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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의 카르텔 대해부] ③북한의 ‘수령 카르텔’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4-14 01: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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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의 생존을 찬탈하는 거대 범죄 갱단과 노예 체제


앞선 연재를 통해 카르텔이 어떻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가 사유화 과정(①편), 성리학 카르텔이 어떻게 이념의 탈을 쓰고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는지(②편) 살펴보았다. 시리즈의 세 번째는 지구상에서 가장 기괴하고도 공고한 형태의 결탁이라 불리는 북한의 상부 구조, 즉 '수령 카르텔'을 해부하고자 한다. 

 

북한은 일반적인 독재 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 실체는 수령을 정점으로 한 핵심 권력층이 국가라는 공적 외피를 도구 삼아 2500만 인민을 노예화하고 국가 자산을 사유화한 ‘거대 범죄 갱단’에 가깝다.

 

북한 카르텔이 유지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백두혈통 신격화’다. 그러나 이 신비주의의 장막을 걷어내면 그 본질은 통치 철학이 아니라, 마피아나 카르텔 조직에서나 볼 수 있는 ‘침묵의 규율’과 ‘피의 결속’을 종교적 차원으로 격상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 구조 내에서 수령은 국정 운영의 책임자가 아니라, 조직원들에게 이권을 분배하고 배신자를 처단하는 이익 배분의 총수(Boss)역할을 수행한다. 

 

평양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이익 공동체를 공유하는 핵심 권력층은 당·군·정의 핵심 보직을 돌려막기 하며 ‘철의 삼각형’을 구축한다. 이들에게 인민은 보호해야 할 시민이 아니라, 조직의 호화로운 생활과 무기 창고를 채우기 위해 무한히 착취 가능한 ‘국가 소유의 노예’일 뿐이다.

 

이러한 약탈적 구조는 21세기형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참한 현실로 이어진다. 북한의 수령 카르텔은 인민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심지어는 사고의 자유까지 박탈하고 오직 카르텔의 안위와 체제 유지를 위한 강제 노동에 투입한다. 이는 ①편에서 다룬 ‘지대 추구(Rent-seeking)’의 가장 잔혹한 변종이다. 

 

인민의 고혈로 짜낸 국가 예산은 민생이 아닌 카르텔의 핵심 전력인 군부의 충성을 사는 무기 개발과 상부 구조의 사치품 수급에 최우선 배정된다. 또한 ‘돈주’라 불리는 신흥 자본가 계층은 이 카르텔의 하부 구조에 기생하며 뇌물을 바치고 생존권을 허락받는다. 이는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아니라, 갱단이 구역 내 상인들에게 갈취하는 ‘보호비(Protection money)’ 체제가 국가 단위로 확장된 형태다.

 

수령 카르텔의 존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내부의 변심과 자유 정보의 유입이다. 북한 수령 카르텔은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상호 감시 및 보복 메커니즘’을 가동한다. 보위부와 보안서로 대표되는 공권력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방패가 아니라, 카르텔의 규칙을 어기거나 수령의 절대권력에 도전하는 자를 처단하는 조직의 ‘해결사’로 전락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대신 자리 잡은 ‘유일 영도체계’는 법과 제도를 카르텔의 변덕에 맞춘 흉기로 만들었다. 법은 인민을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카르텔의 이익에 반하는 노예들을 처단하는 작두가 된다. 가혹한 숙청과 현대판 연좌제는 구성원들에게 배신보다 복종이 훨씬 이익이라는 ‘공포의 경제학’을 뇌리에 각인시킨다.

 

결국 북한의 ‘수령 카르텔’은 99.9%의 인민을 철저히 소외시킨 채, 0.1%의 상부 구조만을 위한 ‘보이지 않는 성벽’을 쌓아 올린 폐쇄적 집단이다. 이들은 핵무기를 인질 삼아 국제 사회를 위협하며 조직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역사는 분명한 결말을 예고한다.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내부 구성원의 고혈을 짜내 유지되는 갱단 조직은 결국 자원 고갈과 내부 균열이라는 시스템의 임계점에서 스스로 붕괴한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성리학 카르텔이 교조주의에 빠져 망국에 이르렀듯, 북한의 약탈적 갱단 카르텔 역시 정보의 유입과 시장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북한의 사례를 통해 목도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권력이 투명성을 상실하고 특정 집단의 사적 이익을 수호하는 도구로 변질될 때,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닌 거대한 범죄 조직이 되며 그 사회는 살아있는 감옥으로 변모한다. 북한의 ‘수령 카르텔’은 카르텔이 국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 도달하게 되는 가장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종착역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인간 도살장이다. 

 

0.1%의 김정은 중심의 지배 권력이 99.9%의 눈물을 자양분 삼아 연명하는 이 비극적 연극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으며, 그 성벽이 무너지는 순간 카르텔이 남긴 참혹한 폐허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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