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 발언 장면. [사진=연합뉴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의 핵심 쟁점은 추가경정예산안이 아니었다.
회동은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라는 이름으로 열렸지만, 실제 정치적 충돌의 무게중심은 개헌과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에 실렸다.
반면 추경은 세부 사업과 집행 방식, 유류세 인하 여부 등을 둘러싼 항목 조정 수준의 이견으로 정리됐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을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위기와 국제정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의 자리로 규정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통합과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회담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회동은 7일 오전 11시 30분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해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한병도 원내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송언석 원내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경안 처리와 국회에 발의된 개헌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회동이 끝난 뒤 각 당 브리핑을 종합하면, 추경보다 개헌과 국조가 훨씬 더 직접적인 충돌 의제로 부각됐다.
추경은 필요성 자체를 둘러싼 전면 대립보다는 사업 항목과 방식,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수준이었지만, 개헌과 국조는 여야가 물러서기 어려운 정치 현안으로 확인됐다.
개헌 문제에서는 국민의힘이 강하게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는 개헌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분명히 했고,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논하기 전에 중임이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에게 먼저 하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정치적 긴장이 높은 대목 중 하나였다.
국정조사 문제는 더 선명했다.
국민의힘은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루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회동에서 강하게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이 문제의 문제점을 짚으며 종전 때까지는 하지 않는 것으로 강력히 얘기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조작기소 문제를 국가폭력이자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는 타협 여지가 적은 정면충돌 사안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반면 추경은 회동의 전면전 소재라기보다 세부 조정의 대상이었다.
이재명은 추경이 “현찰 나눠주기”나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국회가 심의·의결 과정에서 필요하면 추가하고 불필요하면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추경 자체를 통째로 거부했다기보다 ‘국민 생존 7대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민주당으로부터 긍정 검토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측 설명을 종합하면 추경은 항목과 방식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개헌·국조처럼 회동의 성패를 가를 충돌축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유류세 추가 인하가 대표적 쟁점이었다.
송언석은 현금 지원보다 유류세 인하가 국민에게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지만, 국민의힘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시각 차가 크고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역시 추경의 본질이 전면 거부가 아니라 집행 방식과 구성 항목을 둘러싼 정책 이견이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날 회동은 ‘민생경제 협의체’라는 외형과 달리, 실제로는 ‘무엇이 타협 가능하고 무엇이 끝내 충돌하는지’를 드러낸 자리였다.
추경은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조정 가능한 영역으로 남았지만, 개헌은 권력구조와 대통령 거취 문제로, 국조는 사법·정치 책임 공방으로 연결되며 여야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회동의 결과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추경은 항목 이견이었고 개헌과 국조가 본 쟁점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