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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스님 호국칼럼] 보훈 가족에도 민주화 유공자에 준하는 예우해야
  • 응천스님 대한불교호국종 총무원장
  • 등록 2026-06-03 19: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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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에 묻힌 호국 영령들.  Ⓒ한미일보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의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으나, 정작 국가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둥인 호국(護國)의 가치는 붕괴의 임계점에 다다랐다. 

 

사회적 평형수가 고갈되어. 균형추와 방향타를 잃은 ‘국가’라는 배가 분노와 분열의 파도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심리학 용어 ‘관심 구걸 행동(Attention Seeking Behavior)’은 흔히 ‘관종’이라는 신조어로 회자된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機制)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병리적 수준으로 고착화 될 경우,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연극성 인격장애’로 진단한다. 

 

오늘날 일부 정치 세력과 선동가들은 이러한 병리적 기제에 함몰된 듯, 국가적 비극을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경거망동하고 있다. 

 

국가적 비극을 정치화해선 안 돼

 

국가의 재난을 입지 강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국민의 탈을 쓴 간계(奸計)이자, 양심의 인지부조화다. 세속의 욕심을 버려야 담백한 진실이 보이거늘, 위선으로 가득 찬 이들은 순수함을 가장하여 민심을 어지럽힌다.

 

전몰장병을 대하는 지도자의 태도를 보면 국가의 품격을 알 수 있다. 2009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해외파병 전사 장병 유해가 운구되는 수송기를 향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거수경례를 올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던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 바로 다음 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한일 월드컵 결승전 참관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또한, 1982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포클랜드 전쟁에서 숨진 영국군 유족 255명 전원에게 밤을 새워 위로 편지를 썼다. 

 

2011년 8월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도버 공군기지로 달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습격을 받아 전사한 미군 유해 귀환식에 참석했다. 

 

이처럼 국가를 위한 희생한 군인들에 진심을 다하는 여러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대통령이 오랫동안 불참하다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인 10주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행사가 거행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 군 지휘관이 장병들에게 “후세에 너의 조상이 누구냐고 묻거든, 나의 조상은 트로이 전선에 참전한 용사였다고 일러주라던 고대 희랍인의 긍지를 가져야 한다”라고 지휘 서신을 보낸다면, 과연 장병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투병 중 루브르 박물관의 밀로의 비너스상 앞에 쓰러져, 두 팔 없는 동상을 붙잡고 ‘나를 구해달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피안(彼岸)을 향하는 수행자도, 천국으로 안내하는 성직자도, 극락행을 비는 스님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천수(天壽)를 다하지 못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희생정신을 결코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영령들의 통곡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6·25전쟁 당시 국군 전사자는 총 13만7000여 명이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 국민이 누리는 평화는 바로 그 전몰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대가로 얻은 것이다.

 

정부는 참전용사, 보훈 가족,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민주화 유공자 예우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사회·경제적 예우를 보장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결례일 수 있으나, 희생의 성격에 따라 보상의 형평성이 어긋나거나 역차별을 받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보상의 역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받는 예우가 특정 이념 세력의 주도로 제정된 혜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홀대받는 나라에서 누가 다시 총을 들고 전선으로 나갈 것인가? 기성세대가 호국영령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이 어찌 나라를 사랑하겠는가.

 

임종을 앞둔 서산대사는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모두 붉은 화로 위의 눈 한 점(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과 같다”고 경계했다. 정치적 야욕과 이념적 편향은 한때의 눈송이처럼 덧없는 것이다. 오직 국가를 지킨 영령들의 희생만이 영원한 가치로 남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참전용사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형평성이요, 예(禮)다. 그래야만 한산섬 장곡산 위로 보름달이 뜰 때, 충무공이 지키고 백선엽 장군이 일궈온 이 나라를 제2의 한주호 준위, 제3의 서정우 하사가 기꺼이 지켜낼 것이 아닌가. 

 

구천(九泉넋이 돌아가는 아득한 저승)을 떠도는 영령들의 통곡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위정자들은 그들의 준엄한 ‘할(喝)’을 뼈아프게 들어야 할 것이다.

 

※할(喝): 본래 선종(禪宗)에서 스승이 제자의 번뇌와 집착을 단번에 끊어내고 깨달음을 촉구하기 위해 내지르는 엄한 꾸짖음의 소리를 뜻함. 본문에서는 국가의 위기 앞에 사욕에 눈먼 사이비 정치인들을 향한 호국영령과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비유함.

 




◆ 응천 스님

 

대한불교호국종 총무원장 

호국승군단 초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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