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이 서아프리카에서 카나리아 제도로 타고 온 배. [AP=유로뉴스]
살길을 찾아 서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이 바다 위에서 20일 넘게 고립되는 사고로 14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모리타니 당국이 최근 누아디부 인근 해역에서 난민 구조 작전을 펼쳤으나, 장기간 표류로 인해 참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사고 난민선의 정체는 감비아발 ‘과적 목선’
이번 비극의 중심이 된 배는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부풀로토(Bufuloto)에서 출항한 난민선이다. 목적지는 약 1677km 떨어진 스페인 영토 카나리아 제도.
선박은 안전장비가 거의 없고 먼바다를 항해하기엔 매우 부적합한 소형·과밀 난민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배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180여 명의 이주민·난민이 빼곡히 탑승해 있었다. 이들은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와 먹거리를 위해 희망의 나라 유럽으로 이주하던 길이었다.
통제력 잃은 배, ‘25일간의 대서양 표류’
사고는 대서양 한가운데서 배가 통제력을 잃고 표류하면서 시작되었다. 예측 불가능한 해상 날씨 속 망망대해에서 이들은 시기적절한 구조를 받지 못한 채 굶주림과 탈수, 극심한 추위와 파도에 노출되었다.
그들이 출항 후 25일 만에 모리타니 구조대에 발견되었을 때, 탑승자 180여 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단 3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43명은 표류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바다로 떨어져 실종되었다. (다른 구조 선박의 사망자 1명 포함 총 144명 사망·실종)
구조된 38명의 생존자 중에는 항해 도중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어린아이 2명이 포함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 대서양 항로
유엔난민기구(UNHCR) 매튜 솔트마쉬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위험한 해상 경로가 가져오는 인명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는 대서양 항로는 △광대한 대서양을 정중앙으로 지나는 먼 거리 △장기 항해에 부적합한 목선을 주로 이용 △거친 날씨와 넓은 해역으로 인한 구조 골든타임 확보 등의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이주 경로’ 중 하나로 꼽힌다.
UNHCR은 더 이상의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협력과 안전한 정규 이주 경로 확대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