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고용과 경제 성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다시 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는 역설을 형상화했다. 좋은 경제지표가 반드시 주식시장 호재가 되지는 않는 현재의 시장 구조를 보여준다. ]이미지=한미일보]
좋은 고용이 왜 주가에는 악재가 됐나
이번 주 시장의 가장 큰 역설은 좋은 경제지표가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점이다.
미국의 5월 비농업 취업자 수는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 8만8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소비 여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 매출과 실적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경제 성장보다 금리에 먼저 반응했다.
고용이 강하면 임금과 소비가 증가하고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줄어들고,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 좋은 고용이 높은 금리의 장기화를 의미하면서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바뀐 것이다.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 전체로 보면 기본적으로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증가한다. 투자와 공장 증설,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의 가격이 높아진다. 동시에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상승한다.
특히 인공지능 AI, 반도체, 인터넷, 바이오처럼 현재 이익보다 미래 성장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종목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성장 전망이 그대로여도 높은 금리를 적용하면 적정 주가는 낮아진다.
이번 주 반도체주의 급락과 반등도 이 구조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 고용지표가 강하게 나오자 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했다. 미국 1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반도체와 AI 관련주가 급락했다. 이후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중동 긴장이 완화되자 국채금리가 내려가면서 반도체주가 다시 반등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니다. 금리가 오르내리면서 투자자가 같은 미래 이익에 지불하려는 가격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금리 인상이 모든 업종에 똑같은 악재는 아니다.
은행은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면 예대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 보험사도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해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경기 호조를 동반한 금리 상승이라면 산업재와 일부 경기민감주가 상대적으로 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가 둔화한다. 연체와 부실대출도 증가한다. 금융주에 나타나는 초기 수혜 역시 장기간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리가 왜 오르는지도 중요하다.
성장과 고용이 강해 금리가 오르는 경우에는 실적이 주가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반대로 국제유가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긴축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경우에는 경기 둔화와 밸류에이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한다. 주식시장에는 훨씬 큰 악재가 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조합은 유가 상승, 미국 금리 상승, 달러 강세, 원화 약세다. 이 조합이 만들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압박받는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수급을 통해 금리 충격을 받고,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수급과 AI 밸류에이션을 통해 이중 충격을 받는다.
이번 주 Money Insight의 결론은 반도체 상승장의 최종 판단 기준이 실적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AI 수요와 메모리 가격이 좋아도 미국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면 주가는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미국 금리가 안정되고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반도체 실적과 AI 수요가 다시 주가의 중심 변수로 올라올 수 있다.
다음 주 체크포인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얼마나 강하게 열어두는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FOMC 이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유가 안정이 실제 물가와 금리 하락으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 주 반도체주의 방향은 반도체 공장이 아니라 미국 국채시장에서 먼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