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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취약 유권자 200만 시대… 선관위, 통계도 없다
  • 김영 기자
  • 등록 2026-04-22 1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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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124만·중증정신질환 수진자 68만… 단순 합산 시 192만여 명
  • 유권자 4400만 명 기준 약 4.5%… 직접·거소투표 경로 통계는 없어
  • 허위 거소투표는 단속, 취약 유권자 투표권 보장 실태는 설명도 못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위 거소투표 신고와 투표목적 위장전입을 집중 예방·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취약 유권자의 투표권이 현실에서 어떤 경로로 행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설명할 실태 통계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은 경고하면서도 관리 실태는 보여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들이 더 이상 제도 밖의 주변적 유권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는 주변부 아니다


직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인수는 4430만3449명이었고,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의 모집단 선거인수는 4425만1919명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4400만 명 안팎의 대규모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치매환자를 약 124만 명으로 추산했고, 관련 자산은 154조 원(치매머니)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3’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치매를 제외한 중증정신질환 수진자는 68만5522명이었다. 

 

두 통계는 작성 체계가 다르지만 단순 합산만으로도 192만여 명에 이른다. 4400만 명 기준으로는 약 4.5% 수준이다.

 

법은 먼저 바뀌었다


더구나 법은 이번 선거 직전 바뀌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은 2026년 4월22일 시행 기준으로 선거권이 없는 자 조항의 1호를 “삭제”로 두고 있다. 삭제된 종전 1호는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였다. 법률정보 사이트의 현행 조문과 종전 조문 비교에서 이 변화는 분명히 확인된다. 

 

과거 일률 배제 범주에 있던 이들까지 이번 지방선거의 유권자 집단 안에 포함된다는 점을 선관위도 법률상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도 변경 과정을 설명하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 따라 ‘민법에서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가 삭제되고’ 2013년에 후견인과 한정후견인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는 그 후에도 남아 있다가 이번에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투표권 부여는 이전부터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법 개정 이전에 선행해서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헌법기관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인지는 후속 기사에서 따로 따져볼 계획이다) 

 

국회 측 설명도 같은 방향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관련 입법 자료는 선거권이 없는 자의 범위에서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를 삭제하는 등 장애인 선거권자·피선거권자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취지라고 적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취약 유권자’ 문제가 주변부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제도상으로도 이미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실태 자료는 공백

 

그렇다면 선관위는 이들의 투표권이 실제로 어떻게 행사되는지부터 설명해야 맞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한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는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비교·분석 자료라고 돼 있고, 제22대 총선 투표율 분석 자료 역시 “지역별, 성별, 연령대별” 비교·분석 자료로 설명돼 있다. 

 

공개 설명상 치매 여부, 정신질환 여부, 시설 기거 여부, 직접투표 여부, 개인 거소투표와 시설 거소투표 구분 등 취약 유권자 투표 실태를 따로 보여주는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 

 

적어도 공개된 분석 체계만 놓고 보면, 제8회 지방선거 때도, 제22대 총선 때도 취약 유권자 투표 실태를 별도로 설명하는 구조는 찾기 어렵다.

 

선관위도 즉답 못해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한미일보와의 통화에서 “그와 관련한 통계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개인정보라 우리가 접근할 권한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허위 거소투표 위험은 공식 보도자료로 경고하면서도, 정작 취약 유권자 투표권이 어떤 방식으로 행사되는지 보여 줄 최소 집계조차 즉답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선관위가 개인의 민감정보를 직접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민감정보와 재산정보를 토대로 ‘치매 머니 정책’을 설계한 것과 비교하면, 선거권 보장 실태를 익명화된 집계 자료 형태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선관위의 태도는 더욱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만 있고 설명은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병원·요양소·수용소·교도소·구치소에 기거하는 사람과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사람 등을 거소투표 대상으로 두고 있다. 

 

제도 자체는 취약 유권자의 선거권을 열어 두고 있지만, 구조상으로 보면 신고와 수령, 기표와 회송의 여러 단계에서 외부 조력이 개입할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시설 안 유권자와 달리 시설 밖의 치매환자나 중증정신질환 수진자의 경우에는 가족·보호자 등 주변 조력 의존도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있는 유권자와 집에서 기거하는 유권자의 투표 경로가 어떻게 달랐는지, 회송률과 무효표율 등이 어땠는지조차 선관위의 통계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 스스로도 이 구간의 취약성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는 4월21일 보도자료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한 허위 거소투표 신고와 투표목적 위장전입을 집중 예방·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거짓으로 거소투표신고를 한 경우를 별도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위험은 공식적으로 경고하면서도, 정작 취약 유권자 투표권 보장 실태를 보여줄 통계와 설명 체계는 내놓지 못한다면 “단속은 있는데 설명은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도 공개를 주문했다


선관위의 비공개 태도는 다른 사안에서도 법원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한미일보가 입수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박주현 변호사 측이 제기한 중앙선관위 상대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단을 내리고, 인적사항 등 비공개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감사 정보는 공개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관위의 헌법기관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비공개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문서 공개를 통해 업무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의혹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취약 유권자 투표 실태 통계와 감사자료 공개는 사안이 다르지만, 국민적 의문이 제기된 영역에서 선관위가 충분한 설명 자료를 자발적으로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판례가 경고한 위험 구간


법원은 거소투표 과정의 위험성 자체도 이미 경고해 왔다. 

 

대법원은 과거 마을 이장이 거소투표자들의 명시적 승낙 없이 임의로 후보를 정해 기표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기표할 것을 권유한 뒤 직접 기표한 사안에 대해, 이를 단순 보조가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기타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하거나 투표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거소투표 제도가 허용돼 있다고 해서 현실의 보조와 유도, 대리의 경계가 자동으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취약 유권자 구간의 우편 거소투표를 둘러싼 신뢰 문제는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법과 판례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계해 온 영역에 가깝다.

 

권리만 열고 관리는 비웠다


핵심은 ‘치매머니’가 아니다. 그 수치는 국가가 취약 집단의 자산 문제는 세밀하게 수치화하고 관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비교 기준일 뿐이다. 

 

본질은 선관위가 취약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그 권리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행사되고 있는지, 어느 단계에서 도움이 필요하고 어디서부터 유도·대리 위험이 커지는지, 그 실태를 보여 줄 최소한의 통계와 설명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에 이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선관위가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공백은 더 무겁게 읽힌다.

 

이 공백이 계속되는 한 취약 유권자의 거소투표는 선거 때마다 신뢰 논란과 부정선거 의혹의 배경으로 반복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우편 거소투표 자체가 곧 불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선관위가 허위 거소투표 신고를 별도 단속 대상으로 적시할 정도로 취약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다음 단계는 실태 공개와 설명 책임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리를 열어 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보여주지 못하면 그 권리는 다시 사각지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 이 기사는 ALO시스템(특허출원)에 따라 사실 관계·논리·출처 정합성에 대한 검증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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