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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 예산은 110%, 제작은 50%…관리는 “왜 따로 놀았나”
  • 김영 기자
  • 등록 2026-06-05 11: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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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번엔 예산·제작 괴리 쟁점
  • 중앙 “110% 예산”·동아 “송파 4만 장 남았다” 보도
  • 문제는 부족보다 선관위 판단 기준의 불투명성

4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수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모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해 '부정선거'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새로운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투표용지의 인쇄·보관·배부·이송·사용·잔여분 회수 과정이 검증 가능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지 예산과 분배에도 의문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선관위가 전체 유권자 110% 수준의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확보하고도 실제 본투표 용지는 50% 안팎만 제작했다는 중앙일보 보도와, 서울 송파구에서는 전체 물량으로는 4만 장 이상 남을 구조였지만 일부 투표소에 제때 배분되지 않았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맞물리면서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투표용지가 부족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은 어떤 기준으로 잡았고, 실제 제작량은 왜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제작된 투표용지는 왜 일부 투표소에 제때 도착하지 않았는지가 핵심이다. 


예산 산정, 제작 기준, 예비분 보관, 현장 배분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였다면 이는 현장 착오를 넘어 선거관리 판단 체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

 

예산은 넉넉했는데 제작은 왜 절반이었나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전체 유권자 수의 110% 수준까지 투표용지를 제작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실제 본투표 용지는 상당수 지역에서 유권자의 50% 안팎만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는 50%, 광진구는 50%, 강남구는 55% 수준으로 본투표 용지를 확보했다는 내용도 제기됐다.

 

선거관리기관이 실제 투표율을 고려해 인쇄량을 조정할 수는 있다. 사전투표율과 본투표 예상 투표율을 합산해 본투표 용지 제작량을 정하는 방식 자체가 곧바로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의 110% 수준까지 예산을 확보했다면, 실제 제작량을 50% 안팎으로 정한 기준은 투명하게 설명돼야 한다.

 

예산은 최대치에 가깝게 잡고, 실제 제작은 절반 수준으로 줄였으며, 현장에서는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다면 국민이 묻는 질문은 자연스럽다. 


110% 예산은 어떤 산식으로 편성됐는가. 50% 제작은 어떤 판단 근거로 결정됐는가. 실제 제작하지 않은 예산은 어떻게 처리됐는가. 선관위가 “투표지는 충분했다”고 말하려면, 먼저 예산과 제작량 사이의 괴리부터 문서로 설명해야 한다.

 

송파는 4만 장 남을 구조였지만 현장에는 없었다

 

동아일보 기사는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서울 송파구선관위는 송파구 전체 유권자 56만5638명의 50% 수준에 해당하는 약 28만 장의 투표용지를 인쇄했다. 


실제 3일 본투표에 참여한 송파구민은 23만9910명이었다. 전체 물량만 놓고 보면 4만 장 이상 남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송파구선관위는 투표소별 배정분 중 10% 안팎을 투표소에 보내지 않고 예비용으로 따로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예비로 남겨둔 투표용지는 제때 현장에 공급되지 않았다. 


선관위가 설명하는 구조대로라면, 송파구 사태는 “투표지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투표지는 있었는데 필요한 현장에 없었던 문제”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투표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면 예측 실패가 중심 쟁점이 된다. 그러나 투표용지가 남아 있었는데도 투표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배분과 이송 체계에 있다. 


본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았는데도 일부 투표소에서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면, 투표소별 배정 기준과 예비분 공급 기준을 따져야 한다.

 

선관위 설명도 흔들렸다. 중앙선관위는 당초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를 서울 소재 14곳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인천시선관위가 관내 2곳에서도 투표용지 부족이 있었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발생 범위조차 처음부터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면, 선관위의 사후 해명은 신뢰의 근거가 아니라 검증의 대상이 된다.

 

예산·제작·배분이 따로 움직인 구조

 

중앙일보 보도와 동아일보 보도를 함께 놓고 보면 이번 사태의 구조는 더 선명해진다. 


중앙일보 보도는 예산과 제작량의 괴리를 보여준다. 동아일보 보도는 제작된 투표용지가 현장에 제때 배분되지 않은 문제를 보여준다. 


하나는 사전 판단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 집행의 문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 전체 유권자 110% 수준까지 예산을 확보했다는 단계다. 


둘째, 실제 본투표 용지는 50% 안팎만 제작했다는 단계다. 


셋째, 그렇게 제작한 투표용지마저 일부는 예비용으로 남겨두고 현장에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는 단계다.

 

이 세 단계가 서로 맞물려 작동했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수 있다. 


제작량을 줄였더라도 투표소별 수요 예측이 정확하고, 예비분 이송 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했다면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기다리는 사태는 줄일 수 있었다. 


반대로 제작량을 줄이고, 투표소별 배분도 빠듯하게 하며, 예비분 공급까지 늦었다면 부족 사태는 구조적으로 예견된 결과가 된다.

 

선관위가 남는 투표용지가 불신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남는 투표용지를 줄이는 방식보다 남는 투표용지까지 정확히 관리하는 방식이 우선돼야 했다. 


남는 투표지를 줄이려다 정작 현장 유권자가 투표지를 기다리게 됐다면, 이는 불신 해소가 아니라 불신 확대다.

 

설명해야 할 것은 국민의 의심이 아니라 선관위의 기준이다

 

이번 사태에서 선관위가 설명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 의심이 아니다. 선관위 자신의 판단 기준이다. 


왜 전체 유권자 110% 수준의 예산을 확보했는지, 왜 실제 제작은 50% 안팎으로 줄였는지, 왜 투표소별 배정분 일부를 예비용으로 남겼는지, 왜 부족 신고 이후 예비분이 즉시 공급되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설명은 말이 아니라 문서로 나와야 한다. 


예산 편성 산식, 실제 인쇄 발주량, 투표소별 최초 배부량, 선관위 예비 보관량, 추가 이송 요청 시각, 실제 도착 시각, 최종 사용량과 잔여량이 대조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은 충분했는데 왜 제작은 줄었나”, “투표지는 남았는데 왜 현장에는 없었나”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혼란을 초래한 주체는 국민이 아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려 한 사람들이다. 국가기관이 준비하고 배분해야 할 투표용지가 현장에 없었다면, 그 책임은 유권자에게 돌릴 수 없다. 


국민의 불신을 탓하기 전에 선관위는 스스로의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한 장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더 심각한 질문은 따로 있다. 


예산은 충분히 확보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지도 남을 구조였는데, 왜 유권자는 투표소에서 투표지를 기다려야 했느냐다.

 

진상규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110% 예산과 50% 제작 사이의 간극, 50% 제작과 현장 배분 사이의 간극, 예비 보관과 추가 이송 사이의 간극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선거관리는 결과만 맞으면 되는 행정이 아니다. 유권자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방해 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그 준비 과정이 사후에 검증될 수 있어야 하는 헌정 절차다.

 

이번 사태가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관리는 왜 예산, 제작, 배분 단계에서 따로 놀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문서와 숫자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선거관리 신뢰의 구조적 균열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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