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주 종목 흐름의 이름은 ‘실적은 이겼지만 주가는 졌다’이다.
반도체 업황의 기초체력만 보면 이번 주 주가 급락을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2분기 매출 402억달러를 기록했다. 회사가 제시했던 전망치 390억~402억달러의 최상단이다. 매출총이익률은 67.7%, 영업이익률은 60.3%로 기존 전망의 상단도 넘어섰다.
TSMC가 제시한 3분기 매출 전망은 446억~458억달러다. 중간값을 기준으로 하면 2분기보다 12% 이상 증가하는 수준이다. 실적과 전망 모두 AI용 첨단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한 주 동안 약 10% 하락해 1년여 만의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6월 하순 사상 최고점에서는 20% 넘게 떨어져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연초 이후 상승률은 여전히 60%를 웃돈다.
이번 조정을 ‘AI 수요 붕괴’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현재의 주문과 매출이 무너졌다기보다 주가에 반영돼 있던 미래의 성장 기대가 너무 높았던 쪽에 가깝다.
AI와 반도체주는 설비투자의 지속적인 확대, 첨단 반도체 공급 부족, 높은 이익률을 전제로 빠르게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제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돌아오는 속도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인공지능 기업의 저비용·개방형 모델 확산, 데이터센터 투자 회수 기간,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 부담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반도체 기업이 시장 예상치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기대까지 계속 넘어설 수 있느냐는 질문이 커진 것이다.
로이터는 이번 반도체주 조정을 차익실현과 AI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재검토, 고평가된 모멘텀 종목과 레버리지 거래의 청산이 겹친 결과로 분석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조정이 더 크게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신용융자, 선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 가격이 한 방향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13일 SK하이닉스는 15%대, 삼성전자는 10%대 급락했다. 15일에는 각각 6%대와 8%대 반등했지만 16일에는 SK하이닉스가 11.53%, 삼성전자가 8.77% 다시 떨어졌다. 실적 전망이 하루 사이에 급변했다기보다 해외 주가와 레버리지 수급이 국내 가격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지난주 질문이었던 “반도체 조정은 단순 차익실현인가”에 대한 답은 ‘차익실현으로 출발했지만 레버리지 청산과 AI 투자 회수 우려가 결합된 조정으로 확대됐다’이다.
그렇다고 메모리 슈퍼사이클 종료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TSMC 실적은 첨단 공정과 AI 인프라 수요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다만 앞으로 시장은 ‘AI 투자가 늘어난다’는 설명만으로 모든 반도체 기업과 제품에 같은 가격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처럼 장기계약과 공급제약이 뚜렷한 제품, 범용 D램과 낸드처럼 가격과 공급 증설에 민감한 제품의 차이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매출 증가뿐 아니라 투자 대비 현금흐름, 고객사의 실제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제품별 수익성이 주가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주 Stock Radar의 결론은 이렇다.
반도체 업황이 꺾여 주가가 내린 것이 아니다. 업황보다 주가와 기대가 너무 앞서갔고, 레버리지 청산이 그 간격을 급격히 좁혔다.
다음 주 관전 포인트는 세 갈래다.
첫째, 미국 빅테크 실적에서 AI 설비투자 계획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SK하이닉스 실적이 HBM과 범용 메모리의 수익성 차이를 입증하는지 봐야 한다.
셋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6월 고점 대비 20% 하락선에서 지지력을 찾는지 점검해야 한다.
| [편집자 주] 국내 증시 수치는 7월 17일 제헌절 휴장에 따라 16일 종가를 기준으로 했으며, 미국 반도체지수는 17일 종가까지 반영했다. 이 기사는 투자 권유가 아니라 시장 흐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