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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한미칼럼] 불법 대북송금, 이제는 미국이 답할 차례다
  • 김영 기자
  • 등록 2026-04-16 12: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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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 불법송금은 유엔 제재와 국제 금융질서 문제
  • MAGA는 부유함이 아닌 정의와 원칙에서 나온다
  • 동맹의 위기에 침묵하는 건 정치적 계산으로 보여


대북 불법송금은 한국 법정 안에서만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유엔 대북제재와 국제 금융질서, 동맹의 대북 공조가 걸린 국제 문제다. 

 

유엔 안보리 1718 제재 체계는 회원국들에 북한의 제재 회피와 불법 금융 활동을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도 북한 관련 중대한 거래를 수행하거나 촉진한 외국 금융기관에 제재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 왔다.

 

한국에는 한국법이 있고 미국에는 미국법이 있다. 한국도 주권국가여서 동맹국인 미국이 한국의 내정과 사법 절차를 함부로 넘볼 수는 없다. 여기까지는 국제질서의 기본이다. 

 

그러나 차원이 세계질서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북 제재는 특정 국가의 국내 정책이 아니라 유엔 결의로 출발한 국제 규범이고, 북한의 불법 자금줄을 차단하는 일은 세계질서의 중요한 축이다. 

 

따라서 불법 대북송금은 한국 안에서만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국제 제재와 국제 금융의 문제로 넘어간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침묵은 단순한 내정 불간섭의 미덕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한국에 대한 존중과 국제 제재 질서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이제 미국은 어느 원칙을 더 무겁게 보는지 답해야 한다. 

 

한미일보는 지난해 신동영 목사가 이재명 대북송금 사건을 미국 재무부 OFAC와 유엔에 고발한 사실을 인터뷰와 후속 기사로 집중적으로 부각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미국의 변명은 힘을 잃는다. 

 

북한 관련 불법 금융에는 누구보다 엄격한 미국이, 왜 한국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그것도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난 사건에는 공개적으로 침묵하는가. 

 

미국은 최근까지도 북한의 해외 금융조력자, 돈세탁 네트워크, 제재 회피 구조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제재를 가해 왔다. 북한 자금줄을 끊겠다는 원칙도 살아 있다. 

 

그런데 유독 이 사건만 조용하다면, 이는 단순한 신중함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물론 미국 제재는 자동이 아니다. 한국 법원의 판단이 곧바로 미국 OFAC 제재로 변환되는 구조도 아니다. 미국은 어디까지나 미국 법령과 자국 정부 판단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사법 판단 흐름이 가벼운 참고자료에 그친다고 볼 수도 없다. 

 

북한 관련 중대한 거래 여부를 판단할 때 동맹국 수사자료와 법원 판단은 무시하기 어려운 근거다. 미국이 정말 원칙대로 움직인다면, 최소한 왜 이 사건이 제재 검토의 전면에 서지 않는지 설명할 책임은 있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특히 북한 돈줄 문제에서의 침묵은 원칙의 보류이거나 정치의 개입일 수 있다.

 

더 꺼림칙한 것은 한국 내부의 움직임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확정된 대법원판결을 다시 흔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북한의 돈줄에 누구보다 예민한 미국이, 왜 이 사건 앞에서만 조용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정말 북한 관련 불법 자금 문제를 국제 안보와 금융질서의 문제로 본다면, 이 사안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는 해석은 셋뿐이다. 

 

아직 미국이 비공개 검토를 하고 있거나, 동맹국 정치와 정면 충돌하는 장면을 피하려고 시간을 끌고 있거나, 아니면 원칙은 외치되 적용은 선택적으로 하고 있거나. 

 

첫 번째라면 조만간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라면 미국답지 못하다. 

 

미국은 원래 북한 자금줄 문제에서는 친구와 적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동맹국 정치가 걸렸다고 해서 대북 불법송금 문제에 침묵한다면, 그것은 제재 원칙이 아니라 외교적 계산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MAGA 정신도 이런 침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부의 크기만이 아니다. 정의와 원칙이 살아 있고, 친구와 적을 가리지 않고 기준을 적용하는 나라일 때 미국은 비로소 위대해진다. 

 

북한의 불법 자금줄 앞에서 침묵하는 미국은 강한 미국도, 위대한 미국도 아니다.

 

이 사건은 유엔 제재 위반 사건이다. 

 

더 나아가 북한의 한마디에 동맹국의 운명까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사건이다. 

 

이런 사안 앞에서조차 미국이 침묵한다면, 그것은 동맹의 안보를 지키는 태도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방치하는 태도다. 

 

미국은 답해야 한다. 그 침묵이 원칙의 결과인지, 정치의 계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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