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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松山] 반려동물과 자본주의
  • 松山 작가
  • 등록 2026-07-30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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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인간과 달리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도, 학벌도, 재산도 평가하지 않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경제 성장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그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심리와 사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기도 하다.

전통사회에서 인간의 정체성은 가족, 친족, 마을, 종교 공동체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은 점점 공동체로부터 독립했다. 자유는 커졌지만, 그만큼 고립도 커졌다. 자유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개인의 자율성은 인간의 존엄을 높였지만, 동시에 혼자 살아가는 인간의 외로움도 증폭시켰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자유를 얻으면서도 고독과 불안을 경험한다고 보았다. 자유는 축복이지만, 인간은 그 자유를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새로운 애착 대상을 찾는다. 반려동물은 그 빈자리를 메워 주는 가장 안정적인 존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존 볼비의 애착이론으로 보더라도 인간은 평생 안정적인 애착 대상을 필요로 한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였던 대상이 성인이 되어 배우자, 친구, 자녀로 확대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 관계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결혼은 줄고, 출산은 감소하며, 이웃과의 교류도 줄어든다. 그 결과 반려동물이 새로운 애착 대상으로 자리 잡는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달리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도, 학벌도, 재산도 평가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인간에게 강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본다. 사람보다 동물과 함께 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안정감을 느낀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자본주의 자체가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심리를 받아들여 제도화한 것이다. 인간은 원래 애착을 원하는 존재이며, 시장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을 뿐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인간관의 변화이기도 하다. 근대 이전에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라는 사고가 강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공동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물을 재산으로만 보던 시대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하는 시대로 이동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현대인은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갈등과 책임, 배신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반면 반려동물은 그런 위험이 거의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안전지대를 찾으려는 경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반려동물의 증가는 인간관계의 성공이라기보다 인간관계의 피로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반려동물 문화는 개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인이 어떻게 외로움을 견디고, 누구와 애착을 형성하며, 무엇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상사이자 심리학의 문제다. 

반려동물이 늘어난 시대는 인간이 동물을 더 사랑하게 된 시대인 동시에, 인간이 인간과의 관계를 이전보다 더 어렵게 느끼는 시대일 가능성도 있다. 그 점에서 반려동물 문화는 현대 자본주의의 산물이기보다, 현대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 松山(송산) 정광제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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