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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50개소…노태악·허철훈 동반 사의
  • 한미일보 정치부 기자
  • 등록 2026-06-0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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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67개 투표소에 투표용지 추가 송부…실제 부족은 50개소
  • 선관위 “지방선거는 선거인 수 50% 하한 산정 가능”…송파 14곳 부족
  • 참정권 침해 사태, 사퇴보다 제작·배분 기준 전면 검증이 핵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뇌부 사퇴로 이어졌다. 


중앙선관위 공식 브리핑 기준으로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67개소였고, 이 가운데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개소로 파악됐다. 투표가 잠시라도 중지됐다 재개된 투표소도 22개소에 달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선관위 수뇌부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 책임론 국면에 들어갔지만,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도착했는데 국가가 준비해야 할 투표용지가 없어 기다리거나, 투표가 중단되거나, 마감 시각 이후에야 투표해야 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참정권 보장 실패라는 국헌문란에 준하는 사건이다. 


윤재수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추가로 투표용지를 송부한 투표소 개수는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중 67개”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 35개소, 부산 8개소, 대구 7개소, 인천 6개소, 울산 3개소, 경남 8개소였다. 서울 송파구가 15개소로 가장 많았다.


윤 실장은 이 가운데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현재까지 송파구 14개를 포함해 50개소”라고 설명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2개소였고, 투표용지가 추가로 송부됐으나 사용하지 않은 투표소는 17개소로 파악됐다. 


선관위는 향후 투표록 전수조사 등을 통해 추가 사항이 있는지 진상규명위원회 조사로 밝히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투표용지가 왜 100% 인쇄되지 않았느냐는 문제다. 


선관위는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선거일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투표용지 회수·보관·폐기 과정을 고려할 때 선거일 투표소에서 사용하는 투표용지를 감축 인쇄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과 편람을 개정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거인 수의 60%를 기준으로 하고,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인 수의 50%를 하한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지역 실정을 고려해 해당 선거구 또는 투표구별로 조정 인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선관위 설명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 책임 구조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량을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그 감축 기준이 실제 투표소별 편차를 감당할 만큼 정교했느냐다. 


선관위가 총량 기준으로는 부족하지 않았다고 해도, 개별 투표소에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선거관리 실패는 이미 발생한 것이다.


송파구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선관위는 송파구의 경우 선거일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 기준 50%, 일부 투표소는 60% 기준으로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사전투표율이 23.3%였기 때문에 총 선거인 수 기준으로는 약 73.3% 수준의 투표용지를 확보한 셈이고, 최종 투표율이 66% 정도였으므로 송파구 전체 물량은 부족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송파구 전체 물량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말은 개별 투표소의 부족 사태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송파구 관내에는 146개 투표소가 있었고,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에는 편차가 있었다. 


선관위도 “관내 투표소별 선거인 수와 사전투표 결과, 선거일 투표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지 못해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예측 실패이자 배분 실패다. 


선거관리는 전체 평균으로 하는 행정이 아니다. 투표권은 평균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이다. 


특정 구 전체로 보면 투표용지가 남았더라도, 특정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떨어졌다면 그 현장의 유권자에게는 국가의 준비 실패가 현실이 된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의 동반 사의는 책임 인정의 형식을 갖췄다. 


그러나 사의 표명이 곧 진상규명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표용지 제작량, 투표소별 배분량, 예비분 보관 장소, 추가 송부 결정 시점, 현장 보고 체계, 투표 중단 시간, 마감 후 투표 처리 기준, 투표함 이송과 개표 절차에 대한 전면 공개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산정 기준과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발방지대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실패의 기록이 공개돼야 한다. 


선관위가 스스로 만든 지침이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고, 어느 단계에서 현장 편차를 놓쳤으며, 누가 최종 의결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번 사태는 선거 결과의 유불리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선거에서 가장 먼저 보호돼야 할 것은 후보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의 투표권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의 발걸음이 멈췄다면, 그 순간 선거관리의 중립성과 전문성은 심각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태악 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투표용지 부족 50개소, 투표 중단·재개 22개소라는 숫자는 선관위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책임의 출발점이다. 


선거는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 절차가 신뢰를 얻어야 결과도 승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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