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경북 포항 남구 해도동 본투표 개표 현장에 등장한 ‘물에 젖은 투표지’ 70장. [사진=자유와혁신]
6·3지방선거 경북 포항 남구 해도동 본투표 개표 현장에서 ‘물에 젖은 투표지’ 70장이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개표참관인이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했다. 물론 경찰에도 신고했다. 봉인된 투표함 속 멀쩡한 투표지가 물에 젖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본투표 날인 3일 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된 즉시 선관위는 투표함 위쪽 투입구에 봉인지를 부착해 밀봉했다. 봉인지에는 투표관리관과 투표참관인의 서명도 기입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투표함은 차량에 실려 개표소로 이송됐다. 그 사이 투표지는 어떻게 젖을 수 있었나. 포항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맑은 날씨였다.
여기서 몇 가지 ‘상상에 가까운’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먼저, 투표함 이송 과정에서 뚜껑을 열었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투표 이송 과정이란 게 보통 엄격한 게 아니다. 투표함에 봉인지가 붙어 있는 데다 참관인이 지켜보고 있어 감히 투표함 뚜껑을 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열지 않고는 투표지를 ‘적실’ 방법이 없다. 참관인의 눈을 속였든 어쨌든 투표함 뚜껑을 열어 물을 부었다는 게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의 최고치다.
설마 날 덥다고 일부러 물을 부었을 리는 없을 것이고 물 마시다가 실수로 쏟았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70장을 적시려면 어느 정도의 물이 필요할까. 못 해도 종이컵 반 컵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투표함을 ‘누가’ ‘왜’ 열어봤을까. 설마 투표지가 잘 있나 궁금해서는 아닐 것이다. 투표함은 여는 순간 불법이다. 내용물을 넣거나 빼거나 하지 않아도 그것을 여는 것만으로 선거법에 저촉된다.
또 하나의 억지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투표함을 통째로 물에 빠뜨렸을 가능성은 없을까.
투표함은 투입구가 봉인이 되어 있고 사방이 막혀 있어 양동이로 물을 붓는다고 해도 내부가 젖을 가능성이 적다. 그런데 투표함을 통째로 물탱크에 빠뜨리면 이야기가 다르다. 수조에 담긴 물은 아무리 작은 틈도 찾아내기 때문이다.
‘누가’ ‘왜’ 투표함을 수조에 빠뜨렸을까?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가져가는 중에 일부러 수영장에 들러 그것을 빠뜨렸을 리는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물에 빠진 투표함이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니까 항간에서 말하는 ‘통갈이’가 발생했다면? 그 가짜 투표함에 이미 젖은 투표지가 들어 있었다면?
그 불온한 것들은 왜 젖어 있었을까. 가짜 투표함은 보통 외국에서 바다를 통해 들어온다. 가짜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포항까지 왔는데 그만 운반책이 실수로 투표함을 바다에 빠뜨렸고 급하게 건져 올린 것이다. 이런 상상, 너무 판타지 스릴러인가.
판도라의 상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금단의 상자다. 절대 열어서는 안 될 상자를 열자 질병, 가난, 전쟁과 같은 재앙이 세상으로 빠져나갔다. 판도라의 상자는 보통 ‘건들면 안 될 것을 건드리면 예기치 못한 재앙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비유한다.
그런데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어도 세상이 망하지 않은 것은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젖은 투표지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해명도 하지 못한 채 ‘유효표’ 판정을 했다. 만약 누군가 상자를 열고 무언가를 꺼내거나 집어넣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하지만 그 안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것이 있다면?
숱한 부정선거 증거에도 요리조리 피해 나가던 선관위가 젖은 투표지 사건을 해명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애국시민에게 작은 ‘희망’이 될 것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