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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작가칼럼] 돈은 오갔지만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거라고?
  • 박주현 작가
  • 등록 2026-07-24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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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려고 검찰 해체 외쳤던 거야?”

강선우(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를 대가로 ‘쪼개기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경찰서 앞마당에서 수사와 재판, 그리고 사면복권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기적의 사법 행정 서비스가 드디어 도입된 모양이다. 

돈이 건너간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경찰 스스로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유히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경찰이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관을 넘어, 피의자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순수한 의도까지 꿰뚫어 보고 판사 대신 판결봉을 두드리는 ‘관심법의 대가’가 되었는지 그 놀라운 진화에 우선 경쾌한 박수를 보낸다.

사건의 팩트는 기형적일 만큼 노골적이다. 강선우 의원에게 500만 원의 돈이 쪼개져 흘러 들어갔고, 돈을 낸 인물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가 낙선한 뒤 강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라는 꿀단지 자리에 안착했다. 돈이 가고 자리가 왔다. 삼척동자가 봐도 완벽한 자본주의적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옭아맬 때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돈을 대납할 리가 없다”며 추상같은 독심술을 발휘하던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판결을 받아볼 새도 없이, 경찰의 판단은 이 사안 앞에서 “돈은 오갔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은 없었을 것”이라는 한없이 자애롭고 로맨틱한 경찰 버전의 독심술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법정이든 경찰이든 좌파 앞에선 참으로 달달해지는게, 권력이 좋긴 좋다. 

우리는 이 작은 해프닝에서 좌파 세력이 그토록 목숨을 걸고 밀어붙였던 ‘검찰 해체’와 ‘수사권 조정’의 서늘한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왜 그토록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쥐여주고 싶어 했는지, 그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완벽하게 맞춰진 것이다.

통제하기 까다로운 검찰의 기소권을 거세하고, 입맛에 맞는 경찰에게 사건을 덮을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을 주면 어떤 마법이 벌어지는가.

자기 진영의 부패와 비리는 법정의 문턱을 밟기도 전에, 경찰서 캐비닛 속에서 조용히 '혐의없음'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증발해 버린다. 재판을 지연시킬 필요조차 없다. 아예 기소 자체를 원천 봉쇄하여 범죄의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완벽한 ‘클린룸’을 구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당이 부르짖는 사법 개혁의 진짜 얼굴이다. 검찰이 사라진 자리에 도래할 세상은 권력의 횡포가 사라진 정의로운 낙원이 아니다. 뇌물을 주고받아도 경찰이 알아서 면죄부를 발급해 주고, 권력자들끼리 꿀단지 자리를 품앗이해도 법적 리스크가 ‘제로’에 수렴하는 그들만의 완벽한 ‘무법 유토피아’다.

돈이 오갔는데 “대가성은 없다”며 서류를 덮어버리는 수사기관을 경찰이라 부를 수 있을까. 권력의 하청을 받아 작동하는 싸구려 세탁기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나. 

경찰이 판사 노릇까지 겸직하며 카르텔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이 기막힌 디스토피아에서,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이 역겨운 법치의 붕괴를 사법 정의라는 이름으로 인내해야 하는가. 

수사 종결권이라는 무기를 쥔 자들이 권력의 안마당에서 벌이는 이 뻔뻔한 파티를 멈춰 세우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 진짜 법의 심판대는 영원히 세워지지 않을 것이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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