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선거는 진영별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뒤, 정근식 후보(좌) 조전혁 후보(우)의 양강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다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조전혁 전 국회의원의 대결 구도로 향하고 있다.
후보 등록 결과만 보면 서울은 8명이 출마한 다자 선거다. 보수·좌파 진영 모두 완전한 단일화에 실패했고, 각 진영에서 복수 후보가 등록하면서 외형상 선거판은 복잡해졌다.
그러나 여론 흐름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겉으로는 8자 구도지만, 유권자 인식 속 선거의 중심축은 정근식·조전혁 두 후보의 재대결 쪽으로 모이고 있다.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5월 12~1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근식 후보는 17.8%, 조전혁 후보는 12.8%를 기록했다.
윤호상 후보는 9.2%, 한만중 후보는 3.2%였고, 부동층은 51.5%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보수 성향 후보 선호는 40.9%, 좌파 성향 후보 선호는 36.6%로 나타났다.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5월 4~5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정근식 후보는 21.1%, 조전혁 후보는 19.4%를 기록했다.
한만중 후보가 19.6%로 조 후보와 접전을 벌였지만, 보수권에서는 조전혁 후보가 윤호상 후보 6.8%를 크게 앞섰다.
두 조사 모두 후보 등록 전 또는 단일화 논란이 진행 중인 시점의 조사라는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가 정근식·조전혁 리턴매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좌우 진영 간 후보 단일화 실패
여론, 8자 대결→ 양자 리턴매치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는 선거다. 그러나 실제 선거는 늘 교육정책의 방향, 역사교육의 관점, 교권과 학생인권의 균형, 기초학력 회복 문제를 둘러싼 진영 대결로 진행돼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후보 등록 결과만 보면 보수 성향과 좌파 성향 후보가 각각 복수로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정근식·조전혁 두 후보를 중심으로 판이 좁혀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다른 후보들의 존재는 선거를 흔드는 배경 변수다. 이들은 완전한 단일화 실패와 진영 내부 균열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판세를 설명하는 주된 축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재선 도전과 조전혁 전 국회의원의 재도전이다.
특히 부동층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은 이번 선거가 아직 고정 지지층 대결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육감 선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유권자들이 막판에 어떤 후보를 ‘서울교육의 방향’으로 선택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이미 2024년 10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맞붙었다. 당시 정근식 후보는 96만3876표, 50.24%를 얻어 88만1228표, 45.93%를 얻은 조전혁 후보를 4.31%p 차로 이겼다. 표 차는 8만2648표였다.
이번 선거는 그 결과를 다시 묻는 선거이자, 당시 선거 과정에서 남겨진 여러 검증 쟁점을 다시 소환하는 선거다.
조전혁 후보에게는 2024년 패배를 설욕할 기회가, 정근식 후보에게는 보궐선거로 얻은 짧은 임기를 정식 임기로 연장할 기회가 주어졌다.
한쪽은 조희연 전 교육감 체제 이후 이어진 좌파 교육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기초학력·교권·교육 정상화를 앞세워 심판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교육감 선거가 다시 정근식 대 조전혁 구도로 읽히는 이유다.
지난 선거 쟁점 재부상
이번 재대결에는 2024년 보궐선거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당시 선거 이후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득표율 차이를 문제 삼았다. 조전혁 후보가 당일투표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제기된 반면, 정근식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크게 앞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간 괴리가 쟁점이 됐다.
개표 현장에서도 일부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주장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교육감 선거는 투표율이 낮은 선거다.
낮은 투표율 선거에서는 조직표, 사전투표 참여층, 진영별 결집도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그래서 사전투표 논란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 본투표율, 지역별 득표 구조는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근식·조전혁 두 후보가 다시 맞붙는다면, 2024년 보궐선거의 득표 구조는 이번 선거를 해석하는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된다.
정근식 후보를 둘러싼 과거 검증 쟁점도 다시 부상할 수 있다.
2024년 보궐선거 당시 기자(현 한미일보·구 스카이데일리)는 정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용인 소재 농지를 두고 “주말마다 가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발언했으나, 현장 확인 결과 해당 토지에 잡초가 무성했다는 취지의 단독보도를 했다.
이 보도 이후 농지법 위반 의혹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 제기됐다. 정 후보 측은 주말농장 취지로 해명했지만, 쟁점은 이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까지 이어졌다.
5·18 민주유공자 이력 논란도 있었다.
기자는 2024년 10월 정 후보가 5·18 유공자인 것으로 확인했고 이 역시 단독 보도했다. 이 사안의 핵심은 유공자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서울 초·중·고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 후보로서 유공자 선정 경위, 역사교육관, 교육행정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어디까지 공개 검증해야 하느냐가 쟁점이었다.
정 후보가 사회학자이자 과거사 관련 기관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도 이 논란을 키운 배경이었다.
승부는 정책보다 신뢰 검증
이번 선거의 검증 포인트는 단순히 “누가 더 좋은 교육 공약을 냈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정근식 후보에게는 현직 교육감으로서의 짧은 재임 평가와 함께 2024년 보궐선거 당시 제기된 사전투표 논란, 농지법·허위사실 공표 의혹, 5·18 유공자 이력 검증 논란,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다시 따라붙는다.
조전혁 후보에게는 보수 교육정책의 현실성,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문제에 대한 균형감, 기초학력 회복 공약의 실행 가능성이 검증 대상이 된다.
서울교육감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보다 조용하지만, 그 파장은 작지 않다.
교육감은 교실의 방향을 정하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규정하며, 역사교육과 생활교육의 기준을 세운다.
서울교육감 선거가 단순한 교육행정 선거가 아니라 정치·이념·역사 인식이 충돌하는 선거가 되는 이유다.
이번 선거의 표면은 다자 구도다.
그러나 본질은 리턴매치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조전혁 전 국회의원의 재대결은 2024년 보궐선거의 결과를 다시 묻는 선거이자, 당시 남겨진 사전투표 논란과 후보 검증 쟁점을 다시 심판대에 올리는 선거다.
부동층이 과반인 지금, 승부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서울 유권자가 묻게 될 질문은 하나다.
서울교육을 계속 같은 방향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바꿀 것인가.
※ 이 기사는 주간 한미일보 10호(5월 3주차)에 게재된 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