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2·3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총장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은 현재 ‘선택적 정의와 분노’라는 질병에 안보마저 무너지고 있다. 인권과 정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정략과 이익에 따라 편리하게 편집되고, 국방의 기초인 군인의 명예마저 정쟁의 제물로 전락했다.
이러한 편향된 정의는 객관적 안보관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국가적 독소이자 은밀한 위협이다. 공정의 저울이 진영 논리에 휘둘리면 그 저울은 상대를 베는 흉기로 변질된다.
미국의 인종 차별엔 분노하면서 북한과 이란의 공개 처형과 여성 인권 탄압에 침묵하는 이중잣대, 좌파 진영의 모순은 어쩔 수 없는 관행'으로 덮고, 자유 우파의 과실은 ‘반사회적 범죄’로 낙인찍는 내로남불, 상대 진영의 성 비위에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퇴진을 요구하면서 자기편의 과오에는 ‘공과(功過)’를 따지며 두둔하는 행태, 불편한 진실 주장엔 허위사실 유포로 대응하면서, 안보역사 왜곡과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는 모순 행위의 공통점은 선택적 정의와 분노다.
우리가 믿어온 안보 상식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그 서늘한 진실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1. 세조의 선택적 광기가 선택적 척결로 부활
조선의 7대 왕인 세조는 정권 찬탈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적 분노’로 권력의 칼을 휘둘렀다. 단종 복위 운동을 빌미로 사육신을 포함한 300여 명의 신하를 참혹하게 도륙했던 역사는 왕권이라는 극소수의 가치를 위해 다수의 윤리와 신의를 저버린 대표적 사례다. 세조의 선택적 분노는 공격 행위로 보이지만 두려움에서 나온 방어기제다.
놀랍게도 이러한 역사의 비극은 문재인 정권 시절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여 전직 대통령 2명을 포함하여 국가정보원, 국방부, 기무사령부 등 안보의 핵심 기관 관계자들 약 200여 명을 기소하고 약 100여 명을 구속했다.
정의의 사도인 양 휘두른 사법의 칼날은 자유 우파 진영만을 겨냥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공직자와 군인이 명예를 짓밟히고 사지로 내몰렸다. 세조가 300여 명의 피로 권력을 다졌듯, 지난 정권은 선택적 분노를 동력 삼아 우파 진영을 도덕적으로 파멸시키는 ‘현대판 사화(士禍)’를 자행했다.
최근 12·3비상계엄과 관련하여 선택적 분노의 파편은 ‘내란 청산’을 명분으로 국가 안보의 심장부인 군(軍)을 도륙(屠戮)하고 있다. 국방부 ‘헌법존중 TF’는 계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180여 명을 식별, 이 중 114명에 대해 수사 의뢰, 주요 직위자 구속, 장성 14명을 포함 총 37명의 군 간부가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36명은 징계에 불복하여 항고와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킬 군(軍)은 작전 현장의 찰나적 결심이 생명인 특수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군사 법정은 긴박한 안보 상황과 군 교리를 배제한 채 민간의 일반 형사법 논리로 지휘관들의 영육을 파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안보의 핵심을 담당했던 군인들이 대거 사법 처리와 징계의 대상이 되었고 군의 사기와 체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명령 복종’이라는 군의 본질적 가치가 ‘내란 가담’이라는 일방적 법적 잣대와 충돌하는 서늘한 현실은 ‘선택적 정의’의 농간으로 국가 안보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2. 외국 사례에 대한 선택적 분노는 인류를 기만하는 도구
2023년 발생한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다수의 국제 인권단체가 명백한 전쟁범죄로 규정했으나, 국내의 일부 집단은 이를 ‘저항’이라고 미화하며 희생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대응에는 즉각적으로 인권의 잣대를 들이대며 규탄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 당시 올림픽 선수가 처형될 때도 인권을 외치던 목소리들은 한없이 작아졌다. 가해자의 국적과 종교에 따라 분노의 크기를 조절하는 사례들은 선택적 분노로 세계적인 도덕적 타락을 부추기고 있음을 증명했다.
인권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인권론자들은 세계 곳곳의 인권 유린에는 ‘인류애’를 강조하며 분개하면서도 정작 세계 최악의 인권 지옥인 북한에 대해서는 유독 입을 다문다.
지척에서 헌법상 국민인 동포들이 고문당하고 공개 처형되는 기록들이 넘쳐나는데도, 그들에게 북한 인권은 ‘정치적 금기어’다. 먼 나라 가짜뉴스까지 들추어내며 분노를 선동하면서도, 정작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실체적 가해자의 폭정에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다. 피해자의 고통을 진영의 논리에 따라 분류하는 행위는 인권에 대한 모독이자 기만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진실의 기록이어야 한다. 하지만 선택적 분노는 기록을 왜곡하고, 왜곡된 기록은 가짜 정의를 생산한다. 특정 사건은 과도하게 부풀려져 국민적 분노를 유도하는 반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수호해온 헌신과 희생의 기록들은 ‘적폐’라는 프레임으로 지우고 있다. 이러한 왜곡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우리 사회를 끊임없는 증오와 분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3. 이제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좌파의 문화 권력이 설계한 선택적 분노에 더 이상 속지 말고, 그들이 왜 특정 사건과 북한의 인권 유린 앞에만 입을 닫는지 준엄하게 질문해야 한다. 인권은 진영의 깃발이 될 수 없으며, 국방의 보루인 군의 명예를 정쟁의 제물로 삼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세조의 광기처럼 군인이 ‘선택적 숙청’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안보 단체의 원로들만이라도 ‘군인은 명령을 선택할 수 없는 특수성을 외면한 채 민간의 잣대로 지휘관을 옭아매는 군사법정의 비정상’에 대해 규탄해야 한다.
자유 우파가 연대하여 위선적인 가짜 정의를 거부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국격과 명예가 바로 설 수 있다. 국민이 깨어나 위선의 막을 걷어내고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로 자유 우파의 꺼져가는 숨통을 지켜야 한다. 비장한 심정을 흑백 글씨로 새긴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