승들이 고요해지듯, 불자의 호국 서원이 일어날 때 모든 국난은 소멸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내란에 빙의(憑依)된 듯한 ‘정적 지우기’는 조선시대의 참혹한 사화(士禍)를 넘어 현대판 병화(兵禍)를 보는 듯하여, 필자의 마음은 아주 무겁습니다. 

 

권력이 화합이 아닌 분열의 칼춤을 출 때, 국가는 위태로워지고 백성은 도탄에 빠집니다. 이곳 삼각산에서 내가 지피는 호국의 불꽃이 전 국토로 번져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위태로운 시대를 건너는 유일한 길은 불자들이 앞장서서 반야의 지혜를 발휘하고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대가를 바라지 않는 완전한 헌신)의 마음으로 헌신할 때, 비로소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지상정토의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 응천 스님

 

대한불교호국종 총무원장 

호국승군단 초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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